지난 12월 13일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國賓) 방문’은 최악의 외교 실패로 기록될 만한 ‘외교 참사’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빈방문 정상회담 중 이렇게 최악인 경우는 처음이며, 중국에 가서 우리가 얻은 게 하나도 없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차관보급 인사의 공항 영접부터 세끼 연속 문 대통령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혼밥’에다 팔을 툭툭 치며 인사를 한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외교 결례’까지 소위 중국식 ‘길들이기 외교’가 한국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점입가경인 것은 중국 경호원들이 한국 수행 기자 2명을 폭행하는 국빈 행사 초유의 ‘외교 폭력’ 사태까지 일어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14일 정상회담에서 전쟁 불용과 비핵화 견지, 북핵의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만 매달린 결과 정작 시급하고 중요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북이 대화의 장에 나올 때까지 일관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관철하지 못한 것이다. 그 핵심은 바로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다. 또한 “북핵이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결기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에 대한 협조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올해 4월 6~7일에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사실상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은 지정학적 야망을 담은 언급으로 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지면 중국은 ‘역사적 연고권’에 바탕 해서 북한에 진주하겠다는 속내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국수주의에 입각한 패권의식은 명백한 역사왜곡으로 좌시할 수 없다. 나아가 중국 최고 지도자의 잘못된 역사관 때문에 한중 수교 25주년이 되는 이 시점에 양국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갈등관계로 전락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는 중국의 본색(本色)을 똑똑히 보고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한(漢)나라 이후 우리와 전쟁 없이 지낸 중국 왕조는 송(宋)-명(明) 정도이며,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원을 차지한 중국 왕조국가에 993회의 외침을 받으며 항쟁을 거듭한 역사를 갖고 있다. 만주와 주변부가 중국의 일부였던 기간보다 한국사의 일부였던 기간이 훨씬 길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던 것이 아니라 오늘날 중국의 일부가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백제, 발해와 같은 한(韓)민족이 세운 우리의 영토였음은 역사적 문헌이 증명해 준다. 만약 명 왕조와 조선 왕조가 조공책봉 질서 아래 교류했다는 점이 시진핑이 주장한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근거라면, 한나라가 흉노에 ‘화친정책(궁녀 왕소군을 흉노왕 호안야에게 시집보내는 등)’을 펴는 기간 동안 중국(漢한)은 흉노의 일부였다는 말과 뭐가 다를 것인가.

한국의 사드 레이더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동안 중국이 보여준 보복 조치는 한국을 과거의 조공국(朝貢國) 정도로 여기는 중화주의적 태도에서 한국을 길들이겠다는 속셈이다. 나아가 한·미 동맹을 이간(離間)하고, 한·미·일 협력을 저지하겠다는 원모심려(遠謀深慮)가 숨어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중국의 얄팍한 책략에 넘어가면 안 된다.

한·중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은커녕 공동 언론 발표문도 내지 못했다.
따라서 국가 자존심이 크게 훼손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하지 않느니만 못했다. 한국의 친중 사대주의자들은 양국 간의 갈등이 사드배치로 인한 일시적 불화이길 바라겠지만, 이번 한·중 정상외교에서 나타난 굴욕외교와 양국 관계의 암운(暗雲)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영구 분단을 ‘중국몽(中國夢)’으로 가는 길로 여기고 있으며, 한반도에 영토적 야심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이제라도 중국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접어야 한다. 이제 북핵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 공조를 확대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
 
사드 추가 배치와 미 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3불(不)’ 정책은 안보주권의 포기이다. 안보와 경제가 충돌할 경우 최종적으로는 안보를 위해 경제를 어느 정도 희생시키는 상황도 각오해야 한다. 청와대와 외교라인은 북핵 문제는 미국에 떠넘기고 남북 대화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위험을 회피하려는 타조처럼 머리를 모래에 파묻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국가를 보위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이들에게 휘둘려 좌고우면하게 되면 주권도 실리도 모두 침해당하게 된다. 조선의 인조는 쇠락한 명나라를 위한 결사항전과 부상하는 청나라와 화친 사이에서 선택의 딜레마를 겪었는데, 문 대통령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임기 중에는 부상하는 중국(청)이 쇠락(?)하는 미국(명)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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