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병원 압수수색 등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수익사업의 대부분을 의료수익으로 올리고 있다. 병원 운영이 재단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병원 이미지와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의료 과실’과 ‘관리 부실’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솜방망이 행정처벌’에 그칠 것이란 지적을 제기한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6명의 이사와 2명의 임원이 재단을 운영하며, 장명수 이사장이 상임이사로 있다. 지난해 211억 원의 기부금 수입을 올려 학교법인 가운데 상위권에 포함됐다.
 
이화학당은 미래엔, 신한금융지주회사, 삼성생명보험, 이지매디컴 등의 주식을 각각 2460주, 4만9955주, 912주, 11만2500주씩 보유하고 있다. 출연받거나 유상취득한 주식이다. 지난해 6200여 만 원의 쏠쏠한 배당금 수익도 챙겼다. 자산 총액 2조1288억 원 가운데 25억 원가량이 주식총액이다. 이화학당은 의료수익으로만 지난해 273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수익사업 매출액(3083억 원)의 88.6%를 의료수익이 차지한다.
 
그러나 지난 16일 오후 9시 30분경부터 오후 11시30분 사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남아 2명, 여아 2명 등 총 4명의 환아가 연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병원 이미지와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인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기본적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병원 측 ‘의료 과실’과 ‘관리 부실’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의료 과실에는 오진이나 잘못된 처방, 처방 이후 경과 조치 부실 등이 해당된다. 병원 측이 지난 20일 유가족에 제공한 의무기록이 공개되자 초기 응급조치가 미비하거나 신생아 4명 중 3명이 감염됐다고 확인된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 세균에 맞지 않는 항생제를 투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관리부실로는 위생 문제가 대표적이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라는 항생제 내성 세균은 성인의 대장에서 흔히 발견된다. 신생아 3명의 시트로박터균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전부 일치한 것은 동일한 감염원에 의해 전파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이 같은 의혹들을 입증할 기록 검토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인 16일과 지난 19일 이대목동병원을 압수수색해 전자의무기록 원본을 확보, 전문가 집단과 함께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있던 전공의·간호사·교수진 11명과 사건 발생 전후 배치된 전공의 3명을 포함한 의료진 14명 외에도 약제사나 동료 의료진 등 병원 내 약 투여 및 당직 체계 등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병원 관계자들 모두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만약 병원이나 의료인 측의 과실이 확인되더라도 보건당국이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의료법에 의료인의 의료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규정은 없다. 다만 국민건강상의 심각한 위해를 끼친 의료인의 일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규정이 법에 담겨 있다.
 
이마저도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일으킨 ‘주사기 재사용’과 한 산부인과 의사의 환자 성추행, 대리수술, 프로포폴 등 주사제·마약류 불법처방 등이 모두 ‘자격정지 1개월’로 처분 수위가 같다.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형사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재판을 통해 형량을 부여하지만, 행정처분에는 한계가 있는 상태다.
 
의료기관에 대한 처분 규정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에 시정명령, 업무정지부터 기관폐쇄까지 행정처분을 내릴 수는 있지만 의료과실이 발생했을 경우 내릴 수 있는 처분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대목동병원 사태에 대해 “현재로서는 특별한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립과학수사원의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제재 방법과 수위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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