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로 등장해 논란 속에서도 묵묵히 수행…동아시안컵 반전 계기 마련

- 풍성한 공격진에 해외파 짝꿍 찾기에 돌입…수비진은 여전히 오리무중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7년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인물로 단연 신태용 감독을 꼽을 수 있다. A매치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여전히 불안한 수비와 터지지 않은 골 덕분에 간신히 월드컵 본선 진출은 이뤘지만 뒷말도 무성했다. 하지만 동아시안컵에서 극적인 승리는 거머쥐면서 신태용표 월드컵 성공기를 그려가게 됐다.

A매치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 감독은 지난 17일 김포국제공항을 귀국해 일본에서 열린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해외파가 제외된 상황으로 1차전인 중국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로 출발해 2차 북한전은 자책골로 승리를, 3차전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4:1이라는 대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위한 과정으로 이번 대회에서 신 감독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소득도 얻었고 과제도 남겼다.

플랜A 완성…
점유율 대신 공격 집중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
   무엇보다 신 감독의 플랜 A는 4-4-2 포메이션으로 완성되는 듯하다. 지난 10월 러시아,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변형 스리백 실패를 맛본 신 감독은 11월 콜롬비아, 세르비아 평가전에 이어 동아시안컵에서도 4-4-2 전술을 내세워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볼 점유율을 조금 내주면서라도 수비 라인과 최전방 투톱의 간격을 20~25cm 정도로 매우 좁게 유지하며 상대 공격진을 고립시켰다.

또 4명의 미드필더와 2명의 공격수까지 하프라인 밑에서 수비에 가담하며 중앙으로 공이 투입되면 순식간에 압박을 가했다.

포백 수비는 쉴틈 없이 상하로 변화를 꾀하며 상대 공격수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후 빠른 역습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은 큰 효과를 거뒀다.

물론 신 감독은 이번 대회 북한전에서 다시 스리백 전술을 실험했지만 결국 4-4-2를 통해 플랜 A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주력했다.

동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만족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흡한 점도 남아 있다. 여전히 미완성 상태인 수비조직력과 초반 집중력 부족은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까지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지난 19일 프랑스로 출국해 최정예 부대를 만들기 위한 채색작업에 돌입한다. 예상보다 이른 이번 유럽행은 프랑스·잉글랜드 등에서 활약하는 국내 선수들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신태용 감독은 먼저 프랑스로 향해 석현준(트루아AC), 권창훈(디종FCO)의 경기를 점검할 예정”이라며 “그 뒤 잉글랜드로 넘어가 손흥민(토트넘)의 경기를 관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감독이 원드컵 본선체제로 전환하면서 주전 자리와 포지션별 짝짓기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우선 이번 대회를 통해 신 감독은 이재성을 기성용의 ‘짝꿍’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재성은 측면은 물론 중원울 휘젓고 다니며 강한 압박력을 자랑한다.

그는 마지막 일본과의 경기에서 1어시스트를 포함, 모두 3게임에서 1골과 2어시스트를 기록,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이름을 올렸다. 또 경기력 지표를 종합해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하는 베스트듀얼플레이어상까지 챙기며 이번 대회 최고 수확물로 꼽힌다.

손흥민의 짝으로는 김신욱, 이근호, 이정협 등이 등장했다.

김신욱은 이번 대회에서 특유의 골 감각을 과시해 3경기에서 2골 1어시스트를 챙겨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다만 기동력이 다소 떨어져 손흥민의 스피드에 맞추기 벅차다는 게 약점이다.

반면 이근호는 스피드도 탁월하고 시야가 넓지만 키가 작고 이정협은 아직 이렇다 할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신 감독은 유럽 점검을 통해 석현준을 유심히 들여다 볼 계획이다. 황희찬은 겨울 휴가 시즌이기에 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전훈·평가전,
옥석가리기로 밑그림 완성


비교적 여유로운 공격진에 비해 수비진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번 대회 주장을 맡아 전 경기에 출전한 장현수를 제외하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장현수의 파트너로 권경원, 정승현, 윤영선 등이 차례로 등장했지만 누구 하나 완벽하게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다. 또 동아시안컵에서 제외된 김영권과 부상으로 제외된 김민재가 추후 합류할 것으로 보여 장현수 파트너 찾기 실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풀백 포지션은 다시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최철순 지키던 오른쪽에 고요한이, 김진수의 왼쪽에는 김민우가 등장해 경쟁의 불씨를 댕겼다. 골키퍼 포지션도 김승규에 조현우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2015 아시안컵 준우승의 주역인 김진현도 호시탐탐 주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신 감독은 오는 2018년 1월 22일부터 약 2주간 선수들을 소집해 전지훈련을 갖는다. 당초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가 유력했지만 따뜻한 유럽지역이 전훈지로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재검토에 들어갔다.

유럽지역에서 전지훈련을 하면 평가전 상대를 찾고 경기를 펼치기가 더 수월하다는 데에 힘이 실린다.

이와 더불어 2018년 3월 28일 폴란드와의 친선경기를, 폴란드전에 앞서 A매치를 치르기 적당한 팀과 평가전을 통해 러시아월드컵 본선무대를 위한 밑그림을 완성할 계획이다.

감독직, 독이 든 성배
여전히 시험대


한편 신 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8강으로 마친지 3개월 만에 U-20 대표팀을 이끌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U-20팀이 잉글랜드, 포르투갈에 연패하며 16강에 탈락해 아쉽게 마무리했다. 이후 협회는 U-23 대표팀을 맡길 생각이었지만 지난 6월 14일 카타르전 결과가 감독의 운명을 바꿨다.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해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물러나자 A대표팀은 신 감독에 사령탑을 맡겼다. 이에 신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예선 탈락 위기에서 2번의 소방수 역할을 하며 천신만고 끝에 러시아행 티켓을 획득했다.

하지만 신 감독에게 고난의 길은 끝나지 않았다. A대표팀의 경기력 부진으로 인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신 감독 퇴진을 요구하는 글들이 종종 등장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또 항간에 떠돌던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설까지 불거지며 논란을 키웠다.
   끝없이 하락하던 신 감독은 11월을 기점으로 반등하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대표팀은 콜롬비아를 상대로 2-1로 꺾으며 부임 5경기 만에 첫승을 신고했고 12월 개막한 동아시안컵에서 대회 2연패까지 달성하며 우려를 기대감을 바꿨다.

하지만 아직 러시아월드컵 본선무대라는 가장 큰 시험이 남아 있어 되살아난 대표팀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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