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인권을 침해하고 권한을 남용했던 과거 사건들을 검찰 스스로 되돌아보는 작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매입 건, 정연주 KBS 사장 기소 건, 미네르바 사건 등이 대상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201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의혹 수사 건도 재조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사 점검은 민간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논의를 통해 대상을 의결하면 대검찰청이 과거 기록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사 대상은 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중 검찰권 남용,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되거나 검찰이 수사나 공소제기를 거부한 경우, 사건 처리를 지연시킨 사건 중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의 재조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2013년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건설업자 윤모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게 골자다. 당시 윤 씨가 사회 유력인사들을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 불러 성접대하고, 이를 촬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모씨는 당시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차관이고, 여성은 자신이라고 말하며 윤 씨로부터 고위층을 대상으로 성접대를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씨는 또 서울 강남 모처에서 김 전 차관에게 지속적으로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4개월여에 걸친 수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두 차례에 걸친 수사에서 “피해 여성들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해 단 한 차례의 소환조사도 없었다.
 
이 씨는 ‘피해자인 자신의 진술을 무시하고 검찰이 제멋대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취지로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냈다. 하지만 서울고검은 이 씨가 고소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항고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이 씨는 2014년 7월 직접 김 전 차관을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동영상이 찍힌 장소는 원주 별장, 자신을 상대로 성관계를 하고 있는 남성은 김 전 차관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앞서 이 씨의 진술이 발목을 잡았다. 2013년 경찰 조사 때 이 씨는 “동영상 속 여성은 내가 아닌 다른 피해여성이고 동영상은 2007년 중순쯤 찍힌 것 같다”고 진술했다.
 
직접 고소할 때는 동영상이 찍힌 시기가 2008년 초쯤이라고 했다. 동영상 속 인물을 특정하지 못한 경찰은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고, 국과수는 동영상 속 인물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결국 김 전 차관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씨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 조사 때 분위기도 무겁고 겁이 나서 동영상 속 여성이 내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다른 피해 여성들도 있었고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는 건 확실하니까 충분히 처벌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동영상 속 인물이 누군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진술 번복이 또 한 번 발목을 잡았다. 이 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5개월 여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을 재수사한 검찰은 “고소인이 진술을 번복해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또다시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씨가 김 전 차관을 고소한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면서 “고소인은 1차 조사 때 동영상 속 인물이 자기가 아니라고 했다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고소인을 불러 조사한 결과 동영상에 사진이 촬영된 모습이 뒷모습과 옆모습뿐이어서 고소인인지 불분명했다”고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가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관련 의혹들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과거사위는 지난 19일 법무부에서 향후 위원회 운영 방식 및 대상 사건 선정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 과거사위가 진상 조사에 나설 사건으로는 광우병 보도 이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MBC PD 수첩 사건, 배임 혐의 무죄 판결을 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약촌오거리 재심사건 등이 거론된다.
 
대검 관계자는 “조사단 구성과 관련해서는 과거사위와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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