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식 원장의 정신건강 이야기] 조울증, 반복적인 감정기복·우울증과 구별해야…
[권호식 원장의 정신건강 이야기] 조울증, 반복적인 감정기복·우울증과 구별해야…
  • 정리=김정아 기자
  • 입력 2017-12-26 15:58
  • 승인 2017.12.26 15:58
  • 호수 1234
  • 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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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30대 중에 감정기복의 문제로 내원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그들은 “갑자기 우울해지더니 혼자 있고 싶은 경우가 늘면서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감정의 기복은 장시간 이어지지 않고 갑작스럽게 찾아 오다가도 금세 사라지기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간다고 말한다. 
어떤 환자의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이어온 우울 증상으로 청소년기에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고 자살 시도까지는 아니어도 자해를 한 적도 있었으며 근래에도 가끔은 자해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어 심각성을 느끼고 내원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 모두는 진료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환자의 유형인데 엄격히 말하면 조울증에 해당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중에는 우울증이나 정서불안이 대부분이고, 조울증까지는 아니어도 가벼운 경조증과 가벼운 우울증이 교대로 나타나는 순환성격인 경우도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감정기복이 있는 것을 조울증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감정기복은 조울증이 아니어도 여러 질환에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조울증은 양극성 장애라는 진단명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또 몇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조증 증상만을 보이거나 우울 증상과 조증 증상을 번갈아 보이는 1-형이 있다. 다음은 조울증 증상없이 주요 우울 장애를 보이면서 경조증의 에피소드를 보이는 2-형이 있으며, 심하지는 않지만 경조증과 가벼운 우울증이 순환하며 나타나는 순환성격, 다시 말해 순환성 기분장애가 있다. 물론 정신의학적인 분류이기 때문에 딱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환자들을 그 분류에 맞게 나눌 수 있어, 환자를 치료하고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조울증은 전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청소년기 말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우울증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울증으로 볼 수도 있어 다른 어떤 정신과 질환에 앞서 병의 경과를 잘 살펴야 한다. 초기에는 우울증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나중에 가서 조울증의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품행 장애나 조현병으로 잘못 진단될 수가 있고 알코올이나 약물남용, 학업문제, 자살시도 및 강박증상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조울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생물학적, 심리사회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평생 조울증을 앓을 가능성은 남녀가 비숫한 비율로 1%정도이며, 우울증에 비하면 적지만 100명 중에 1명 꼴이니 적지 않은 유병률이다. 조울증이 얼마나 흔한가는 이 병을 앓았던 명성있는 예술가들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다. 괴테, 바이런,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 헨델, 슈만, 반 고흐 등이 있었다. 이들은 조울증을 앓는 기간에 왕성하게 활동을 하면서 후세에 기억되는 대작들을 남기기도 했다. 때로는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많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지만 후에 자살을 하거나 정신병원등에 입원하는 등 피폐한 삶으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울 증상 중에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며칠 동안 잠을 안 자도 피곤한 줄을 모르다가, 어느 시점 부터는 침체되고 불안해지며 정신도 멍해지고 피곤함과 무기력감을 호소하게 된다. 결국에는 꾸준하게 일을 못하다 보니 사회적으로도 또한 직업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게 되거나 정신병 증상을 보이게 되면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게 된다. 
과거에는 조울증이라고 하면 우울증의 동반 여부와 상관없이 조울증이 나타나는 1-형 양극성장애를 주로 생각했었는데, 임상에서 보면 우울증을 주로 보이면서 경조증을 동반하는 2-형 양극성장애도 자주 보이기 때문에 근래에는 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우울증으로 보아 넘길 수 있었던 경우이지만 치료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자주 재발하는 경우라면 2-형 조울증의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때로는 우울증과 조울증이 혼재된 상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조울증 상태이면서도 우울감이나 불안이 느껴지고 심지어 자살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극적인 기분 변화가 하루 동안에도 수차례 반복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조울증은 생물학적인 변화가 오는 질환이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조울증은 재발을 잘 하는데, 자주 재발을 하게 되면 병의 경과도 나빠질 수 있어, 증상의 치료뿐 아니라 재발에 대한 예방적인 치료도 필요하다. 기분조절제 및 항조증 약물 등이 쓰일 수 있고, 필요 시 항우울제를 조심스럽게 같이 쓰기도 한다.
최근에 개발된 항조증 약물들이 효과 및 부작용 면에서 많이 개선되어 치료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과에 따라 재발가능성이 높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치료과정에서 조울증 환자의 병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해나갈 수있도록 주위에서 도와야 한다.
또한 일주기 리듬이 기분장애의 경과에는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활리듬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조울증을 앓는 과정에서 알코올중독이 흔히 동반될 수 있는데, 병의 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조울증을 자연스럽게 나을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하게 되면 그만큼 병의 경과가 길어져 치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있다. 또 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하고 불규칙판 모습을 보여 개인생활에 지장을 초래 할 수있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환자의 가족과 주변 지인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태도로 환자를 도와야 한다.

<하나정신건강의학과 권호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