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장난' 경찰 또 묵살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을 위한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가 30일 오전 대구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대구의 8세 여자초등생 집단 성폭력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이번에도 신고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월2일께 A초교 교장이 대구 성서경찰서를 방문해 학생들의 음란물을 모방한 성폭력 사태에 대해 자문했지만, 신고 사항은 아니라며 사건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성서경찰서 관계자는“A초교 교장이 방문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자문을 구한 것은 사실이다”며“상담 내용이 남자애들이 서로 엉덩이를 만지는 정도의 경미한 사항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해 교장에게 잘 판단하라고 맡겼다”고 말했다.

교장 방문 자문 구하자 "신고사항 아니다" 외면

수사처리도 미숙 ... 정보제공학생 보복폭행 당해

사건축소 '급급' 가해ㆍ피해학생 100여명 이를 듯

결국, 초교 성폭력 사건은 집단 성폭행으로 사건이 커졌다.

음란물을 모방해 성폭력을 하던 학생들이 급기야 8살 난 초등학교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기에 이른 것.

이 학생들은 중학교 1학년인 동네선배와 함께 여자 초등학생 8명을 집단 성폭행과 성추행을 한 혐의로 초등학생 이모(11)군 등 남학생 12명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21일 초등학교에서 100m 가량 떨어진 대구 모 중학교 잔디밭으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 8명을 차례로 유인해 성폭행과 성추행을 한 혐의다.

경찰 수사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학생의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뒤늦게 진행됐다.

하지만, 경찰은 동성 간 성폭력, 상급생의 하급생 강제추행, 초등학교 여학생 집단 성폭행 등 3건의 사건을 수사의뢰 받았지만, 마치 한 사건인 것처럼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로 인해 정보를 제공한 저학년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보복폭행을 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밖에 경찰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가해자·피해자 수도 대책위가 밝힌 수와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책위는 성폭력에 연관된 학생 수를 밝히는 것을 거부했으나, 올해 2월 A초교 자체 조사에서 음란 행위를 한 학생만 40여 명으로 확인돼 가해자와 피해자 수는 1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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