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마지로(犬馬之勞)’로 화해와 결속
‘견마지로(犬馬之勞)’로 화해와 결속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입력 2017-12-29 16:53
  • 승인 2017.12.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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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이 저물고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의 해’가 밝았다. 1598년 무술년에는 이순신 장군이 적(일본)의 유탄에 전사한 ‘노량해전’을 끝으로 임진-정유재란의 7년 전쟁이 끝났다. 올해는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경제 활력이 넘치며 국운이 상승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아울러 충직·용맹·의리를 상징하는 개와 관련된 고사성어인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을 비유하는 ‘견마지로(犬馬之勞)’가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혀 좌-우로 크게 갈라진 국민이 화해하고 결속하길 희망한다.
 
지금 국내외의 엄혹한 환경이 대한민국호(號)를 시험하고 있다. CEO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살펴보자.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벽을 깨고 날아가다”라는 의미의 ‘파벽비거’(破壁飛去)를 제시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먼 미래를 바라보며 세계 속으로 전진해 나아가자”는 의미의 ‘망원진세(望遠進世)’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침체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과거보다는 미래, 분열보다는 화합을 희구하는 함의(含意)가 담겨있다.
 
2017년은 정권교체에 따른 적폐청산의 ‘칼바람’이 연말까지 지속된 파란만장한 한 해였다. 외교는 과도한 반미-반일-친중-친북 정책으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신세를 자초했다. 정치는 협치(協治)와 소통은 실종되고 ‘내로남불’의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경제는 인기영합에 골몰하는 ‘반기업-친노조’ 포퓰리즘 정책으로 자본주의의 뿌리를 뒤흔드는 사회주의 경제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과연 새해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책임 있는 선정(善政)이 펼쳐질 수 있을까? 그러나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아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6.13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현 정권의 적폐청산 기조가 힘을 받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전쟁 위기설’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존망지추(國家存亡之秋)의 갈림길에 서 있다. 안보와 경제 중 하나가 무너지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 초유의 국가 안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적’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이관하고 기무사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우려스러운 역주행이 아닐 수 없다.

내부의 적은 외부의 적보다 더 위험하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상 지구상에서 사라진 대부분의 나라들은 외부의 침략이 아닌 내부의 적에 의해 멸망했다”고 분석했다. 처칠은 “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가 일으킨 게 아니라 유럽의 평화주의자들이 불러 온 것이다”라고 갈파한 바 있다. 월남의 패망도 내부의 적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역대 정권은 북한의 비군사적 도발과 침투, 사상적 침투에 대해 철저한 봉쇄에 실패했다. 그 결과 주사파, 종북세력을 대량 양산했다. 그들은 이미 정계, 학계, 언론계, 문화계, 법조계 등 사회 전반에 중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하루아침에 평화와 행복을 빼앗아갈 적은 우리 내부의 주사파 및 종북세력이다. 우리와 자손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이들의 반(反)대한민국 준동을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

핵미사일 도발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까지 감행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독자적 북폭’이 초읽기에 들어섰다. 국민의 총화단결과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경제는 ‘정치 리스크’가 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은 양날의 칼이다. 탈(脫)원전 정책의 급격한 추진, 법인세율 인상, 강성 기득권노조 지원정책 등 포퓰리즘 확대는 위험하다. 천인단애(千仞斷崖)로 추락할 수 있다.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벌써부터 영세·중소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고,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꾀하는 ‘시장의 반격’이 감지되고 있다. 시장의 분노를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없다. 5년 단임 정권이 국가 경제의 백년대계를 바꾸려 하는 것은 오만과 독선이다.

경제정책은 노동개혁과 규제완화의 기초 위에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인 전면적인 ‘구조개혁’ 단행으로 풀어야 한다. 친노동, 반기업 정서 등의 용어가 사라질 때 경제 변환이 가능하다.
 
‘즐풍목우(櫛風沐雨)’라, ‘머리털을 바람으로 빗질하고 몸은 빗물로 목욕한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궤멸당한 대한민국 보수 정당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보수 정당의 붕괴는 모든 보수층의 잘못이지 지도자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이다. 역사는 보수 우파에게 많은 시련을 주어왔지만, 이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주어왔다. 나라와 공동체에 대한 사랑, 책임과 헌신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보수 우파는 비좁은 반쪽짜리 대한민국을 온전한 하나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한다. 등 돌린 민심을 얻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신보수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해가 중천에 뜨면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이즈러진다’고 했다(日中則移 月滿則虧, 일중즉이 월만즉휴). 오늘의 적폐청산 주체가 내일의 적폐청산 대상이 되지 않는 영원한 정치보복이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

2018년 새해 아침, 대한민국이 적폐청산에서 벗어나 희망의 내일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파당 현상을 지적하는 ‘당동벌이(黨同伐異)’는 일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당이 같으면 동조하고 당이 다르면 공격한다는 뜻이다. 우리 정치의 현실과 결코 다르지 않다. 후한(後漢)은 당동벌이로 자멸했다.

북핵에 맞서 국론을 하나로 결집시켜야 하는 현 정부는 더 이상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