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회복기 거쳐 새로운 성장 맞는 세계 경제

<뉴시스>
한국투자증권은 데일리 투자전략(작성자 박정우·김다경 연구원)을 통해 ‘투자 사이클 컴백-기업가 정신과 볼셰비키 혁명’ 리포트를 내놨다. 해당 리포트는 ▲돌아온 경기 사이클 ▲선진 시장이 주도하는 투자 사이클 ▲기업가 정신과 볼셰비키 혁명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일요서울은 1월 1주 BEST 리포트로 ‘한국투자증권 데일리 투자전략-투자 사이클 컴백, 기업가 정신과 볼셰비키 혁명’을 선정, 소개한다.
 
미국 세제 개혁, 선진 시장 주도… 투자 사이클 촉매제 역할
시장 활성화 기대… CEO들의 자본 지출 전망도 매우 밝아

 
난세는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2008년 금융위기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고통이었지만 그 위기에서 스타의 반열에 올라 선 학자들도 있다. 대표적 인물 전 IMF 수석 경제학자이자 현재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에 재직 중인 케네스 로고프(Knneth Rogoff) 교수다.

로고프 교수는 동료 교수인 라인하르트와 함께 2009년에 출간한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책에서 1800년 이후 경기 사이클에 비춰 보면 금융 부문의 과도한 레버리지가 부실화되면서 발생하는 경기침체는 대략 8~10년 정도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로고프 교수의 이러한 전망은 원래 경제학자들이 하는 우울한 과학(Dismal Science)의 일부처럼 취급되기도 했고, 그의 분석과 전망이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정부재정 긴축과 금융규제의 근거로 사용되면서 경기회복을 오히려 늦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그것은 학자들의 몫이고 우리의 관심은 그가 제시한 10년이라는 기간이 올해와 내년에 본격적으로 실현될지 여부다. 실제 그는 연구에 매우 충실하게도 2010년의 우울한 전망에서 벗어나 작년 트럼프 당선 직후 매우 정확한 예측을 보여준 바 있다.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은 상당히 빠른 경제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고 예측하면서 당시 세간의 우려와 상반된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 그는 호주에서 열린 회의에 연사로 참석해서 세계 경제가 따라잡기 국면(catch up growth phase)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면서 호주 등이 혜택을 입을 것이고 AI의 빠른 발전은 그동안 세계경제 발목을 잡았던 생산성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로고프 교수의 전망은 지난 번 자료(12/7‘10년 사이클을 믿지 마세요’ 참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사이클은 새로운 경기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필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새로운 경기 사이클은 레버리지 사이클의 회복과 투자 사이클의 귀환으로 요약된다. 단순 재고 사이클이 아니다.

흔히 투자 사이클이라고 하면 2000년대의 강렬했던 기억 때문에 신흥국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 투자 사이클은 선진 시장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투자 사이클을 설명하는 ROE(자기자본이익)와 COE(자기자본비용) 스프레드의 추이가 선진 시장에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본을 조달해서 조달비용을 초과하는 수익을 내야 한다. 따라서 자기자본이익률이 자기자본비용보다 빠르게 상승할 때 투자가 가속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신흥국의 ‘ROE-COE’ 스프레드가 선진국보다 빠르게 상승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선진국의 ‘ROE-COE’ 스프레드가 신흥국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 기업들이 보다 자본지출에 적극적일 수 있는 환경에서 단행된 미국의 세제개편은 미국 기업의 투자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 세제개혁은 널리 알려져 있듯이 기업의 자본지출에 대한 일시 비용처리를 가능하게 해주어 기업 투자를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책 방향이 기업투자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CEO들의 자본지출에 대한 전망도 매우 밝다.

이처럼 선진시장 투자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의 정책방향과 더불어 실제 자본지출을 결정하는 CEO들의 전망과 이러한 자본 지출을 선행하는 지표들이 모두 향후 글로벌 투자 사이클이 새로운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삼위일체의 합이다.

글로벌 투자의 선행지표라고 볼 수 있는 독일 해외자본재 주문은 올해 들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보다 시야를 넓혀서 선진국의 자본재 수입 동향과 선진국에 수출하는 신흥국 자본재 수출 동향을 보면 글로벌 투자 사이클의 상승 추세는 보다 분명하게 나온다.

미국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보다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매진하면서 매우 보수적으로 자본을 운영해 왔다. 이러한 보수성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기업들이 실물투자보다는 배당지급액이 월등히 많았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물론 주주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것도 잘 보면 그렇지 않다. 96년 당시 8,000개가 넘었던 상장기업 수는 2016년 들어 그 절반 수준인 4,331개로 줄어들었다. 기업 공개를 꺼리고 상장을 폐지하며 기업 간 M&A가 활발해지면서 공개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수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주주 이익 역시 소수에 독점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의 집중화는 독점을 낳고 있고 이러한 독점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점기업에 의한 고용시장 지배력 확대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가 단숨에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물꼬를 튼 투자 확대 정책은 2018년에 금융규제완화로 이어지면서 자본시장 활성화로 마무리될 것이다. 자본시장 활성화가 M&A가 아닌 IPO를 위주로 진행되도록 하자는 것이 현재 미국 재무부가 제시하는 안이다.

트럼프의 개혁이 미국경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소망 없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낼지 현재 우리는 알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 혁명이 그러했다.

금융위기 이후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자본주의 이후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다. 2017년은 기존의 질서가 곳곳에서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본주의는 위험에 대한 대가를 합법적으로 지불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더 이상 야생에서 바다에서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위험을 마주할 필요가 없다. 시장이 보상해주는 위험에 집중하라는 것이 자본주의의 가르침이고 기업가 정신의 원류다. 볼셰비키가 농노제 파괴는 성공했지만 지독한 독재를 통해 위험에 대한 보상을 없애버렸다. 따라서 미국의 개혁 방향이 위험에 대한 보상을 장려하는지 아니면 위험을 피하고 독점을 장려하는 쪽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100년 전 볼셰비키 혁명이 대안이 아니라면 기업가 정신이 갖는 본연의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보며 2018년을 맞이하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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