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없이 성능 저하…충성 고객 믿음 배신한 대가는?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른바 애플의 배신, 배터리 게이트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전 세계 아이폰 소비자는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한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른 영향으로 아이폰 신제품 아이폰X 매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애플의 주가가 떨어지는 한편, 배터리 게이트에 실망한 충성 고객들이 애플을 외면하는 상황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신제품 팔기 위해 고의적으로 성능 저하 의심”…집단소송
 매출 타격 전망…주가 하락, 기업 신뢰도 추락까지


배터리 게이트는 아이폰 전원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계속되더니 올해 초부턴 휴대폰 속도가 느려졌다며 사용자들이 불만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 12월 20일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속도를 떨어뜨린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격화됐다.

애플은 지난 20일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출시한 아이폰6 이전 버전에서 오래된 배터리가 전원이 꺼질 수 있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휴대전화 작동속도를 제한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애플이 부득이한 조치라고 해명함에도 불구하고 ‘신제품을 팔기 위해 고의적으로 성능을 저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터진 것이다. 또 이러한 의혹을 제기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을 통해 진상 규명과 손해 보상 촉구에 나섰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객 2명은 이날 애플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요구한 손해배상액는 1억2500만 달러, 135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이폰 이용자 2명을 비롯해 일리노이, 오하이오,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미국 집단소송 소비자 주장은 “애플의 조치는 최신 모델 구매를 강제하는 소비자보호법 위반 행위”라는 것이다.

아울러 애플이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로 기기 성능을 떨어뜨리는 업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명백한 꼼수이며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배터리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서라면 업데이트가 아닌 배터리 교환으로 해결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 타임지 등 미국 현지 언론은 성능 저하 자체보다 애플이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 1년 가까이 알리지 않았던 점을 더욱 비판하고 있다. 아이폰8의 배터리 스웰링(부풀어오름) 관련 소비자 불만에 대해 아무 설명을 내놓지 않은 점 등 고질적인 비밀주의를 꼬집은 것이다.

소송도 소송이지만 애플 소비자들은 충성 고객이 많아, 기업 신뢰도가 무너진 것에 대한  반발이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애플은 ‘앱등이’(골수 애플 마니아층을 지칭하는 은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을 만큼 소비자 충성도가 높았다.

실제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소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오가는 상황이다. 한 아이폰 사용자는 “단순 제품 사양도 문제지만, 소비자를 배신하고 기만했다는 점에서 애플은 어떤 형태로든 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 휴대폰 대리점주 역시 “우리 점포만 가지고 평균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벌써부터 아이폰 배터리 문제를 거론하면서 다른 제조사를 찾는 고객을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 당분간은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신제품 아이폰X 판매도 부정적 전망을 보이고 있다. 실제 미국 현지의 주요 분석기관들을 중심으로 아이폰X 의 판매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미국 리서치 회사 JL워런캐피털은 지난 22일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부품 공급사에 대한 주문량을 줄였다. 아이폰X 판매량이 2017년 4분기 3000만 대에서 2018년 1분기 2500만 대로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의 주가 역시 하향세를 면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아이폰X 판매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자 애플의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같은 날 애플의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22일 대비 2.54% 하락한 170.57달러에 마감했다.

아울러 애플의 주가 급락은 주식 시장 전반을 압박했다. 아이폰X 수요 부진 소식에 대만 증시에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 부품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이 애플 하락을 촉발했다.

한편 애플은 배터리 게이트 사태와 관련해 사과문을 내고, 2018년 말까지 배터리 교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준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애플은 공식 웹페이지를 통해 “많은 오해가 있었기 때문에 몇 가지 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해 알려드린다”며 “애플은 제품의 수명을 의도적으로 단축시키거나 사용자 환경을 저하시켜 고객의 기기 교체를 유도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또 애플은 “모든 충전식 배터리는 화학적으로 수명이 짧고 충전 기능이 약해지는 소모성 부품”이라며 “충전 상태가 낮은 경우 피크 에너지 부하를 전달하기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기기가 예기치 않게 일부 상황에서 스스로 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시스템 종료를 피하기 위해 최고 작업 중 전원 관리를 향상시키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약 1년 전부터 해왔다고 인정했다. 해당 과정에서 일부 사용자가 앱 실행 시간이 길어지는 등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배터리 교체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 1월 말부터 12월까지 아이폰6 이상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중 보증 기간이 만료된 경우 배터리를 29달러에 교체할 수 있다. 기존 배터리 교체 비용은 79달러로 50달러를 지원하는 꼴. 더불어 내년 초 사용자가 아이폰 배터리 상태를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을 담은 iOS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애플은 “고객의 신뢰가 모든 것을 의미한다”며 “고객의 신뢰를 얻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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