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화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방치하면 고질병 키우는 ‘10대 여성 월경통’
[한동화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방치하면 고질병 키우는 ‘10대 여성 월경통’
  • 정리=김정아 기자
  • 입력 2018-01-02 14:32
  • 승인 2018.01.02 14:32
  • 호수 1235
  • 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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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통은 가임기 여성의 절반이 가지고 있는 아주 흔한 질환으로 여자라면 평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적 있는 통증 중에 하나다. 월경통은 월경 중에 혹은 월경 기간을 전후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는 하복부, 치골상부, 허리, 골반부 등에 주로 나타난다. 또한 통증의 강도는 심하지 않은 것부터 매우 극심한 것까지 다양하다. 

특히 젊은 10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월경통을 ‘원발성월경통’이라 한다. 원발성월경통은 골반에 기질적인 병변이 없이 유발되는 것으로 골반 내 근원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속발성월경통’ 과 구분된다. 

비정상적 자궁 수축으로 통증 발생

이 시기에는 여성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 프로스타글란딘(PG) 이라는 체내물질이 증가하여 자궁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면서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주로 월경이 시작되기 전부터 생리 시작 직후 2~3일 정도가 가장 통증이 심하고 이후에는 서서히 감소하게 된다. 원발성월경통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검사를 통해 골반 내 병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동통이 월경주기에 맞게 주기적인 양상을 보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원발성월경통은 속발성월경통에 비해 다소 기능적인 측면이 강해 예후가 양호하다고 보고 진통제 투여를 이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부차적으로는 프로스타글란딘(PG)의 증가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이론적으로 진료하면 의사들은 정말 편하겠지만 실제 임상에서 10대 여성들을 상대할 때의 의료 현실은 이렇게 교과서적이지 않다.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 여성이 엄마와 함께 내원했다. 분명히 초진 차트에는 ‘복통’을 주소로 내원이라고 했는데 무언가 숨기는 듯 하는 표정이였고 얼굴의 하관이 얇게 빠지며 아랫배가 찬 전형적인 소양인처럼 보였다. 체형망진, 진맥, 복진 등을 통해 자궁허냉(子宮虛冷)이 의심이 되었다. “어머님, 따님께서 생리통 심하죠? 아랫배도 항상 차죠?” 라고 물었다. 부모는 심하게 놀라며 “선생님 어떻게 아셨습니까? 사실 그 것 때문에 왔어요.” 라고 했지만 “제겐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아직 따님 본인 입으로 말하기에 좀 불편할 것 같아 확인차 여쭤 봐 드린 겁니다.” 라고 말했다. 아마 그 여학생은 마음이 굉장히 편했을 것이다. 월경통을 주소로 왔지만 부끄러워서 간호사에게는 “그냥 배가 최근 들어 많이 아프다. 복통(腹痛)이 있다“ 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10대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월경통과 같은 질환은 병원에 가서 말하기는 부끄럽고 심적으로 부담이 되니 증상이 있어도 방치하거나, 진통제를 먹어가며 버티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 실제 초경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학생들의 경우 월경주기에 통증이 심해도 주위에 말하기 부끄러워 “나는 조금 예민한가 보다.”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통증이 심한 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며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다들 주변 여성들이 월경통이 있을 때마다 진통제로 버티는 것을 보고 “여자는 원래 이렇게 사는가 보다“ 하며 체념하고 본인도 진통제에만 의존하는 케이스도 굉장히 많다. 하지만 사실 진통제는 일시적인 통증감소만 유도할 뿐 실제로는 월경통이 근본적으로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월경통 그 자체만이 아니라 월경통을 일으키는 질병들을 조기 진단, 조기 치료하지 않아 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10대 여성의 경우 증상 발생 시점에서 진단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0년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 연구를 보면 원래는 20~30대 여성의 대표적인 자궁 질환이었던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증'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10대의 경우도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10대 여성이라도 일반적인 생리통보다 매우 심한 생리통인 경우, 길어진 생리 기간, 늘어나거나 줄어든 생리양, 검은 생리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증을 반드시 의심해볼 수 있다. 

10대 여성의 월경통은 한방에서는 주로 기체통(氣滯痛) 및 골반 내 어혈(瘀血)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기체통(氣滯痛) 이란 ‘기가 체했다’ 즉, 기가 막힌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일이 마음대로 안 될 때 신경이 예민한 상태에서 많이 발생하게 된다. 

수증치료로 골반 내 혈액순환 도와야

특히 학교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예민한 10대 여성들에게 기체통은 매우 흔한 증상이다. 기체통으로 인해 월경통이 있을 때는 아랫배를 포함해 유방, 허리 등 신체 다양한 부위가 아픈 것이 특징이다. 골반 내 어혈이란 말 그대로 골반계(하복부, 자궁)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노폐물이 쌓여 어혈이 된 것을 의미한다. 한방치료는 이에 따라 수증치료를 실시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계지복령환, 당귀작약산, 온경탕, 도핵승기탕 등이 많이 사용되는 처방이다. 참고로 사상체질에서는 신장(腎臟)의 양기(陽氣)가 부족하여 아랫배가 차고 추위를 많이 타는 소양인 체질의 여성들에게 월경통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경통에 대해서는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서양의학의 진통제가 통증을 없애는 즉효성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다만 프로스타글란딘(PG) 억제제 같은 경우는 위장 장애도 유발하기에 부작용을 유의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국소증상인 골반 내 장기의 울혈 및 어혈현상을 없애고 몸을 편안하게 하여 자궁의 기혈 순환을 개선하여 근본적으로 병태를 개선하는 치료이다. 하지만 월경통을 속히 경감시키는 즉효성은 진통제에 비해 떨어진다. 그렇기에 환자들의 올바른 판단에 따라 한, 양방의 치료를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치료를 선택하길 바란다. 

이제는 아무리 10대라고 해서 다 안전한 것이 아니다. 진통제를 먹어서 되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특히 출산과 성장을 앞둔 10대 여성일 일수록 부모와 친지들과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주변의 시선이 의식되어 혼자서 끙끙 앓거나 방치하게 되면 앞서 말한 것처럼 병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월경통이 있다면 반드시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고, 적당한 운동 및 생활습관은 자궁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파주시보건소 한의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