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공존’ 꿈꾸나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새해는 (북한) 공화국 창건 70돌이며,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가 있는 해”라며 “남조선에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는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성과적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핵무력은 미국의 어떤 핵위협도 분쇄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이라며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고 호언했다. 전문가들은 평창올림픽을 북핵 문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힘을 받게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북한이 비공식적으로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핵 무력 완성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미 협상에서 과거처럼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의 ‘공존’을 촉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평창올림픽 참가가 김 위원장의 이미지 개선과 북한이 국제고립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평창올림픽 활용해 국면전환 모색
국제사회 고립 탈피 가능할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유화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검토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평창올림픽을 활용한 국면전환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북한연구학회 주최로 진행된 ‘2018 북한 신년사 분석과 한반도 정세 전망’ 심포지엄에서 “북한은 정권 창건 70주년과 평창올림픽을 ‘민족적 대사’로 표현하며 국면전환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활용한 대화 모드로 국면전환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홍 실장은 “미국에 대한 직접 언급을 자제해 대북정책의 변화를 관망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남북관계를 국면전환의 교두보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연합 훈련, 다방면 교류협력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철회 등을 제기하고 있어 이후 대화 진행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대북제재 등을 전술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 발사장치인 ‘핵단추’를 대외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홍 실장은 “미국과 대등한 ‘균형’을 갖추게 됐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수사”라고 해석했다. 또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맞춰 전략 도발보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피하면서 실전화와 은밀성을 효과적으로 과시하는 차원의 군사적 활동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홍 실장은 “올해 상반기 평창올림픽 참가와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도발을 자제하면서 북미 대화의 조건을 자연스럽게 충족시킨 후 중·하반기 북미 당국 간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 고립에서
벗어나려 안간힘?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도 “평창올림픽 참가를 김 위원장의 이미지 개선과 국제고립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부소장은 “김 위원장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에서 선(先)통남을 통해 미국과 대화 및 제재 완화하려는 우회전략을 보였다”며 “북미대화가 잘 풀리지 않으니 남북관계 개선을 토대로 북한의 고립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고 공격할 경우에 핵 공격한다는 도발적 노선 유지와 대외적으로 평화를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북한의 이중적 태도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이번 신년사는 악화일로의 한반도 정세 속에 남북대화에 전향적인 의사를 보임으로써 위기국면의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의했을 때 북한이 호응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며 “최근 수년간 적대와 긴장이 이번 기회에 완화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기회를 갖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美‧中 언론
김정은 신년사 촉각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3일 남한과 북한 간 관계개선을 제시했던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난 뒤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 경제자립 등을 강조하면서도 국제사회에 대한 핵위협을 여전히 하고 있어 이번 신년사는 협상 전술이거나 더 불안정한 상황을 알려주는 지표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북 제재의 악영향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으나 굴복하는 것을 거부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유래 없는 엄혹한 도전들” 또는 “생존을 위협하는 제재와 봉쇄”라고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맞서기 위한 김 위원장의 전략은 “자주성”과 “국가 경제의 주체성”이었다. 그러면서 “화력발전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것” 등 세부사항을 제공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석탄 수입량을 줄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 국영 중앙(CC)TV는 북한이 스포츠 교류로 한반도에 해빙 무드가 관측되고 있다고 지난 3일 전했다. CCTV는 지난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지만 남북간 스포츠 교류는 지속됐고 몇 번의 관계 개선 돌파가 있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또 북한 대표단이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에서 북한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참석을 언급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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