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n 여행 이야기] 유라시아대륙을 항해하는 레일크루즈…세 번째 여정
[Go-On 여행 이야기] 유라시아대륙을 항해하는 레일크루즈…세 번째 여정
  • 프리랜서 박건우 기자
  • 입력 2018-01-04 17:22
  • 승인 2018.01.04 17:22
  • 호수 1235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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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트랜스-시베리안 익스프레스’
몽골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어달리는 럭셔리 레일크루즈, ‘그랜드 트랜스-시베리안 익스프레스’보다 품격 높은 여정으로 유라시아 대륙횡단의 꿈을 선사하는 여행자들의 새로운 로망.

피아노 선율이 함께하는 열차의 밤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다시 열차에 탑승하면 어느새 저녁식사 시간.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와 열차의 공기를 한결 부드럽고 우아하게 만들어 준다. GTSE 투어도 어느새 중반을 넘어선 시점. 같은 그룹에 속한 여행자들과의 인연이 각자의 카메라에 한 장, 두 장 쌓여가는 때.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도 이어지는 피아노 연주에 차와 커피, 맥주와 와인 주문이 이어지고 소소한 이야기들로 열차의 밤은 깊어 간다.
 
         Day 10, 노보시비르스크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출발한 열차는 12시간 후인 아침 8시쯤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한다. 기차에서 내리면 플랫폼에서 한바탕 신나는 공연이 펼쳐져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 온 도시의 젊고 활기찬 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는 매우 넓지만 중심가는 레닌 광장에 집중돼 있어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여행지를 둘러볼 수 있으며, 왕복 1시간 20분이 소요되는 열차 박물관까지 다녀와도 오후를 넘기지 않는다. 호텔 아지뭇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 후 노보시비르스크 기차역으로 다시 돌아온다.
 
         황무지에 핀 꽃, 노보시비르스크
 
지금의 노보시비르스크는 시베리아의 중심 도시 중 하나이지만 그 시작은 척박한 시베리아에 철도를 연결하러 온 인부들이 모여 살던 작은 마을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땅이 짧은 시간 안에 시베리아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 것은 역시 시베리아 횡단철도 덕분이다. 교통의 요충지이자 탄탄한 공업에 기반을 둔 첨단과학의 산실 그리고 날로 발전하는 문화예술까지,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핀 꽃들이 시베리아로 퍼져 나가고 있다.
 
         ▲ 레닌 광장
 
레닌 광장에는 외투를 휘날리며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서 있는 레닌 동상이 있다. 결연한 표정의 레닌 동상은 러시아 전체에서 가장 멋진 레닌 동상으로 평가받는다. 레닌의 좌우로 혁명의 원동력을 상징하는 노동자, 군인, 농민의 동상 그리고 횃불을 든 남성과 이삭을 든 여성 동상이 함께 광장을 지키고 있다. 동상 뒤에는 시베리아의 콜로세움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국립 오페라 발레 극장이 있다. 볼쇼이 극장을 넘어선 러시아에서 가장 큰 극장이다.
 
         ▲ 알렉산드르 넵스키 사원
 
시베리아 횡단철도 건설을 지시한 알렉산드르 3세를 기리기 위해 1899년에 세워졌다. 붉은 벽돌로 만든 비잔틴 양식의 건물로 금색 돔과 내부를 꾸미는 화려한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영화 잡지 인쇄소, 극장 등으로 사용됐으며 2000년대에 이르러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 오비강 철교 & 알렉산드르 3세
 
노보시비르스크는 오비강 철교 공사를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에서 시작됐다. 1897년에 건설된 1차선의 오비강 철교는 1931년 그 옆에 새로 생긴 2차선 철교에 그 의무를 넘겨주었고, 지금은 교각 한 구간만이 기념으로 남아 있다. 철교 앞에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건설을 명령했던 알렉산드르 3세의 동상이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러시아어 강의 첫째 시간, 알파벳
 
노보시비르스크 기차역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한 열차는 예카테린부르크까지 24시간 동안 철로를 달린다. GTSE 투어 여정 중 가장 긴 이동인 만큼 이 구간에서는 다양한 열차 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첫 번째는 러시아어 강의. 그림처럼 보이는 낯선 언어이지만 막상 하나하나 살펴보면 영어 알파벳과 닮은 모양에 발음까지 비슷한 문자가 생각보다 많다. 1시간 정도 진행되는 강의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간단한 러시아 단어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알파벳만 외워도 단어와 문장을 읽고 뜻을 유추할 수 있으니 시베리아 횡단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배워 둔다면 좀 더 풍성한 여행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시베리아’다운 풍경
 
긴 열차 이동이 지루할 것 같지만 막상 여정이 시작되면 생각보다 촘촘한 일정에 열차 안에서 그리 한가할 틈이 없다. 때문에 러시아어 강의가 끝난 후 간만에 찾아오는 여유로운 시간은 더없이 만족스럽다.
        그래서일까. 차창 밖 풍경이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두 눈에 담긴다. 노보시비르스크를 떠난 후 광대한 초원과 작은 호수들, 그리고 하얀 자작나무 숲들이 펼쳐지는 구간이야말로 가장 ‘시베리아’다운 풍경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Day 11 to 12, 예카테린부르크
 
다채로운 열차 내 프로그램 덕분에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24시간도 훌쩍 지나간다. 예카테린부르크 기차역에 내려 투어버스를 타고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은 피의 성당.
      점심식사 후 오후에는 유라시아대륙의 분기점을 비롯해 시내의 주요 여행지들을 둘러본다. 투어를 마치면 하얏트 호텔에 체크인한 뒤,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자유시간을 갖는다. 호텔이 시내 중심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잠시 시간을 내 시내 구경을 다녀오는 것도 괜찮다.
 
     보드카 테이스팅 & 댄스 타임
 
절인 오이, 생선을 곁들인 흑빵, 올리브, 토마토 등은 보드카 테이스팅을 위한 준비물이다. GTSE 투어 오퍼레이터와 열차의 캡틴 그리고 각 그룹 담당 가이드들이 러시아의 전통의상을 입고 등장해 서로 다른 종류의 보드카를 따라주고 돌아가며 건배 제의를 한다.
     흔히 알고 있는 투명한 보드카부터 베리를 첨가해 고운 빛이 감도는 과일 보드카, 상쾌한 향이 기분 좋게 코를 자극하는 허브 보드카 등을 차례로 음미할 수 있다. 보드카를 마시는 특별한 방법과 함께 보드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보드카는 반드시 한 번에 마셔야 하며,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머리카락 냄새를 안주 삼아 보드카를 마시기도 했다고. 보드카 테이스팅 뒤에 이어지는 저녁식사에는 자연스럽게 술이 곁들여져 일정표에는 없는 신나는 댄스 타임으로 이어진다.
 
러시아어 강의 두 번째 시간, 기초 회화
 
예카테린부르크로 향하는 길에 시간대가 또다시 변경되며 시계를 2시간 더 빠르게 조정해야 한다. 두 번째 러시아어 강의 시간. 한 걸음 더 나아가 간단한 인사말과 이름이나 국적 등을 묻고 답하는 기본적인 회화를 배우는 시간이다.
     쉽고 간단한 회화이기 때문에 알파벳을 다 외우지 않았더라도 따라가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러시아어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다 보면 능숙하지는 않아도 간단한 인사말 몇 가지는 금방 익힐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 예카테린부르크
 
표트르 대제는 강한 러시아 건설을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 우랄 산맥의 광물 개발을 지시했고 이를 위해 부인 예카테리나 1세의 이름을 따서 예카테린부르크를 세웠다. 광물 산업의 발달과 철도 연결로 예카테린부르크는 빠르게 성장하며 시베리아 개발의 중심도시 역할을 해오고 있다.
 
       ▲ 유라시아 분기점
 
예카테린부르크는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분기점이며 이를 나타내는 조형물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중 에펠탑 모양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 분기점은 시내에서 약 13km 떨어진 곳으로 여러 분기점 중 가장 가깝다. 분기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도시의 거리가 표시돼 있는 푯말을 지나면 작은 광장 한쪽에는 유럽, 다른 한쪽에는 아시아라고 글자가 적혀 있는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다. 반드시 기념사진을 남기고 갈 것.
 
       ▲ 피의 성당
 
1918년 러시아혁명으로 니콜라이 2세가 퇴위하고 11월에 레닌을 필두로 한 볼셰비키 정권이 들어섰다. 니콜라이 2세는 퇴위 후 볼셰비키의 명령 하에 여러 도시에 머물렀는데 마지막으로 머문 곳이 바로 예카테린부르크였다. 후환을 사전에 막기 위해 볼셰비키들은 황제를 비롯한 가족 전체를 총살했고 제정러시아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시간이 흘러 러시아 정교회에서 니콜라이 2세와 그 가족들을 모두 순교자 및 성인으로 추대했고 2003년 그들이 총살당한 자리에 그들을 기리는 피의 사원이 세워졌다.
 
     
     마지막 열차 이동
 
18시간의 마지막 열차 이동 구간. 모스크바에서의 일정이 남아 있지만 여정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시점이다.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열차에서의 마지막이 된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마지막 오후 시간을 흘려보낸다. 드문드문 등장했던 마을이 나타나는 빈도가 높아지고 시베리아 소나무는 시베리아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차창 밖 풍경을 채운다.

늦은 오후 그룹별로 클래식 피아노 공연을 감상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최후의 만찬이 준비된다. 열차의 캡틴을 비롯해 조 리장, 의사, 피아니스트와는 작별 인사를 나누는 시간. 어느새 여정이 무사히 마지막까지 온 것에 감사하며 작별의 건배를 나눈다.
    투어 오퍼레이터가 한 사람 한 사람 시베리아 횡단열차 증서를 나누어 주는 것으로 열차에서의 공식적인 프로그램은 마무리된다. 마지막 밤이 아쉬운 이들을 위해 피아노가 연주되고 밤늦게까지 음악과 함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침이 밝으면 시간을 다시 한번 2시간 앞으로 당긴다.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준 침대를 접고, 짐을 정리한 채 도시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곧 열차의 종점, 모스크바다.
 
Day 13 to 14, 모스크바
 
열차는 멈췄지만 모스크바에서의 일정은 빈틈없이 진행된다. 대기하고 있는 투어버스로 갈아타고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시내의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도보로 붉은 광장과 크렘린 궁전 일대를 둘러보고 늦은 오후 5성급 힐튼 호텔에 체크인한 후, 호텔 레스토랑에서 여정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늦은 밤까지 활기가 넘치는 도시, 모스크바에서는 밤에도 일정이 이어진다.
   지하철을 타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사를 둘러보고 버스를 타고 도시의 야경을 보는 것으로 공식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다.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나면 하나둘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간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