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n 여행 이야기] 당신은 알프스와 함께 빛난다, 인스부르크
[Go-On 여행 이야기] 당신은 알프스와 함께 빛난다, 인스부르크
  • 프리랜서 이곤 기자
  • 입력 2018-01-08 14:24
  • 승인 2018.01.08 14:24
  • 호수 1236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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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하얀색 축복이다. 아침의 고요함이 지나면 오후의 찬란함이 시작되고 은은한 밤의 정경은 이 도시에 눈처럼 내려 알프스와 함께 하나의 풍경으로 남는다. 하얀 설산처럼, 반짝이는 수정처럼 그리고 그저 인스부르크처럼. 당신이 있어 영원히 빛날 곳.
 
오스트리아 서쪽. 독일 남부의 국경 마을인 가르미슈까지는 차로 30분. 언어와 풍습이 이웃한 독일과 많이 비슷하지만 풍광만큼은 완전히 다른 인스부르크. 티롤주(인스부르크가 속한 주의 이름)의 하얀색 심장 인스부르크는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인’ 강이 다리라는 뜻의 ‘부크’와 합쳐져 도시의 이름이 만들어졌다.

크지 않은 도시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설산을 볼 수 있고 그런 알프스는 인스부르크를 가만히 보듬고 또 살며시 감싸준다. 언제나 여유롭고 안정적이며 모든 흐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 당신의 일상이 쉼을 원할 때, 말없이 인스부르크는 이곳에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

우선 인스부르크를 넘어 오스트리아에선 이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1717~1780). 13세기부터 20세기가 시작될 때까지 유럽을 통틀어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예로운 왕비.
        그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활동 당시 왕가의 모든 정치와 행동에 왕보다 더 깊숙하게 관여해 왕가의 위상을 드높이며 합스부르크가를 유럽 제일의 명문가로 인정받는 데 지대한 공헌을 이루었다.
        인스부르크에서는 그녀를 추앙하기 위해 기꺼이 길 하나를 그녀에게 헌정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모습의 거리는 건물 외벽의 색감도 형식도 같지 않고 높낮이도 조금씩 다르지만 그런 정경이 한데 어우러져 오히려 묘한 통일감을 준다.

인스부르크 시내여행의 출발지이자 모든 사람들이 인스부르크를 여행할 때 적어도 한 번은 걷는 곳.
 
        황금지붕

인스부르크를 빛나게 하는 것 두 가지. 알프스가 인스부르크를 하얗게 빛내고 있다면 황금 지붕은 이 거리를 금빛으로 반짝이게 한다. 1420년 티롤을 다스리는 군주의 저택으로 지어진 이 건물에는 특별한 발코니가 있다.

황제 막시밀리안 1세가 광장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발코니 위에 황금지붕이 얹혀 인스부르크를 금빛으로 표현하게 됐다.
       도금된 2657개의 동판으로 만든 하나의 작품은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로 주변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현 시대 인스부르크의 황금빛 문장. 크기가 조금 작은 감이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인스부르크의 무게감은 알프스와 황금궁전이 떠받들고 있다.
 
시 첨탑

계단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인스부르크 시가지 와 바로 앞의 황금지붕 그리고 무엇보다 알프 스의 자락들이 한눈에 담긴다.

148개의 계단은 유럽의 여느 성당들에 비해 정상에 오르는 계 단수가 적은 편이어서 부담이 없다. 15세기에 지어진 인스부르크 중심가 최고 높이의 건물로 51m. 알프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마땅히 시원하고 맑아서 단순히 바람을 쐬기 위해 올라가도 좋을 곳이다.
      형형색색의 인스부르크 시내의 건물들이 초록의 산, 알프스의 하얀 눈과 함께 조합을 이루면 인스부르크는 이곳에서 그림으로 남는다.
 
개선문

개선문은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 남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개선문을 지나면 이 거리의 주인 공인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와 곧바로 연결되는 셈. 파리의 개선문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정갈해 인스부르크라는 도시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1756년에 지어진 건물로 여왕이 훗날 오스트리아의 황제가 된 레오폴드 2세와 스페인 공주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결혼식 당일 여왕의 남편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바람에 비운의 개선문이 됐다.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결혼식을 동시에 추도, 축복하는 극적인 드라마가 된 개선문. 마리아 테레지아의 입구.
 
성 안나 기념탑

티롤을 침공한 바이에른 군대의 퇴치를 기념하기 위해 1703년에 세워졌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성금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므로 탑 이전에 인스부르크 사람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모인 상징이라고 할 수 있고, 그렇기에 인스부르크의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

알프스는 언제 어디서라도 볼 수 있으니 어쩌면 인스부르크 최고의 방문지는 이곳일지도 모른다. 크리스털이라는 보석 아닌 보석 액세서리를 단숨에 예술의 장르로 바꿔버린 수정왕국의 세계, 스와로브스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 박물관은 인스부르크 인근 바텐스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인스부르크 대부분의 여행지가 오후에 일찍 문을 닫지만 이곳의 마감 시간은 저녁 8시 반. 넉넉하게 일정을 잡는다면 그들이 기꺼이 초대하는 수정의 세계에서 꿈같은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예술 그 이상의 위치로 격상된 여러 크리스털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 크리스털 월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독특한 대형 시설물이 눈길을 끈다.
    티롤 출신의 예술가 앙드레 헬러의 작품인 자이언트. 오래전 알프스에 살았다는, 인스부르크 지역 설화에 등장 하는 전설적인 수호신이다.
    거대한 얼굴의 형상은 입을 벌리고 끊임없이 물을 토해 내고 있고 그 물은 주변을 호수로 만들어 그 장면을 다시 투영해내고 있다.
    신비감 그리고 신기함. 작품의 예술성을 차치하고 이런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을 대표작으로 선택한 스와로브스키 오너의 안목에 큰 박수를 보낸다.
    왕국의 내부는 중앙홀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홀의 작품은 수시로 변경되지만 스와로브스키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지점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콜렉팅 되는 것은 당연하다. 키스 해링의 작품이 전면에 있는 것으로 스와로브스키가 바라보고 있는 지점은 이미 눈치챌 수 있다. 전위와 일상의 경계. 스와로브스키는 그 두 지점을 아우른다.
    전시실 내부에는 각 테마별로 분류된 다양하고 독특한 콘셉트의 전시물들이 꾸민다. 반갑게도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빛과 어둠 그리고 빛남과 빛냄. 새로운 세계, 확실히 이곳은 독특하다.
    외부에는 또 하나의 위대한 전시물이 기다리고 있다. 공중에 핀 꽃, 크리스털 스카이. 얼핏 먼지가 꽃이 된 듯 혹은 구름이 바람이 돼 날아가는 듯, 이 특이한 조형물은 앞서 보았던 자이언트와 함께 그들의 왕국을 대표한다.
    이 작품에 사용된 크리스털만 80만여 개. 시간에 따라 빛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시각각 다른 빛깔과 반짝임을 보인다. 보석과 쇼핑을 넘어 원초적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보고 싶다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 인스부르크 시내에서 셔틀버스가 무료로 운영된다.
 
   노르트케테

인스부르크를 주위에서 묵묵하게 감싸고 있는 노르트케테. 이곳은 알프스의 그리고 인스부르크의 정점이다.

심정적으로 또 수치상으로. 알프스 주변에 위치한 도시들 중 가장 규모가 큰 인스부르크는 그래서 알프스가 키운 알프스의 아들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높이가 해발 2300m에 이르기 때문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각각 나눠 타야 올라갈 수 있지만 시내에서 단 몇 분이 면 닿을 수 있다는 것도 노르트케테가 지닌 지리학적 장점. 이곳에 오르기 위해선 먼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유려한 곡선과 기하학적인 외형의 케이블카 역은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 의해 건축됐다. 동대문의 DDP를 떠올리면 금방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해가 가능할 것. 하류로 내려오면 더욱 거칠어진 인강의 물살이 드러나며 점점 더 알프스가 가까워져 온다. 케이블카는 널찍해서 공간 또한 여유롭다.
   케이블카는 먼저 홍거부르크에 선다. 이곳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8분. 이미 알프스의 깊숙한 곳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곳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인 하펠레 카르까지 오른다. 겨울 시즌이 시작되는 12월부터 여전히 눈이 충분하다는 4월까지 부지런히 스키어들은 이곳에 올라 알프스와 인스부르크를 한꺼번에 즐긴다. 하루 동안에 하이힐과 스키가 동시에 가능한 곳,
   인스부르크를 겨울 레포츠의 왕국이자 수도라 부르는 이유이다. 정상에 서면 눈앞에 보이는 것은 멀리 다른 알프스의 봉우리들과 인스부르크의 파노라마. 그리고 마침 파란 하늘을 날아가며 길게 흔적을 남기는 비행기의 꼬리. 일상이라는 이름이 일탈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멀리 날아가는 순간이다.
   인스부르크와 알프스를 양쪽으로 나눠, 둘 모두를 손에 들고 있는 노르트케테. 알프스의 아들이자, 인스부르크의 왕. 작은 인스부르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압도적인 풍경이다.
 
   암브라스 성

암브라스 성은 인스부르크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만날 수 있다. 
  르네상스 풍의 성은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며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으로 인스부르크와 아주 잘 닮아 있다. 인스부르크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정원과도 같은 공간. 녹색의 숲에 있는 백색의 성. 말 그대로 그림이다.
  성은 얼핏 현대적인 건물처럼 보이지만 11세기에 처음 지어진, 1000년이 넘는 건물로 16세기 후반에 페르디난드 2세가 그의 평민 출신 아내인 필리피네에게 결혼 선물로 주면서 개축됐다.
  암브라스 성은 먼저 왼편의 하궁으로 불리던 군사박물관부터 관람을 시작한다. 전시실 내부에는 페르디난트가 수집한 갖가지 콜렉션이 전시돼 있는데, 특히 중세 기사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돼 있어 당시의 현실감을 더한다.
  르네상스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콜렉터인 페르디난트의 수집품은 거의 빈 박물관 등으로 옮겨졌지만 이곳 전시품의 양도 상당한 수준. 아무래도 암브라스 성 최고의 장면은 스페인홀이다.
  사람이 거의 없는 이른 아침에 성을 방문한다면 조금의 미동도 없이 고고한 모습의 콘서트 홀을 볼 수 있다.

매년 여름 바로크와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 음악회가 열리고 있어 오스트리아는 물론 알프스 넘어 독일의 클래식 팬들까지 찾아오는 공연장. 웅장한 클래식 음악이 함께 했다면 좋았겠지만 오히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의 화려한 적막감마저 좋았던 곳. 성의 안쪽으로는 요새처럼 사방이 막힌 장방형의 공간이 나온다.
  회백색으로 입체감을 더하는 작은 광장이다. 입구에 자리한 군사박물관 반대편의 전시실에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 하나 있는데, 얼굴이 온통 털로 뒤덮인 남성의 초상화 ‘Hairy Faced Man’이라는 작품이다.
  암브라스 증후군이라는 학명까지 붙은 이 기묘한 모습의 남성과 그의 딸로 보이는 여자 아이의 그림이 암브라스 성에 묘한 비밀을 남겨놓았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