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서쪽. 독일 남부의 국경 마을인 가르미슈까지는 차로 30분. 언어와 풍습이 이웃한 독일과 많이 비슷하지만 풍광만큼은 완전히 다른 인스부르크. 티롤주(인스부르크가 속한 주의 이름)의 하얀색 심장 인스부르크는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인’ 강이 다리라는 뜻의 ‘부크’와 합쳐져 도시의 이름이 만들어졌다.
크지 않은 도시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설산을 볼 수 있고 그런 알프스는 인스부르크를 가만히 보듬고 또 살며시 감싸준다. 언제나 여유롭고 안정적이며 모든 흐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 당신의 일상이 쉼을 원할 때, 말없이 인스부르크는 이곳에 있다.
우선 인스부르크를 넘어 오스트리아에선 이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1717~1780). 13세기부터 20세기가 시작될 때까지 유럽을 통틀어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예로운 왕비.
인스부르크 시내여행의 출발지이자 모든 사람들이 인스부르크를 여행할 때 적어도 한 번은 걷는 곳.
인스부르크를 빛나게 하는 것 두 가지. 알프스가 인스부르크를 하얗게 빛내고 있다면 황금 지붕은 이 거리를 금빛으로 반짝이게 한다. 1420년 티롤을 다스리는 군주의 저택으로 지어진 이 건물에는 특별한 발코니가 있다.
황제 막시밀리안 1세가 광장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발코니 위에 황금지붕이 얹혀 인스부르크를 금빛으로 표현하게 됐다.
현 시대 인스부르크의 황금빛 문장. 크기가 조금 작은 감이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인스부르크의 무게감은 알프스와 황금궁전이 떠받들고 있다.
시 첨탑
계단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인스부르크 시가지 와 바로 앞의 황금지붕 그리고 무엇보다 알프 스의 자락들이 한눈에 담긴다.
148개의 계단은 유럽의 여느 성당들에 비해 정상에 오르는 계 단수가 적은 편이어서 부담이 없다. 15세기에 지어진 인스부르크 중심가 최고 높이의 건물로 51m. 알프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마땅히 시원하고 맑아서 단순히 바람을 쐬기 위해 올라가도 좋을 곳이다.
개선문
개선문은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 남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개선문을 지나면 이 거리의 주인 공인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와 곧바로 연결되는 셈. 파리의 개선문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정갈해 인스부르크라는 도시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결혼식을 동시에 추도, 축복하는 극적인 드라마가 된 개선문. 마리아 테레지아의 입구.
성 안나 기념탑
티롤을 침공한 바이에른 군대의 퇴치를 기념하기 위해 1703년에 세워졌다.
알프스는 언제 어디서라도 볼 수 있으니 어쩌면 인스부르크 최고의 방문지는 이곳일지도 모른다. 크리스털이라는 보석 아닌 보석 액세서리를 단숨에 예술의 장르로 바꿔버린 수정왕국의 세계, 스와로브스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 박물관은 인스부르크 인근 바텐스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인스부르크를 주위에서 묵묵하게 감싸고 있는 노르트케테. 이곳은 알프스의 그리고 인스부르크의 정점이다.
심정적으로 또 수치상으로. 알프스 주변에 위치한 도시들 중 가장 규모가 큰 인스부르크는 그래서 알프스가 키운 알프스의 아들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암브라스 성은 인스부르크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만날 수 있다.
매년 여름 바로크와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 음악회가 열리고 있어 오스트리아는 물론 알프스 넘어 독일의 클래식 팬들까지 찾아오는 공연장. 웅장한 클래식 음악이 함께 했다면 좋았겠지만 오히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의 화려한 적막감마저 좋았던 곳. 성의 안쪽으로는 요새처럼 사방이 막힌 장방형의 공간이 나온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프리랜서 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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