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는 일도 못 하나요”···입사 취소된 사연
“대머리는 일도 못 하나요”···입사 취소된 사연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8-01-11 11:18
  • 승인 2018.01.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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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판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기업의 근로자 채용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가 지원자의 외모를 보고 채용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이 같은 상황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기업의 외모지상주의 여전···여성은 ‘키’가 곧 스펙?

인권위는 지난 2015년 8월 A회사 건설관리 분야에 지원했다가 대머리라서 채용을 거부당했다는 최모씨의 진정에 대해 채용과정에서 외모 차별을 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해당업체에 권고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2015년 8월 A회사 직원기숙사 시설 관리 업무를 하는 시설관리직에 입사 지원을 했다.

A회사는 최 씨의 이력서와 자격증을 보고 업무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최 씨에게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 씨는 채용이 결정되자 회사 근처 숙소까지 구한 뒤 같은 해 9월 16일 A회사의 안내에 따라 첫 출근을 했다.

그러나 A회사는 다른 2명의 지원자에게 근로계약서 등을 작성케 했으나 최 씨는 따로 불러 “죄송하게 됐다.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채용 취소를 통보했다.

A회사 인사팀장은 최 씨에게 “현장소장에게 진정인의 인상착의를 통보한 결과 대머리이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인사팀장은 용모와 복장도 기술역량만큼 중요함을 설명하며 최 씨에게 “가발 착용을 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최 씨는 “가발 착용은 못하겠다”고 답했다.

최 씨가 “현장소장과 일면식도 없으며 대머리는 보일러 가동도 못하고 공조기 가동도 못하는 것인지 너무 황당하다”고 호소하자 인사팀장은 다른 회사 입사를 제안했다.

A회사 측은 최 씨의 경험과 기술이 미흡하고 고객친화력과 대인관계에서도 부족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 해명했으나 인권위는 고용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인사팀장이 채용불가를 통보하며 동종의 다른 시설관리업체에 최 씨를 추천한 점 등을 감안하면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채용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A회사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탈모로 인한 대머리의 경우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 좌우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에 해당하는 신체적 조건”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이유로 채용에 있어 불이익을 주거나 가발착용 의사를 확인하는 행위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고용상의 차별행위”라고 강조했다.

대머리로 인한 고용 차별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에도 인권위는 대머리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당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월 24일 인력 채용 시 업무상 필요성과 무관하게 외모를 이유로 배제하는 일이 없도록 B호텔 대표이사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C씨는 지난 2016년 5월 B호텔의 연회행사 관련 단기 아르바이트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으며 채용담당자로부터 복장 규정 등의 주의사항과 함께 근무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같은 달 26일 출근했다.

C씨와 처음 대면한 채용 담당자는 C씨가 대머리임을 확인했다. 이후 B호텔 측 직원과 상의해 C씨에게 근무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C씨는 외모를 이유로 한 고용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호텔은 해당 연회행사의 인력채용은 협력업체에 의뢰해 진행한 것이고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협력업체 채용 담당자는 대머리의 채용이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 B호텔 담당직원과 상의해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양측 모두 대머리가 호텔접객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인권위는 “탈모현상이 개인이 조절하기 어려운 자연적인 현상에 해당하는 신체적 조건”이라며 “이를 사회통념상 호텔접객업에서 고객서비스에 부적합한 외모로 단정해 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용모 등 신체조건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키’로 스펙(학벌‧학점‧토익 점수 등의 평가요소)이 판단되는 현상이 나타나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키가 큰 여성일수록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취업이 유리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얻으며 소득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신앙‧연령‧신체조건‧사회적 신분‧출신지역‧학력‧출신학교‧성별‧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편견)을 해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키가 노동시장의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현실이 확인된 것.

지난 8일 배호중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의 ‘노동시장 이행과정에서의 신장 프리미엄’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고등학교 3학년인 4년제 대학 졸업생 50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까지 추적 조사를 벌인 결과 대학 졸업 당시 이들 가운데 41.1%가 취업을 했으며 10.4%는 양질의 일자리(300인 이상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 정규직)를 갖고 있었다. 첫 일자리 평균소득은 월 145만8000원 정도였다.

조사 대상 여성들의 평균키는 161.9cm로 평균 신장 범위는 157~166.8다. 단신은 157cm 이하 장신은 166.8cm 이상으로 규정했다. 특히 장신 여성은 졸업 당시 65.3%가 취업된 상태에 있었으나 단신 여성은 36.1%만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신 여성의 20%는 첫 직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었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은 4.2%에 불과했다. 장신 여성은 평균키 여성보다 취업 가능성이 3.4배 높았고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도 3배가량 높았다. 급여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장신 여성은 급여도 12.6% 높았다. 결국 여성의 키가 1cm 커질 때마다 대학졸업일을 기준으로 취업할 가능성이 8%,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가능성은 11% 높아지는 것. 소득 수준도 0.7%씩 늘었다.

배 전문연구원은 “신장이나 외모처럼 한 개인의 능력이 아닌 요인들이 노동시장에서 스펙으로 작용해 구직자에게 불안감을 주고 불필요한 사회적 소모가 생겨난다”면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직무·능력 중심’의 공정한 채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