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진실 밝혀라” 한나라 압박에 YS “기껏 도와줬더니 …” 분개현철씨 공천여부가 아직 변수 … 공천 못 받으면 결별 불가피할 듯“YS, 한나라와 결별시 더이상 현실정치 관여 힘들것” 분석도김영삼 전대통령(이하 YS)과 한나라당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안풍 (안기부 예산을 정치자금으로 불법 사용한 혐의)’사건과 ‘김현철씨 공천’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YS와 한나라당’간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지난해 대선에서 공개적으로 ‘이회창 지지’를 표명하는 등 그간 한나라당에 우호적이었던 YS가 ‘한나라당과 결별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최근’안풍’사건을 두고 YS측과 한나라당간 신경전이 뜨겁다. 법원은 지난 9월 23일 2년 8개월에 걸친 1심 재판과정을 끝내고 강삼재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 대해 중형을 선고, ‘안기부자금이 한나라당 선거자금 등에 무단 사용됐다’는 검찰측 공소사실을 상당부분 인정했다.

이번 판결로 여권으로부터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한나라당이 화살을 YS에게로 돌리고 있다.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YS가 안풍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YS를 압박하고 나섰다. 최 대표는 “당시 선거자금은 안기부 자금이 아님이 분명하다”며 “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 알고 있는 핵심자가 진실을 알고 있고, 때가 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국고의 선거 자금 전용을 부정하고 나서며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여기에 홍준표 의원이 국감장에서 공개적으로 YS의 대선자금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안기부 자금은 대선자금”이라며 “당시 YS의 사조직인 나사본(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 자금 130억원 중 70억원이 안기부 계좌로 들어갔다는 것은 재판부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남경필·오세훈·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도 YS가 이 문제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소장파 의원들은 ‘안풍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이어 심재철의원이 모 라디오 방송을 통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안기부 계좌추적을 해야 한다”며 “YS도 진실을 솔직히 밝히라”고 주장했다.이처럼 한나라당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안풍 사건과 관련해 YS 이름을 거명하며 압박하고 나서자, “한나라당과 YS가 결별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입방아가 신빙성을 더해가고 있다.정치권 한 인사는 “내년 총선에서, 특히 수도권에서 압승을 기대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YS는 버려야 할 카드’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상태”라며 “YS와 한나라당이 ‘안풍’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단절될 것이란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돌고 있다”고 밝혔다. YS측은 이와 같은 한나라당의 압박에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우선, YS의 최측근으로서 안풍 사건에 휘말려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강삼재 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한 숨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 의원의 은퇴 발언에는 한나라당에 대한 섭섭함이 깔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신한국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으로서는 ‘안풍 사건’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나라당이 ‘안풍 재판’에 무관심으로 일관, 강 의원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그간 강 의원측에서는 “당 지도부가 재판의 진행과정에 신경을 쓴 사람이 누가 있었느냐. 강 의원 혼자 싸웠다”라고 섭섭함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이와 함께 강 의원의 정계은퇴가 ‘YS 보호’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안풍과 관련, YS와의 연관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것. 즉 강 의원의 은퇴 발언이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YS에 대한 보호’라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YS측도 강 의원이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고, 이에 대한 항의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마당에 믿었던(?) 한나라당마저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자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YS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박종웅 의원도 한나라당의 YS공격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박의원은 “한나라당이 정부와 재판부를 상대로 정치투쟁을 벌일 생각은 않고 근거 없이 대선자금 운운하는 것은 사건의 초점을 잘못 잡은 것”이라며 한나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상도동의 한 관계자도 “YS가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 및 소장파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권의 정치공세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YS가 공개적으로 ‘이회창 지지’에 나서는 등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 한나라당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에 크게 실망하는 눈치다.

여기에 YS의 차남 현철씨의’공천 문제’도 YS와 한나라당간 갈등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 출마할 예정인 현철씨는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현철씨는 지난해 8·8 재보선때 마산 합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출마를 추진했지만, 한나라당 내부의 반발에 부딪히는 정치적 시련을 겪었다. 이후 현철씨는 무소속 출마도 고려했지만, YS가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만류, 그의 뜻이 무산된 바 있다. 경남 거제 지역구의 경우 YS의 입김이 강한 곳. 이에 따라 현철씨의 국회 입성을 위해서는 YS의 후광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 이에 현철씨는 당시 아버지의 뜻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YS가 적극적이다. YS는 지난 8월 휴가를 명분으로 거제를 방문, 지역인사들과 만나 아들 현철씨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에서 현철이가 국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YS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현철씨는 아버지의 입김 외에도 ‘한나라당 공천’을 강력히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게 되면 그만큼 당선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와 소장파 의원들은 ‘현철씨 공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물갈이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민정부’시절, ‘국정파탄’의 혐의를 받고 있는 현철씨에게 공천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모험이 따르기 때문이다.여기에 ‘현지역구에 김기춘 의원이 있는데, 무리하게 현철씨에게 공천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도 있다. 김기춘 의원도 “YS가 공천을 하는 사람이냐? 공천은 거제시민과 당원들이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반해 현철씨는”한나라당 공천 여부를 떠나 내년 총선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고 공식 표명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 YS측과 한나라당이 ‘안풍 사건’에 이어 ‘현철씨 공천’을 둘러싸고,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특히 “YS가 안풍 사건의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끝내 현철씨의 공천을 외면할 경우, 한나라당과 YS는 돌이킬 수 없는 갈등관계에 빠져들 것”이라며 ‘YS와 한나라당의 완전 결별설’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정치권에서는 YS가 한나라당과 결별을 선언할 경우, YS 위상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간 YS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여권에 ‘쓴 소리’를 하는 등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한나라당과 결별할 경우, YS는 더 이상 현실정치에 관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YS의 정치적 은퇴는 DJ의 침묵, JP의 몰락과 함께 3김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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