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남측대표단 이끈 조명균 통일부 장관
[인물탐구] 남측대표단 이끈 조명균 통일부 장관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8-01-12 14:24
  • 승인 2018.01.12 14:24
  • 호수 1237
  • 6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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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정부 남북 회담 대표 도맡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땐 ‘야인’ 생활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지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첫 번째 결실로 꼽힌다. 특히 이날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웠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남측 대표단을 이끈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다. 통일부 정통 관료 출신인 조 장관은 과거 대북 정책 실무를 맡았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엔 정치권을 떠나 ‘야인’으로 지냈다. 그랬던 그를 다시 불러낸 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이후 조 장관은 ‘흠잡을 데 없는 도덕성을 갖췄다’는 여야 의원들의 칭찬을 들으며 무난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 제39대 통일부 장관이 됐다.
 
   - ‘남북회담 베테랑’…2007년 盧-김정일 단독회담 배석
- ‘NLL 대화록 폐기 혐의’로 대법원 재판 중… 1, 2심은 무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남과 북은 이번 회담이 남북관계를 복원·발전시켜나가는 데 있어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측에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참가를 확정하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북한 고위급이 포함된 대표단이 참가하면서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이해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큰 그림’과 ‘디테일’ 모두 강해
文 정부 ‘정치통’이자 ‘회담통’

 
그는 이어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의 중요성에 대해 남과 북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며 “그간 남북한 대화와 교류 협력이 장기간 단절되면서 긴장과 불신이 조성됐지만, 그간 산적한 남북관계 현안 문제들을 풀어나갈 단초를 마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 역시 2년 만의 남북회담에서 일정 부분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한다. 당장 평창 겨울올림픽(2월 9~25일)과 패럴림픽(3월 9~18일)이 끝나는 3월 하순까지 일단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군사당국회담도 열기로 했다.
 
여기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대북 ‘정책통’이자 ‘회담통’인 조 장관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조 장관은 현재 통일부 모든 직원을 통틀어 가장 많은 남북 회담 대표 경력을 지녔다. 빠른 두뇌회전을 바탕으로 차분하고 유연한 태도로 남측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북측을 설득해 내는 데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조 장관은 1990년 중·후반부터 정부와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을 위한 회담 대표를 맡아 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북 구호물자 전달을 위한 남북 적십자 대표접촉에서 대표를 맡아 현재 이뤄지는 정부와 민간 차원 대북지원의 기초를 쌓았다. 이어 김대중 정부 들어 1999년 6월에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과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논의하는 차관급 회담 대표를 맡기도 했다.
 
조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남북회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의 회담 대표를 도맡았고 개성공단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북측과 다양한 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다. 조 장관은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안보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하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단독 회담에 배석하는 등 10·4 선언(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만든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 직원들에겐 ‘큰 그림’과 ‘디테일’ 모두에 강한 상관으로 회자된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쌀 지원 등 남북 간 실질 경제사업을 관장하고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새 대북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하는 청와대가 이 점을 크게 산 것으로 알려진다.
 
조 장관은 본부와 청와대를 오가며 정책과 전략을 두루 경험하고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 직접 참여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보직을 받지 못하고 ‘교육대기’ 상태로 머물렀다. 결국 그는 2008년 10월 사표를 내고 통일부를 떠난 뒤 외부활동을 하지 않은 채 종교활동(천주교), 봉사활동 등에 매진하며 9년 동안 ‘야인’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조 장관은 정치권에 ‘금의환향’했다. 그는 ‘국회 문턱을 한 번에 통과한 첫 문재인 정부 각료’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했다. 당시 청와대는 조명균 장관 인선 배경에 대해 “남북회담 및 대북전략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문제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책기획부터 교류 그리고 협상까지 풍부한 실전 경험을 지닌 정책통”이라고 조명균 장관 인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한국당 “‘혹시나’했더니 ‘역시나’”
정작 주요 ‘뇌관’ 논의된 것 없어
 

이처럼 정치권이 이번 남북회담 결과를 치켜세우며 조 장관의 공이 컸다는 평가를 내놓는 반면 한국당은 정작 남북 간의 중대 뇌관들에 대해선 어떠한 것도 논의된 게 없음을 들어 “남북 회담을 왜 했는지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명균 장관은 회담 직후 “남북관계 현안들을 풀어나갈 단초를 마련했다”면서도 이산가족 문제가 공동보도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북핵 문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 등 남북관계 주요 뇌관들에 대해선 “북측 나름의 사정과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조금 더 논의하면서 풀어나가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남북 간 주요 ‘뇌관’이 해소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조 장관이 과거 청문회 당시 발언을 되짚어 보면 이 같은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국회 청문회에서 조 장관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사업 자체에 대해선 긍정 평가했으나 재개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뿐 아니라 군사적 긴장 완화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고 국제사회에도 남북 협력의 가치를 보여주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남북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재개 조건에 대해선 “국제사회와의 협조 문제가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즉, 조명균 후보자의 의견을 정리해 보면 원칙적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추진하되, 비핵화 문제의 가닥이 잡혀야 가능하다는 취지다.
 
‘비핵화’ 언급하자 북측,
“오늘 성과 수포로 돌아갈 수도” 엄포

 
지난 회담에서도 남북 간의 간극은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공동보도문(합의문)을 발표하기까지 전체회의와 수석대표·대표 접촉 등 8차례, 267분 동안 밀고 당기는 진통 기미가 보였다. 그 결과는 공동보도문에 그대로 반영됐다. 군사당국회담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남측이 주력했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은 아예 빠졌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지난해 탈북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의 송환과 연계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등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자 북한이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회담 관계자는 “회담 첫 전체회의의 기조연설에서 조 장관이 발언할 때 북한은 경청하는 분위기였지만 이후 접촉에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북측 단장)이 크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이선권은 “남측 언론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를 내돌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과 수소탄, 대륙간 탄도 로켓을 비롯한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 동족도, 중국과 러시아도 겨냥한 것도 아니다”라며 “시작부터 오도되는 소리가 나오면 오늘 좋은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남북 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 비핵화 문제는 양측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화려하게 복귀를 알린 조 장관이지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자료 폐기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점이 그로선 찜찜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조 장관은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녹취록 초본을 폐기한 혐의(대통령기록물 훼손)로 기소됐고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6월 29일 큰 잡음 없이 끝났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상회담 녹취록 초본을 대통령 기록물로 보느냐는 별도의 문제지만 초본을 삭제하고 기록물 관리카드에서도 삭제한 건 문제”라며 “삭제 부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포함된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조명균 후보자는 “녹취록을 만드는 과정에서 초본을 삭제한 건 맞지만 초본 삭제는 타당하다는 판단을 법원이 했다”면서 “삭제한 부분도 NLL 관련 내용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주요 프로필
■ 1975 ~ 1979
성균관대학교 통계학 석사
■ 1979 ~ 1981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 1979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 2002.07 ~ 2004.02
통일부 교류협력국 국장
■ 2004.02 ~ 2004.10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정책조정부 부장
■ 2004.10 ~ 2006.02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 단장
■ 2006.02 대통령비서실 안보정책비서관
■ 2017.07 ~ 통일부 장관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