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많은 문재인 정부 ‘외줄타기’
할 일 많은 문재인 정부 ‘외줄타기’
  • 한윤형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
  • 입력 2018-01-12 15:36
  • 승인 2018.01.12 15:36
  • 호수 1237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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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불거진 외교이슈 대부분이 균형잡기 어려워
- 경제 문제에서 성과를 보이는 것이 중요
 

금주에는 이슈가 많았다. 당장 9일인 화요일엔 남북 고위급회담, UAE 외교 문제에 대한 갈등, 위안부협정 후속 대처 등이 문제가 되었다. 11일 목요일엔 법무부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장차 폐쇄하겠다는 취지의 기자 질의응답을 했다가 청와대 등이 조율된 입장이 아니라며 선을 긋는 일이 있었다.
 
가상화폐 문제는 기술변동으로 인해 새로이 닥쳐온 문제이므로 다소 예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주에 이슈가 된 문제들은 대체로 문재인 정부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외줄 타기를 해야 하는 문제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남북대화 및 북핵문제도 그렇다.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할 리가 없다는 전망에도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모든 대화 시도가 무용하다고 말한다면 다른 얘기다. 미국의 대북강경책에 따라가는 것만이 답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미국에게도 뾰족한 대안은 없다.
 
만약 미국에게 북한, 혹은 북한을 제재하도록 확실하게 중국을 윽박지를 방책이 있다면, 그리하여 북한을 응징하는 것만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확신을 가지고 남한에게 그 길로 따라오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역시 그리 할 방도는 없으며, 마지막 선택지로 남아 있는 전쟁 내지 선제공격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작년 말 개봉한 영화 <강철비>에서 미국은 한반도 거주민의 목숨과 남한 경제의 손실액만을 계산으로 하고 선제공격을 추진하다가 일본의 손실마저 위험부담으로 포함되자 한 발 물러선다. 사실 북한의 강점은 군사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경제가 발달한 이웃국가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는 것이다.
 
남한만 계산한다면 얼추 냉혹한 계산을 내릴 수 있겠지만 일본까지 풍비박산이 난다고 본다면 전혀 얘기가 다르다. 이는 북한에게도 이로운 일이나, 남한의 입장에서도 미국이 독단적으로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을 낮춰 준다는 점에서 별반 나쁘지는 않은 얘기가 될 것이다.
 
‘외줄타기’ 북핵과 그리고 日 위안부
 
그렇기에 남한 측의 대화 노력이 미국과의 사이를 데면데면하게 만들 거라는 보수파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은 한국의 정책방향을 지지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압박이 있었기에 북한이 대화에 응했다는 식으로 자화자찬을 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북한이 김정은의 신년연설로부터 시작해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남북대화에 응하고 평창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는 것에 합의한 것은, 계속해서 긴장을 고조하다가는 정말로 큰 일이 날 수도 있을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니 남한의 행동이 무의미하다는 식의 진단은 다소 단견이었다고 할 수 있고, 이번에 미국과 남한 측은 나름의 역할분담을 하여 북한을 이끌어 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과 남한의 입장에서는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북한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 및 서방세계와 평화협정을 맺고 체제안정을 보장받은 것처럼 보였던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가 민중봉기에 의해 처참하게 몰락한 이후로는, 북한의 지도부 입장에서는 핵무기와 교환한 체제보장이란 것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만큼도 가치가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미국과 남한의 입장에서 북핵을 추인할 수도 없다. 핵을 포기하도록 할 방안도 없고, 추인할 수도 없으며, 전쟁도 어렵다면 몇몇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핵동결 즈음에서 중재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으론 사실상 북한핵이 그렇게까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미사일사거리를 늘려 미국까지 인질로 잡자는 것이 북한의 목표지만, 미국에게 미사일을 쏘는 순간 세상 누구와도 타협하지 못한다.
 
러시아나 중국도 나설 수 없다. 그러니 미국으로선 요구조건을 꺾고 협상타결을 하기 보다 그저 북한 위협을 내버려두는 것이 상책일 수도 있다. 그런 입장에서라면 어떻게든 협상을 타결하려는 남한의 입장과 차질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차질이 생길 경우 남한이 독자적으로 성과를 내기는 지극히 어렵다.
 
위안부협정 문제 역시 구조는 흡사하다. 위안부협정을 전임 정부의 실책이라 평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국가와 맺은 협정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철회하기는 어렵다. 한편으로는 국내 여론뿐만 아니라 국가가 일본 정부의 배상에 힘써야 한다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례 등을 생각해 볼 때, 이 협정안을 유지하기도 지극히 어렵다. 협정을 파기하지는 않되 십억 엔은 일본에게 돌려주겠다는 식의 후속조치 담화는 바로 이러한 어려움에서 나타난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경제적 분야에서 점수따야
 
UAE 문제 역시, 지금까지 드러난 바대라면 사실상의 군사자동개입 협정을 양해각서로 체결한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처리하는 일에 가깝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양해각서를 수정하려고 했을 때 UAE 측의 항의를 받은 것이 사실이고, 그렇다고 군사협력을 전제로 한 양해각서를 한없이 늘려 갈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일들이다. 그렇기에 이런 이슈들은 오랫동안 정부를 괴롭힐 일이고, 뚜렷한 답이 없으며, 당장은 전임 정권의 실책으로 인지될지라도 정부 입장에서도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닐 것이다.
 
문제가 이렇다면 좀 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인 부문에서 점수를 따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부동산, 그리고 직전 화재가 된 가상화폐 문제 등등 한국 사회가 현재 처한 경제적 문제조차 딜레마가 있다.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선 좀 더 폭넓은 시선에서 조망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현 정부 측에서도 조금 더 위기의식을 가지고 사회경제적 부문에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