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불법증차 근절법, 국회 국토위 통과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매년 1조7000억 원가량 지급되는 유가보조금 중 불법 증차된 화물차에 새 나가던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유는 정동영 국민의당 국회의원(전북 전주시병)이 대표 발의한 일명 화물차 불법 증차 근절 법안인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에서는 불법 증차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지만 비리 근절에 어려움이 있었다.


경북 성주군 소재 A특수운송업체는 신규 허가가 가능한 청소차, 살수차 등 10대의 영업용 화물차를 허가받아 2009년 8월경 공문서 위변조를 통해 신규 허가가 제한된 일반 카고 차량으로 대폐차(代廢車:번호는 살려놓고 차량만 폐차)해 불법으로 등록했다. 광주 광산 소재 B물류회사는 2011년 6월경 A사와 같은 방법으로 특수용도형 냉동차 등 3대를 일반 카고 화물차로 불법 대폐차해 불법으로 등록했다.
 
화물차 불법 대폐차 만연
 
두 회사의 사례는 화물차의 불법증차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증차가 허용되는 청소차 등 특수용도형 화물차로 허가 받은 후 이를 폐차하고 불허되는 일반 화물차로 불법 대차하는 것이다. 보다 대담한 수법은 관할관청 공무원을 매수하는 방법이다.

방법은 이렇다. 사업용 차량의 대폐차 신고와 동시에 타 지역(시도간)업체에 사업 양도·양수 신고를 해 두 개의 번호판을 만든다. 한 지역에서는 대폐차 절차에 의해 차량을 신규 등록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양도·양수 절차에 의해 차량을 신규 등록하는 수법이다. 이외에도 증차가 허용되는 청소차 등 특수용도형 화물차로 허가받은 후 이를 불허되는 일반화물차로 불법 구조변경해 운행하거나 화물차 번호판을 분실신고한 후 새로운 번호판을 발급받고, 분실신고 취소(기존 번호판 유지)후 자가용 화물차에 부착하는 수법도 사용된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은 2014년 10월 초순부터 12월 초순까지 국토교통부 및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와 합동으로 사업용 화물자동차의 불법증차 비리에 대해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같은 불법 증차 혐의 사례 98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화물운송업체 28곳, 관련 지자체 공무원 10명, 등록대행 지역화물협회 직원 6명 등 16명을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추진단은 이와 별도로, 추진단에 제보된 491건과 국토교통부의 ‘화물차 대폐차 처리 시스템’에 의해 파악된 3094건 등 불법 증차 의심 사례 등 총 3585건을 함께 경찰청에 통보 조치했다.

추진단은 “사업용 화물차(12t 이상 차량 기준)의 유가보조금이 연평균 약 1000만 원이므로, 수사의뢰된 불법 증차 혐의 차량의 경우 연간 약 9억8000만 원의 유가보조금을 부정수급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불법 증차 시기를 기준으로 누적된 부정수급 혐의 보조금 총액은 약 4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육상화물운송 시장의 주축을 이루는 화물자동차 증차가 과잉공급이란 이유로 2004년 이후 14년째 금지되면서 지속적인 불법 증차가 끊이질 않아 사회문제와 동시에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국회는 화물자동차 번호판을 불법으로 판매해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를 근절시키는 등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화물자동차 불법증차 근절 법안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향후 육상물류시장에서 화물차 번호판을 불법으로 만들거나 이를 유통하는 행위를 하다 적발될 경우 현재는 2년간 허가 취득을 하지 못했지만, 법안 통과로 향후 5년간 사업용 화물차 번호 취득이 제한됨과 동시에 사업 정지처분을 받게 된다.

이번 법안을 주도한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화물자동차 불법증차 근절법(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화물자동차를 불법으로 증차한 운송사업자의 허가취득 제한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정지처분을 받은 운송사업자가 주사무소를 이전하여 법망을 피해 다니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불법증차 비리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한 이후 나타났다. 화물운송시장은 2004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된 후 신규허가가 사실상 제한되면서 화물차 번호판에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특수용도형 차량을 대폐차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위·변조해 공급제한차량으로 불법 증차한 후 시장에 공급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년 8월 사업용 화물차 불법증차를 대대적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3만5000대에서 4만5000대의 불법증차 차량이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더욱 강력한 법적 조치 필요
 
이에 정부는 화물자동차의 불법증차를 근절하기 위해서 온라인 대·폐차 확인시스템을 구축, 불법증차 의심 차량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 왔지만 운송사업자가 영업정지를 받은 이후 주 사무소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변경허가를 받는 등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매년 1조 7000억 원가량 지급하는 유가보조금 역시 상당 부분이 불법 증차된 차량에 지원됐을 것이다”며 “화물차 불법증차 문제를 해결해야 화물운송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으며, 국민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화물자동차 불법증차 근절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화물차 불법 증차 근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화물차를 불법 증차한 운송사업자를 5년간 시장에서 격리시키고, 사업정지처분을 받은 운송사업자가 주 사무소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여 변경 허가를 받는 행태에 제동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법안이 근본적인 불법 증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화물업계 한 관계자는 “육상화물운송시장의 대표적 적폐인 화물차 불법증차로 수많은 화물차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 산하에 별도 TF팀을 구축하는 등 불법증차를 막을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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