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전공노 합법화’ 법무부의 선택은?
‘전교조‧전공노 합법화’ 법무부의 선택은?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8-01-12 18:50
  • 승인 2018.01.12 18:50
  • 호수 1237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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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공약’ ‘유엔 권고’ 골치 아프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새해 벽두부터 법무부가 분주하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부터 UN 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이하 UPR)’ 속 개선 사항 수용 여부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특히 UPR의 경우 권고 항목이 218개에 이른다. 법무부는 이 항목별 수용 여부를 결정해 다음 달까지 보고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전국교직원노조 합법화’ ‘국가보안법 폐지’ 등 민감한 주제를 놓고 관련부처 관계자, 진보‧보수 시민사회 단체 등과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예상대로 항목별 찬반 논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첨예하게 대립 중
핵무기금지조약서명‧북한인권법‧사형제 모두 ‘불수용’


UN 인권이사회 회원국 95개 국가가 지난해 11월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회의에서 우리나라에 개선을 권고한 항목은 총 218개 항목이다. 정부는 이 항목을 검토한 후 수용 여부를 결정지은 후 다음 달까지 보고해야 한다. 담당 부처인 법무부는 현재 ‘85개 권고 수용’ ‘3개 불수용’ ‘130개 검토 후 확정’ 등의 내용을 담은 ‘제3차 국가별 정례인권 검토 실무그룹 보고서’를 작성한 상태다. 지난 10일 열린 간담회에서 법무부는 권고항목에 따른 정부 입장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박상기 장관
사형제폐지국 상태 유지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사형제 폐지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유는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여론과 법감정, 국내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형제에 대해) 폐지하라는 권고안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집행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사형제폐지국 상태를 유지해 나갈 뜻을 밝혔다. 또 “검찰도 사형을 구형할 수는 있지만 신중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이성호 위원장은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사형제 폐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보다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사형제도의 폐지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사생결단식 대결의 정치문화를 상생의 문화로 바꾸는 출발점”이라며 “모든 사람의 인권과 생명이 존중받는 인권국가임을 나타내는 가장 강력한 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보복 감정만을 총족시키고 정치적 악용의 우려마저 있다”며 “공식적 사형집행 유예선언, 사형 대체형벌 도입, 자유권규약 제2선택 의정서 비준 등 사형제 완전 폐지를 향한 단계적 방안들을 추진해 나가면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가보안법‧북한인권법
행복한 통일 위해 필요

 
정부는 국가보안법과 북한인권법 폐지 권고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뿐 아니라 민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통일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는 핵무기 금지 조약 서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보 상황을 고려한 국가별 점진적 핵 군축에 배치된다는 이유다.

하지만 여성 국회의원 비율 할당제 도입 항목은 수용 의사를 밝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여성 비례대표 할당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밖에 군대 내 동성 간 성관계를 금지하는 군형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 및 대체복무제 도입, 여성의 임신중절 수술 허용 등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들로 실태조사 등이 먼저라는 이유다.
 
인권위까지 나선
전교조 합법화

 
사실 법무부의 간담회를 앞두고 가장 크게 주목을 받은 사항은 전국교직원노조(이하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의 합법화 문제다.

현재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대해 검토 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ILO에 가입했다. 하지만 핵심 협약인 결사의 자유·단결권·단체교섭권을 규정한 87호, 98호와 29호(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105호(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 등 4개를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특히 87호와 98호는 전교조와 전공노 합법화와 직접 연관돼 있는 조항이다. 현재 전교조는 법외노조 상태다. 전교조는 지난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 규약 상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고 해직 교원 9명이 가입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공노도 마찬가지다. ‘공무원(근로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노동조합법과 공무원 노조법에 근거해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교조 및 전공노 합법화 문제는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전교조에게 법외노조를 통보한 고용노동부의 경우도 아직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법무부는 합법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부처 간 갈등설도 돌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 협약의 비준을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결국 정부가 전교조와 전공노에 대해 합법노조라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제19차 전원위원회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인권위는 “노조법 시행령의 법외노조 통보 조항에 따르면 행정관청의 시정 요구 불이행에 대한 제재로 노조 지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할 소지가 있다”며 “교원노조에 대해서만 해고자의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교원의 단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