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서 통합신당의 호남공략 사전차단 목적으로 적극 영입 추진박지원-해남·진도, 이기호-광주 동구 거론 … 임동원도 출마 검토 내년 총선을 앞두고 DJ정권 핵심실세들의 정치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기호 전 경제수석의 총선출마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이들이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들이 부정부패 사건이 아닌 남북문제로 사법처리된 것인 만큼 총선출마를 통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총선 영입대상 1순위로 이들을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통합신당의 호남공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수감중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의 출마설은 이미 여러 차례 흘러나왔다. 민주당이 분당된 이후 박전실장의 총선출마설은 민주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거론돼 왔다. 박지원 전실장도 최근 옥중 출마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의 총선출마는 기정사실화 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전실장이 총선출마 결심을 굳힐 경우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박전실장의 총선출마가 갖는 상징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신당과 갈라선 민주당은 호남권 의원이 적잖은 통합신당의 호남공략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거물급 인사, 특히 DJ핵심측근들의 영입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가장 대표성을 띤 인사가 바로 박전실장이다. DJ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강한 호남지역 민심을 감안할 때 DJ정부 실세중 실세인 박전실장에게 쏠리는 관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비록 박전실장이 대북송금 사건과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사법처리됐긴 하지만, 호남지역에서는 대북송금 특검수사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한 데다 “남북관계 개선에 큰공을 세운 박전실장을 어떻게 구속시킬 수 있냐”는 동정적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것도 박전실장의 총선출마를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 민주당 동교동계 인사들이 박전실장의 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민심을 의식해서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박전실장이 출마할 경우 호남민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전실장은 고향인 전남 해남·진도 출마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전실장을 면회하고 온 한 측근 인사는 “박전실장에게 여러 차례 출마를 권유했고, 박전실장도 출마문제를 신중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며 “고향인 해남·진도 지역에 출마할 수도 있고, 다른 지역도 생각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동교동계 한 핵심의원은 박전실장의 출마지역에 대해 “고향이 아니더라도 호남권 지역에 출마하게 될 것”이라며 “본인이 고사하더라도 우리가 적극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전실장 주변인사들은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박전실장이 반드시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감중인 상황에서 총선준비가 가능할지는 의문.

일각에서는 박전실장 주변인사들이 박전실장을 대신해 물밑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전실장을 돕는 주변인사들이 이미 광주권에서 총선준비에 나섰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이기호 전경제수석도 민주당 출마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대북송금사건으로 구속됐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전수석은 박전실장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최근 동교동계 핵심의원들이 집유로 풀려난 이전수석을 위로하며, 총선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인사들 사이에서는 이전수석의 광주 동구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호남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광주, 그 중에서도 광주의 정치1번지인 동구에 이전수석을 출마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하지만 이전수석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된 충격에서 아직 못 벗어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수석은 최근 재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민주당에서는 박지원 전실장에 이어 이 전수석의 총선출마가 갖는 상징성을 매우 높게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 전수석이 부정부패 사건이 아닌 대북문제로 구속된 것이 오히려 총선에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반발여론이 강했던 호남정서를 감안할 때 이전수석의 총선출마가 민주당의 세를 강화시키는 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광주권 소속 한 인사는 “이전수석이 출마결정을 하면 당선은 어렵지 않은 문제”라며 “이전수석의 사법처리에 대해 호남사람 대부분은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수석은 구속되기 전 계획했던 국내 대학강의를 다시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 김대중 정부의 경제개혁 과정에 참여했던 체험담을 주로 강의할 생각이다.

대북송금사건과 관련, 구 외국환거래법 및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민주당 총선출마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 전국정원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 민주당 일각에서는 임 전국정원장이 총선에서 큰 역할을 해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거물급 외부 인사 영입이 시급한 상황에서 DJ의 햇볕정책을 보좌한 임 전국정원장이 박 전실장, 이 전수석과 함께 민주당 간판으로 총선에 출전해 주길 바라고 있다.불구속 기소된 임 전국정원장은 현재 마음을 추스르며, 정계진출 문제 등 향후 계획을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국정원장의 한 측근은 “총선 출마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며 “민주당에서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지만 본인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권 전고문은 구속되기 전 서울 동대문 지역의 총선출마 의사를 이미 밝혔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구속으로 충격에 휩싸인 권 전고문은 무죄를 주장하며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권 전고문의 측근들은 “총선 출마가 문제가 아니라 무죄를 입증하는 게 먼저다”고 말하고 있다. 총선출마시 당선까지도 확신했던 권 전고문. 민주당 일각에서는 권 전고문의 총선 막후역할까지도 기대하고 있었다. 권전고문의 최측근 인사는 “진승현사건 무죄판결 이후 총선출마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는데…”라며 권전고문의 총선출마가 사실상 어려워진 데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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