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발주 통해 한국과 가까워진 UAE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오바마 정부가 타결한 이란 핵 합의에 강력 반대
사우디 묵인 속 북한과 군사 협력 관계까지 추진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비공개 협정이나 MOU(양해각서)의 내용 속에 좀 흠결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UAE 측과 수정·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난해 12월 UAE 특사 방문 이후 불거진 ‘UAE 의혹'에 대해 처음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UAE 간에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군사 협력에 관한 여러 건의 협정과 MOU'가 체결됐다"며 “이 중 공개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협정뿐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여러 협정이나 MOU들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공개 이유에 대해 “상대국인 UAE 측에서 공개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고, 그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이명박(MB) 정부 때 체결한 한국-UAE 군사협약 체결의 전말을 밝히면서 UAE를 둘러싼 의혹은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였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특사 방문으로 촉발된 한-UAE 갈등의 진원지가 MB 정부시절 맺은 비밀군사협약 때문이라는 추측이 꾸준히 제기되던 차에 김 전 장관은 지난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당시 협약체결 배경을 상세히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MB 정부의 국방부 장관(2009년 9월~2010년 12월)으로 UAE를 세 번 다녀오면서 UAE와의 군사협력 문제를 매듭지은 당사자다. 김 전 장관은 UAE와 비밀 군사협정을 맺은 경위에 대해 “섣불리 국회로 가져가기보단 내가 책임지고 (비공개 군사)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며 “지금 시각에선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그땐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중앙일보에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양국 간 오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고 그동안 발언을 삼갔다”며 2009년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사업 수주 당시 상황과 관련해 “2009년 우리는 UAE 원전 수주를 반드시 해야 했다. 당시 UAE 원전 사업은 거의 프랑스에 넘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거 중동 지역 공사 현장을 많이 다닌 전문가다. UAE 왕세제에게 협조를 구해 보니 가능성이 보였다”며 원전 수주 과정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협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원전 수주 과정에서 군사협약이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 “UAE는 돈이 많고 땅도 넓지만 인구가 600만 명 정도밖에 안 돼 안보에 늘 불안감이 있다”며 UAE가 우리 측에 요구한 조건과 관련해 “UAE에 군사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한국군이 UAE에 와 주는 거였다. 평소엔 UAE군의 훈련을 돕거나 무기를 관리하는 역할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 끝 돌출부, 한반도로 치면 포항시쯤에 자리 잡은, 한국의 약 85%에 해당하는 국토면적을 가진 UAE가 한국과의 군사협력에 집착하는 배경을 짚어보자면 도쿄에 본사를 둔 인터넷 시사잡지 ‘더 디플로맷’의 지난해 8월 기사가 크게 도움이 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군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이 잡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일 UAE 외교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발사를 규탄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북한에 대한 UAE의 이런 강경 입장과 달리 이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예멘 군사개입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6월 북한에서 1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구매했음이 미 국무부 메모에 의해 드러났다. UAE가 북한에서 비밀리에 무기를 구매한 것은 ▲북한이 귀중한 미사일 체계 공급원일 수 있다 ▲북한이 이란과 예멘 후티족 반군에 고급 군사기술을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UAE 측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더 디플로맷’은 분석했다. 무슬림 시아파인 이란과 후티족 반군은 수니파인 사우디와 UAE의 숙적이다. UAE에 특히 이란은 가상 적국이다. UAE와 이란 사이의 좁은 바다에는 우리 서해 5도와 같은 섬까지 있다.

아라비아반도의 여섯 나라, 즉 바레인·쿠웨이트·오만·카타르·사우디·UAE는 걸프협력위원회(GCC) 회원이며 모두 왕정 국가다. 그리고 모두 미국의 동맹이다. 페르시아만 일대와 인도양을 작전 해역으로 삼는 미 해군 5함대 본부가 바레인에 있고, 중동 내 최대 미군기지인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에는 1만1000여 명의 미군이 상주하면서, B-52H 전략폭격기, F-16 전투기, E-8C ‘조인트 스타' 지상 감시 정찰기 등 120대의 항공기를 운영 중이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UAE에도 미군 약 5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런 UAE와 미국 사이에 2015년 7월 오바마 대통령 주도의 이란 핵합의(JCPOA)가 타결되면서 긴장이 조성됐다. 당시 UAE 국민의 91%가 JCPOA에 반대했다. UAE는 이란이 언젠가는 JCPOA를 파기하고 핵 무장할 것에 대비해 반(反)서방 핵무장 국가들과의 상업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UAE에 중요한 잠재적 핵물질 공급국으로 간주된다고 ‘더 디플로맷’은 분석했다. 

UAE와 북한 간의 군사적 관계는 UAE가 스커드-B 미사일을 북한에게서 구매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미사일 구매는 핵무기 운반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미라지 2000 전투기와 F-16 전투기를 UAE가 개발하던 것과 동시에 이뤄졌다. 당초 중국과 파키스탄이 UAE에 핵 물질을 제공할 수 있을 후보로 간주되었지만, 두 나라가 이란을 소외시키기를 원치 않음에 따라 북한이 UAE가 선호하는 핵기술 공급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디플로맷’의 설명이다. UAE가 북한에서 주요 핵물질을 구매하면 곧바로 미국의 적의(敵意)에 맞닥뜨릴 수 있다. 그래서 UAE는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민간기업들을 내세워 북한과 거래했다. 2015년 6월에 있은 UAE와 북한 간의 무기 거래는 ‘알-무틀락 테크놀로지’라는 UAE 기업을 매개로 이뤄졌다고 한다. 쿠웨이트· 카타르 같은 여타 GCC 국가들이 노무자 수입을 허용하는 것까지로 북한과의 관계를 국한시킨 데도 불구하고 UAE는 북한과 군사적 관계까지 맺었지만 사우디가 주도하는 GCC에서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았다. 그 이유는 UAE가 페르시아만 항구 네트워크들을 사용해 이란으로 향하는 북한산 무기를 차단하는 것을 사우디가 지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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