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실 농장과 주민들, 골프장과 대립 3년 - 골프장 주민 원성속에 쓸쓸한 매각처리

 
“이렇게 팔고 가면 어민들은 어떻게 하노? 약속은 지키고 가라!”(신암어촌계원 일동)
“어민들 마을어장 망쳐놓고 배만 채우고 떠나가나!”(신암어촌계언 일동)

[일요서울 | 부산 전홍욱 기자] ‘부산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동부산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부산해운대비치골프&리조트’.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이 18홀 정규골프장이 인접한 작은 시골농장과 원주민들과의 싸움에서 ‘넉다운’돼 화제다. 골프장 조성시기부터 감정 대립 등으로 파행을 겪던 이 골프장은 사업자 C&S자산관리(회장 구천서)가 지난 5일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며 일단락됐다.

 

15일 동부산부산광광단지 사업 주체인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지난 1월 5일 단지 내 골프장 등 4개 블록의 사업자 주주변경을 승인했다. 골프장 운영과 남은 사업은 앞으로 지역기업인 고려개발이 운영하게 됐다. 기존 계약사항을 바탕으로 고려개발과 향후 사업추진 방향 등을 의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경남 김해가 거점인 고려개발(회장 박명진)은 C&S자산관리와 계열사가 보유하던 주식 중 골프장은 100%, 나머지 3개 블록은 51%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로써 그동안 부산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던 골프장 내 리조트, 레지던스, 의료시설, 골프연습장 사업 등은 완공이 또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골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새마실농장’ 운영주 김모(55)씨는 “지난 3년 이상 골프장과 이런 저런 마찰을 빚어왔다. 골프장 ‘영업방해’를 한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고 고소고발도 여러번 당했으나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원주민들과 소통하지 못하던 골프장이 토착 기업으로 넘어갔으니 앞으로 원주민들과 보다 나은 상생관계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2015년 이후 김씨와 골프장의 싸움은 지난해 5월 KBS-TV ‘제보자들’ 프로그램에 방영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골프장의 주장은 새마실농장의 동물들 짓는 소리에 영업방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김씨는 골프장 건설 이전부터 농장을 운영해 왔는데 적반하장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분쟁은 결국 골프장 측에서 농장 진입로에 철문을 설치하면서 극에 달했다. 정상적인 진입로가 막히자 김씨는 1Km가 넘는 반대편 산길을 하루에 서너번씩 동물사료를 지게에 지고 나르며 맞섰다. 서너개월이 지나자 힘에 부친 김씨는 지게를 대신할 당나귀를 구입해 장기전에 대비하기도 했다.

앞서 골프장은 농장에 수도물을 공급해주던 수도관을 끊었으며 골프장 소유의 임야를 지나가던 전기 공급선까지도 방해를 해 한전에서 임시로 전기선을 가설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골프장 인근 주민들은 이를 두고 “거대 골프장의 시골농장 고사작전”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고 지난해 연말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그동안의 골프장 행태를 조롱하는 듯한 플래카드 시위에 들어간 것이다.
 

매각 이전 해운대비치골프장은 모회사인 C&S 자산관리구천서 회장이 지난해 12월 회삿돈 120억원에 대한 횡령혐의로 피소되면서 또 다른 화제의 중심에 섰다.

14대와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구천서 해운대비치CC 회장이 회삿돈 120억원을 한반도미래재단과 개인기업을 통해 빼돌린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것이다. 구 전 의원 외에도 횡령·배임을 방조한 혐의로 C&S자산관리 전 대표이사 박모씨, 임원 구모·김모씨도 함께 피소됐다.

이 고소장에 따르면 구 전 의원은 회삿돈으로 C&S홀딩스라는 법인을 설립한 다음 자본금으로 납입된 54억원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반도미래재단과 자신이 사실상 보유하고 있는 C&S파트너스 등으로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고소인 측은 서류상 ‘대여’로 돼 있지만 회사에서 빠져나온 돈이 한반도미래재단과 구 회장 개인 소유의 기업 등을 거쳐 구 회장에게 전달돼 정황상 횡령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구 전 의원이 C&S자산관리의 자회사 격인 HB골프앤리조트로부터도 25억원을 빌린 뒤 아직 변재하지 않았고 자기 소유업체인 C&S파트너스와 비정상적인 골프카 위탁운영 계약을 맺게 하는 방법으로 29억원을 빼돌렸다는 주장도 고소내용에 포함됐다.

C&S자산관리는 건물관리 등을 전문으로 했던 신천개발이 사명을 변경한 회사로 코스닥 상장사다. 한때 ‘MB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지난 2007년에는 6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가 3만 9750원까지 폭등하는 등 주식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고 인천공항 발렛파킹 대행사업권을 따내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에서 골프장을 보유했던 HB골프앤리조트㈜와 C&S홀딩스 등이 자회사다.

지난 3년 동안 동부산관광단지 내에서 벌어졌던 골프장과 새마실 농장의 ‘치열했던’ 신경전은 해운대비골프 구천서 회장의 피소, 모회사 C&S자산관리의 주식시장 거래정지, 골프장 매각 등의 악재가 쏟아지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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