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경제정책과 시장의 ‘복수’
‘졸속’ 경제정책과 시장의 ‘복수’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입력 2018-01-17 08:50
  • 승인 2018.01.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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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로 거론되는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등에 기인한 성장 잠재력 약화, 그리고 청년실업은 이미 임계치(臨界値)를 넘어선지 오래다. 작년 실업자 수는 102만8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청년층 실업자 수는 43만5000명에 달한다. 청년 실업률은 9.9%로 역대 최고치에 달하며, 체감실업률은 22.7%로 청년 10명 중 2-3명이 실업자라는 얘기다.
 
정부는 일자리·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전략’을 기반으로 올해 3% 성장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실현이 매우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우선 ‘신5고(高)’의 한파가 한국경제를 시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유가·원화가치·임금·세율(법인세)’이 동시에 상승하면 수출에 급제동이 걸리고 성장의 활력이 저하되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는 상식이다.
 
기업 10곳 중 3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가계 빚은 1700조원에 육박하며 금리 상승은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 한국경제를 압박할 것이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과 이로 인한 가계 구매력 약화, 기업의 매출 감소, 원가 상승 등이 국내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1210원에 가까웠지만 1년 새 1060 원대로 하락,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3%나 상승했다. 지난해 16%나 급증한 우리 수출이 올해에는 4% 증가가 예측되나,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고금리·고유가·고원화가치’ 문제는 국제경제와 무관치 않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책임만으로 귀책(歸責) 되지 않는다고 치자.
 
보다 심각한 것은 큰 정부의 함정에 빠져서 자유시장경제 메카니즘을 억압하는 현 정부의 ‘졸속’ 경제정책이 시장의 ‘복수’를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16.4%)은 ‘양날의 칼’이 되어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 정책은 우리나라는 대기업 고용 비중이 매우 낮고 572만 자영업자(2017.9 기준)의 고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24~25%) 남미형 고용구조라는 현실이 무시된 탁상공론(卓上空論)이다. 또한 임금근로자의 88%가 250인 미만 중소형 사업장에 고용(2014 기준)된 영세사업 중심의 고용구조를 가진 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그리스와 한국뿐이라는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졸속정책이다.

이는 “최저임금이 1% 인상되면 일자리가 2만개 감소한다”는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잘 나타나 있다. 벌써 작년 말에 27만개의 일자리가 소멸했다. 2020년에 최저 임금이 1만원까지 인상되면 128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전망이다. 종업원 300인 미만 186개 사업장의 42%가 감원과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는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도 “국가의 부(富)는 기업이 만든다. 소득성장은 본말이 전도된 개념” “오래갈 수도 없고 자꾸 폐해만 많이 생기는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금의 급진적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고용되지 못했거나 불완전 고용된 이들을 고용으로부터 밀어내는 나쁜 정책이므로 조속히 폐기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기업 법인세율 인상은 궁극적으로 세수 감소로 연결될 수 있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미국은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인하한 데 반해 우리는 22%에서 25%로 인상했다. 증세는 결국 피세(避稅), 탈세(脫稅)를 넘어 기업의 해외 이전을 촉진시킬 수 있다. 이는 ‘세금의 역설’로 ‘시장의 반격’을 초래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양국 간 법인세 역전현상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1.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감세(減稅)가 기업 이익을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고, 경제를 성장시켜 결과적으로 세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털어내고 부활한 것은 두 차례 법인세율 인하와 수도권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 ‘기업 기(氣)살리기 정책’으로 주력 제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리쇼어링(reshoring, 제조업 본국 회귀)’ 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급기야 ‘최저임금 쇼크’가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정부가 ‘감시·단속·처벌’ 등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모두 다 부질없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전시행정일 뿐이다. ‘시장의 분노’를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없다. 5년 단임 정권이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뿌리채 흔드는 ‘역주행’ 정책을 펴는 것은 오만과 독선이다. 이는 나무 위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며, 뒤에 반드시 재앙이 생기게 된다(연목구어 후필유재, 緣木求魚 後必有災-맹자).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노동생산성(28위)이 미국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개혁을 주문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혁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용의 유연성과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능력 제고를 지적한 두 기관의 해결책과 ‘안 되는 게 없는’ 중국과 ‘되는 게 없는’ 한국이라는 시장의 자조(自嘲)를 현 정부는 각골명심(刻骨銘心)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