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생들 ‘부정적’ 반응 보여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정부가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결성하기로 했다. 체육계는 “스포츠가 결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며 동요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 명단이 확정됐다.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세라 머레이 감독이 이끄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 18일 오전 23명의 평창 올림픽 본선 출전 선수를 우선 정했다.

◇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맷 달튼(안양 한라), 박성제(하이원), 박계훈(상무) ▲디펜스=알렉스 플란트, 에릭 리건, 이돈구, 김원준(이상 안양 한라) 브라이언 영, 서영준, 오현호(이상 대명), 조형곤(상무) ▲포워드=김기성, 김상욱, 박우상, 조민호, 김원중, 브락 라던스키, 신상우(이상 안양 한라), 마이크 테스트위드, 마이클 스위프트(이상 하이원), 안진휘, 신상훈, 전정우, 박진규(이상 상무), 이영준(대명)

◇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신소정, 한도희, 제니 김 노울즈 ▲디펜스=박윤정, 조미환, 박예은, 박채린, 김세린, 엄수연 ▲포워드=한수진, 박종아, 조수지, 임대넬, 희수 그리핀, 박캐롤라인, 고혜인, 최지연, 이연정, 이은지, 정시윤, 최유정, 김희원, 이진규


남북은 지난 17일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올림픽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한국의 최종엔트리 23명에 북한 선수 5~6명을 추가해 대회를 치른다는 복안이다.

올림픽 엔트리는 23명이다. 이를 ‘23명+α’로 확대해 달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엔트리는 22명으로 북한 선수들이 합류할 경우, 일부 한국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는 우리 선수단 23명을 유지하고 (북한 선수를) 플러스 알파로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통일부 역시 “단일팀 등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서는 우리 선수들이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최종 선수 선발권은 우리 측 감독이 갖는다는 부분은 분명하다”고 달래기에 나섰다.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김병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헌신을 다해 흘렸을 땀의 가치가, 빛을 발할 올림픽 출전의 목표가 정치적 우선의 평화 모색 도구로 이용돼선 안 된다”면서 “증명하기 쉬운 큰 평화를 위해 작고 소중한 가치가 짓밟힌다면 지금 보여주듯이 순수 스포츠가 정치적 저항을 보여줄 것이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겼다.

단일팀은 대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됐다.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 올림픽만 바라보며 고생한 이들이 피해를 입고 상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마저도 국제적인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만에 하나 남북이 이미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합의한 상황에서 상대국들의 반대로 엔트리 확대가 불가능해지면 몇몇 한국 선수들이 빠져야 하는 최악의 장면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단일팀 논란이 오히려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렸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우리가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부분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남북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아이스하키 팀에 대해서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도 전혀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과연 스포츠에 몸담고 있는 체대생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기자는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국체육대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한 학생은 “한국 (국가)대표들이 열심히 준비했는데 남북 단일팀을 하면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가대표 자리가 없어지지 않은가. 그래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은 “오랜 기간 준비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한국 대표팀의) 출전기회가 줄어들어 좋지 않다. 팀워크(조직력)도 잘 맞지 않을 것 같다.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각자 출전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같이 출전할 거면 (지난 1991년) 탁구 남북 단일팀처럼 오랜 시간 준비했어야하는데 너무 급하게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만난 학생의 대다수는 남북 단일팀에 대해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조직력 와해’, ‘한국 대표팀의 출전 기회 부족’, ‘스포츠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 등의 논리다.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 외에 6~7월 러시아월드컵, 8~9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많다. 남북 평화 분위기가 유지된다는 판단이 서면 단일팀이 단발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일팀이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데 긍정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수긍하는 이들도 많다. 단 원칙과 절차를 투명하게 준수하고, 충분한 시간과 공정한 선수 선발, 여론 수렴이 수반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IOC 주재 남북 회담 참석을 위해 스위스 로잔으로 떠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은 앞서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고 나 또한 이 말을 항상 되새기며 활동한다. ‘최소한 선수단과 소통은 먼저 돼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을 경험한 현정화 렛츠런 감독도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선수들에게) 무조건 양보를 하라고는 안 했으면 좋겠다. 어떤 차원이든 대화가 먼저 돼야 한다. 선수들의 마음을 위로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 한 경기가 되니까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주재 남북 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엔트리 확대 여부 등이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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