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문재인 팬덤 ①] 여의도 ‘총성 없는 전쟁 중’
[Cover Story 문재인 팬덤 ①] 여의도 ‘총성 없는 전쟁 중’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8-01-19 16:57
  • 승인 2018.01.19 16:57
  • 호수 1238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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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 현상)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대통령 생일(1월24일)을 맞이해 지하철에 생일 축하 동영상을 송출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여권에서는 좋아하는 정치인에 대한 애정 표현이 뭐가 잘못이냐는 시각을 보이고 보수 야당에서는 ‘내 편만 옳다’는 ‘묻지마식 지지’에 대해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사실상 문재인 열성 지지자들(소위, 문빠)의 도를 지나친 행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지지자들과 비문·반문 인사들 간 ‘총성 없는 전쟁’속으로 들어가 보자.
 
     - 18원 후원· ‘문자폭탄’에 지지후보 당선 운동 경선 최대 변수
- ‘묻지마식 지지’ ‘우리 편 아니면 다 적’ 간주… 역풍 우려

 
청와대 신년기자회견이 1월10일에 있었다. 청와대 한 출입기자는 일부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을 공격하는 정치인들에게 ‘문자폭탄’이나 ‘18원 후원금’을 보내고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자들에게 악플을 보내는 것에 대해 자제성 멘트를 기대하는 질문을 했다. 이 기자는 “최근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안 좋은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통령께서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사표시다’, ‘담담하게 생각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악플이나 문자를 통한 비난이나 공격을 많이 당한 정치인이 없을 것 같다”며 “좀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실제로 그럴까.
 
‘문빠’ 악성댓글 자제 요청,
문(文), ‘담담하게 생각해야’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의 공격은 우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벌어졌다. 대표적인 정치권 사례를 보면 18원·1원 후원금이다. 2017년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여야 국회의원 후원금 모집 현황을 보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 등 보수 야당 소속 의원들은 ‘문자폭탄’과 더불어 항의성 내지 조롱성 후원금을 받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조특위’에서 간사를 맡았던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100건이 넘는 18원·1원 후원금을 받았다. 이 의원은 항의·조롱성 후원금으로 무려 3300원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태극기 집회에 단골로 참여했던 김진태 한국당 의원도 47건의 18원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당 정치인도 공격 대상이 된 바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표적이다. 안 지사는 문 대통령과 당내 대통령 경선을 치열하게 치른 있다. 19대 대선을 맞이해 민주당 경선 당시 안 지사는 문 대통령 후보와 그 세력에 “질렸다”는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연말 성북구청 특강을 통해서도 문 지지자들의 ‘묻지마식 지지’에 대해 쓴소리를 보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안 지사는 “문재인 정부에 할 말이 있으면 집에 가서 문 걸어 잠그고 하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안 지사는 한 달도 안 돼 “애정으로 생각하고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교수·기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기생충 전문가’로 알려진 서민 교수는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가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12월19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문 대통령 방중기간 중국측 경호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한국 기자들을 비난한 네티즌들을 향해 ‘문빠가 미쳤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미운 내 새끼라 해도 남에게 맞으면 화가 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문빠들은 도대체 왜 우리나라 기자의 폭행에 즐거워하는 것일까”라며 “문빠 너희들은 환자야. 치료가 필요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서 교수는 일주일도 안 돼 사과문을 게재해야만 했다. 그는 ‘문재인 지지자분들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본의 아니게 건전한 모든 지지자들을 환자로 몰았다”며 “차후에 글을 쓸 때는 흥분해서 앞뒤 안 가리고 쓰는 대신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쓰겠다”고 밝혔다.
 
언론인들의 경우 특이하게도 보수 매체보다는 진보 매체 소속 기자들이 공격의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인터넷 진보 매체인 오마이뉴스는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5월14일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김정숙씨’로 호칭했다가 분노한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오마이뉴스는 이틀 뒤 해명과 함께 사과문을 게재했다.
 
또한 한겨레21 편집장이었던 안수찬 한겨레신문 기자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역시 문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아래서 위로 찍어 한겨레21 표지 사진으로 내보낸 것에 대해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고의적으로 권위적인 인물로 묘사했다’고 공격했다.
 
안 전 편집장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덤벼라 문빠들아!’라고 반격을 가했지만 한겨레21 절독현상이 심화되자 ‘죄송하다’, ‘자숙하겠다’며 사과하고 한겨레21 편집장에서 한겨레 신문으로 옮겨야 했다.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의 공격력과 응집력은 오는 6.13지방선거에서도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에 반문 내지 비문 진영 출마자들은 초긴장하고 있다. 높은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에 50% 안팎의 여당 지지율은 ‘경선 승리=본선 승리’라는 공식을 낳고 있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민주당 경선을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국민참여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현행 당헌·당규에서 국민참여경선을 ‘권리당원 조사 50% 이하, 일반 유권자 조사 50% 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수는 지난해 6월 초 24만 명에서 9월 말 기준 150만명으로 6배나 늘어났다. 지방선거 직전까지는 2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당에선 보고 있다. 이중 절반이 당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심은 열성 권리당원 상당수가 문 대통령의 지지층과 겹친다는 점이다. 경선이 벌어지면 친문 성향의 후보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해 3억 원 상당의 국회의원 후원금을 채우기 위해 여당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민에게 발송한 의정보고서와 후원회 안내장을 보면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친문·비문을 가리지 않고 게재돼 있다. 여권 내에서는 후원금 모집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니 마케팅’에 나서는
민주당 비문 후보들

 
민주당 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출마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1월4일 충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양승조 의원은 당내 몇 안 되는 손학규 계보다. 한 마디로 친문 주류가 아닌 비주류다. 하지만 양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친문이 아니잖느냐”는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할 때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며 “그런 면에서 볼 때 비문이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3선을 노리는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대표적인 비문이지만 1월3일 민주당 서울시당 신년하례식장에서 “지난해 선거 중에 문 대통령이 ‘서울시의 인재를 쓰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며 “적폐 청산과 새로운 국민의 삶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서울시가 나름 기여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아울러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도 친문재인이다”고 밝힐 정도다. 이 시장은 최근 도지사 출마를 준비하면서 ‘문재인 지지자가 됐다’는 일부 지지자들의 비판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며 그래야 나에게도 기회가 있다”며 “그럼 친문해야지 반문하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그는 “박근혜 정부 때 진박 감별사 하면서 다 망했다”며 “트로이 목마도 아니고 내부에 대고 총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당내 경선을 치를 경우 유력한 경기도지사 경쟁 후보인 ‘친문’ 전해철 의원을 견제하는 발언이자 경선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러브콜’인 셈이다.
 
민주당 권리 당원 상당수가 친문재인 성향의 열성 지지자들인 데다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감안할 때 선거에서 ‘이니(문 대통령의 이름 끝말인 ‘인’의 늘임말로 애칭) 마케팅’은 민주당 출마자들에게 필수불가결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손목 시계, 프로야구 시구 때 입은 점퍼와 운동화 심지어 그가 신었던 구두까지 품귀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새해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갤럽이 1월 2~4일 조사해 5일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72%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와 비교할 때 2%P 상승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여권의 취약 지역이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58%)과 전통적인 야권 우세지역인 부산·울산·경남(64%)을 제외하고 충청과 수도권에서 모두 70%를 넘겼다.
 
충남지사에 나선 양 의원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정권의 지지율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이런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당내 경선에서 친문 후보에게 ‘호재’로 비문 후보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오는 6.13지방선거가 문 대통령 취임 1년 1개월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대통령의 지지율과 여권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대통령 ‘열성지지자’들의 도를 넘는 ‘묻지마식 지지’에 대해 여권은 ‘침묵’하는 반면 야권에서는 강하게 성토하는 양상이 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월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정권은 세월호와 국가정보원 인터넷 댓글을 과대포장하고 침소봉대해 집권한 정권”이라며 “이재는 댓글로 정권을 유지하려 한다”고 우려감를 표출했다. 이어 “국정원 댓글은 불법이고 문슬람(문재인+이슬람 합성어.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를 뜻하는 말) 댓글은 적법한가”라고 비판했다.
 
‘달빛기사단’이냐
‘문슬람’이냐 기로에
 

한국당 한 관계자는 “달빛기사단, 문각기동대처럼 낭만과 정의를 앞세운 건전한 지지 세력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며 “다만 ‘문슬람’, ‘문위병’(중국의 문화대혁명 당시의 홍위병을 비꼰 말)처럼 과격하게 변질된다면 1년도 지나지 않은 문 대통의 남은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빛기사단은 문 대통령의 성을 영문으로 Moon, 달빛+Knights, 기사단을 합성한 지지자들의 합성어이고 문각 기동대는 18대대선 문 대통령 후보 ‘SNS기동대’사건이 터질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개봉으로 붙은 문재인 지지자들에 대한 별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