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 ‘빠진’ 한국당, 당협위원장 공모 경쟁은 ‘후끈’
구인난 ‘빠진’ 한국당, 당협위원장 공모 경쟁은 ‘후끈’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8-01-19 16:57
  • 승인 2018.01.19 16:57
  • 호수 1238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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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협위원장 공모, 전략 공천 내정자 판 깔아주려고 짜고 치는 고스톱”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정가에서 현재 ‘자유한국당’ 이라는 간판은 ‘리스크’ 그 자체로 여겨진다. 한국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공들이던 홍정욱 헤럴드 회장, 부산·경남지역 카드로 염두에 두었던 안대희 전 대법관·장제국 부산 동아대 총장 등 유력인사들이 번번이 출마를 고사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이 같은 ‘인재난’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내부에서만큼은 ‘인재’들이 넘쳐나는 모양새다. 한국당이 지난 11~18일 8일 동안 74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당협위원장 공모에 신청자가 무려 253명에 달한 것이다. 한국당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가 극명한 가운데 ‘당협위원장=지방선거 전략공천’이라는 의혹까지 터져 나오고 있어 당내 단합은 애초부터 요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공모 직전 당헌·당규 개정... 당협위원장 맡은 채 地選 출마 가능 왜?
- 당 안팎 비판에 ‘속도 조절’... 홍준표 ‘입성’, 측근 강효상 ‘일단 보류’


자유한국당이 지난 11~18일 간 공석인 74개 지역구 당협위원장 공모자 253명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 한국당이 현재 ‘인재난’에 허덕이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인원이다.
 
정치권은 한국당에 이처럼 당협위원장 공모자가 넘쳤던 이유로 최근 개정된 한국당 당헌·당규를 꼽는다. 한국당 당헌·당규에는 공직 선거의 선출직 출마를 신청할 때 모든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만 놓고 보면 지방선거 출마자는 당협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
 
그러나 중앙당이 공직 선거 출마자도 당협위원장을 맡을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후보들이 당협위원장 공모에 뛰어든 것이다.
 
지방선거 유력 주자들,
연고 없는 지역 당협에 응모

 
그러자 당내에서는 ‘당협위원장=지방선거 전략공천자’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실상 당이 지방선거 출마 후보로 내정한 인물들에게 인지도·조직 장악력을 높여주기 위해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는 의혹이다.
 
한국당의 한 지방의원은 “당협위원장 물갈이 이후 당헌·당규를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개정한 것이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형국이 됐다”면서 “그뿐만 아니라, 지원자 일부는 기존 당원들을 포용할 만한 역량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기존 당원들이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방선거 유력 주자들로 꼽히는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기존에 연고가 거의 없던 당협에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추 청원에는 김재욱 전 청원군수, 박경국 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 천혜숙 서원대 석좌교수, 황영호 청주시의회 의장이 당협위원장 신청서를 냈는데 이 중 박 전 위원장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그런데 박 전 위원장의 경우 이번 당협위원장 응모 전까지 한국당에 입당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가 돌연 입당원서와 함께 연고가 거의 없는 지역에 당협위원장 신청서를 내자 당 지도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TK에 연고가 거의 없던 홍준표 대표가 ‘북구을’에 그의 최측근인 강효상 의원이 ‘달서구병’에 당협위원장 신청을 하자 이 같은 당 내 불만은 급속도로 커졌다. 해당 지역에 면접을 본 다른 신청자들은 사실상 홍 대표와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강 의원이 내정돼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정도였다.
 
그리고 지난 19일 이 같은 의혹은 현실이 됐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협 조직위원장 인선 안 일부를 통과시켰는데 예상대로 홍준표 대표가 북구을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이용구 조강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구 북구을 지역은) 심도 있게 질문했다”며 “(홍 대표가) 나름대로 전국적인 지방선거를 이끌고자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해서 선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면접 과정에서 홍 대표가 총선에 출마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며 “(홍 대표가 총선 출마를) 안 한다고 아주 단호하게 몇 번이나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만 강효상 의원이 신청한 ‘달서구병’은 “여러 정무적, 전략적인 판단 하에 보류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강 의원이 동시에 TK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찼을 때의 당내 반발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당내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19일 홍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된 데 대해 “이 엄동설한에 당원들은 모두 추위에 떨고 있는데 당 대표가 가장 따뜻한 아랫목을 염치도 없이 덥석 차지해 버린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러니 끝없이 사당화 논란이 제기되고 당헌·당규를 내팽개치고 자기 멋대로 당을 운영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편 한국당은 총 45개 지역의 조직위원장을 임명했으며, 공모 지역 총 74곳 중 호남 5곳과 제주 서귀포, 화성 을·병 등 8곳에는 지원자가 없었다고 전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3명으로 가장 많고 20대 1명이 포함됐으며, 이 중 여성은 6명이 선임됐다.
 
이 위원장은 “당협위원장이 선정되지 않은 지역은 추후 조강특위 회의를 하고 2, 3차 발표를 통해 조직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당협위원장 45명 임명자 명단
 
▲대구: 홍준표(북구을) 
▲서울: 이상묵(중구성동구갑), 최진규(성북구갑), 김동수(강북구을), 이동호(서대문구을), 김배영(구로구갑), 문정림(영등포구을) 
▲부산: 정오규(서구동구), 권기우(부산진구갑), 박에스더(북구강서구갑), 이경훈(사하구갑), 이주환(연제구) 
▲경남: 홍태용(김해시갑), 서종길(김해시을) 
▲인천: 이재호(연수구갑), 이종열(남동구갑), 고영훈(계양구갑) 
▲대전: 양홍규(서구을), 박성효(유성구갑), 육동일(유성구을) 
▲경기: 정미경(수원시무), 윤기찬(안양시동안구갑), 이재진(부천시원미구을), 이효선(광명시갑), 공재광(평택시을), 이경환(고양시갑), 이동환(고양시병), 조대원(고양시정), 김준호(구리시), 유낙준(남양주시갑), 이석우(남양주시을), 최진학(군포시을), 이정훈(하남시), 박용호(파주시갑), 박진호(김포시갑), 김성회(화성시갑), 조억동(광주시갑) 
▲충북: 김양희(청주시흥덕구), 박경국(청주시청원구) 
▲충남: 신진영(천안시을), 이상욱(아산시을) 
▲광주: 하헌식(서구갑), 박영용(광산구을) 
▲전남: 임인현(영암군무안군신안군)
▲ 제주: 오영희(제주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