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용산 참사’ 9주기를 맞아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 6명이 숨진 이 사건으로 전 국민적인 공분이 일었고, 과잉 진압이 원인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정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각 권력기관의 과거 적폐에 대한 철저한 단절과 청산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경우 공권력이 개입해 인권침해가 이뤄진 주요 사건 5개가 ‘우선조사대상사건’이다.
 
청와대는 이날 ▲용산 철거현장 화재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사건 등 5건의 진상을 우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용사 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 재개발 지역의 한 건물에서 점거 농성을 하던 철거민을 경찰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회원 40여 명은 전날인 19일 새벽 재개발에 따른 보상비를 요구하며 용산 국제빌딩 4구역 내 철거예정이던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설치하고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철거반원 50명이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건물 내부 진입을 시도하자 철거민들은 시너와 염산 등을 뿌렸다.
 
상황이 악화되자 경찰 3개 중대와 살수차, 경찰특공대 2대 부대 등이 현장 주변에 배치됐고 철거민들과 경찰이 대치에 들어갔다. 경찰은 20일 새벽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강제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농성 중인 남일당 건물을 포위한 뒤 “철수하지 않으면 강제로 해산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형크레인으로 경찰 특공대를 태운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건물 옥상에 투입했다.
 
철거민들은 특공대원들이 망루 1층으로 들어서자 철거민들은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특공대원들이 휴대용 소화기로 불을 끄며 전진하자 철거민들의 대응은 더욱 치열해졌다. 철거민들은 시너를 통째로 건물 옥상에 퍼부었다. 이어 한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 한 개가 망루 3층 계단에 떨어지자 불이 순식간에 번지며 인명 사고를 냈다.
 
당시 용사 참사를 두고 경찰의 무리한 과잉진압이 원인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건물 안에 화염병과 시너 등 인화 물질이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 작전을 강행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첫 특별사면 대상에는 용산 철거현장 화재 사망 사건 관련자 25명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2018년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용산 참사 당시 시위를 벌이다 처벌된 철거민 26명 가운데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1명을 제외한 25명을 특별사면 및 복권했다.
 
71개 시민단체가 모인 ‘용산참사 9주기 추모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구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국가 폭력’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유가족들과 철거민들의 몫으로만 넘길 수 없다”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국가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 김 의원 등 진짜 책임자들을 진실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우리는 지난 사면의 의미가 용산참사 문제를 종결하는 것이 아닌 국가폭력의 진상 규명을 시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9일 논평을 내고 “용산참사는 국가와 자본이 연합해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상징적 사건”이라며 “용산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뿐 아니라 쌍용차, 강정, 밀양 등 반복돼 온 국가폭력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철거민들이 새 정부에서 발표한 첫 사면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면복권이 참사의 진상 규명을 시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밝히는 첫 걸음”이라며 “철거민들의 삶이 회복될 수 없지만 정부의 이번 발표가 삶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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