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KAL피격으로 노태우 후보 결정적 유리92년 대선땐 ‘이선실 간첩단 사건’으로 DJ곤혹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 문제가 야기한 정치권의 이념공방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역대 대선과 총선에서 이념문제는 늘 큰 영향력을 미쳐왔기 때문. 이에 정치권은 송 교수 파문이 몰고 온 돌발변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이념문제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사례는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이다.

당시 87년 11월29일 13대 대선을 보름정도 앞둔 상황에서 터진 사태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김현희와 김승일이 저지른 일이라고 안기부가 밝히면서 대선에서 안보문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특히 김현희가 선거 하루 전날 서울로 압송되면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92년 14대 대선에서도 ‘이선실 간첩단 사건’이 정국을 강타, 민주당 김대중 후보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또 김 후보가 재야단체와 손을 잡자 민자당은 연일 김 후보의 색깔을 문제삼고 선거쟁점화 했다. 이외에도 지난 96년 4월 15대 총선을 앞두고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대한 북한 병사들의 무단침입으로 휴전선에 긴장이 고조된 것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그러나 이념공방이 득만 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거의 결정적인 패착이 된 경우도 있다.

16대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후보 장인의 빨치산 이력을 들며 색깔론을 펼쳤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아 후보경선에서 밀리고 말았다. 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역시 선거초반 노 후보의 색깔을 들먹였지만, 오히려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자 중도에 전략을 바꿨다. 남북정상회담 발표 역시 선거에서 실이 된 경우. 2000년 16대 총선을 사흘 앞두고는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자 발표 시점을 두고`’선거용 북풍’ 의도라는 논란이 일었고 선거 결과엔 실로 작용했다는 분석.97년 15대 대선에선 막판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의 월북사건 역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지만, 큰 실익은 없었던 경우. 당시 김대중 후보는 즉각 ‘기획 월북’ 공세를 편 뒤 김 후보에 대한 오씨의 지지편지를 당국보다 먼저 발표하는 등 선수를 쳐 파장을 최소화했다. <인>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