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의 나라 일본은 겨울이면 더욱 생각난다. 뜨거운 김이 자욱한 온천 풍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일본 최고의 온천 도시인 오이타현의 벳푸에서는 그 풍경을 온몸으로 마주할 수 있다. 1375m의 활화산 츠루미다케와 평화로운 벳푸만을 앞뒤로 둔 벳푸의 하늘에는 끊임없이 하얀 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벳푸 여행의 하루는 온천에서 시작해 온천에서 끝이 난다. 밤새 살짝 한기가 느껴지는 겨울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새벽부터 문을 여는 온천이다. 오랜 온천 역사를 지닌 벳푸이기에 온천의 종류와 방법도 다채롭고, 이름난 몇 곳의 온천만 둘러봐도 하루는 짧기만 하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짐을 내려놓으면 생각나는 이름도 역시 온천이다.
‘스나유’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모래라는 뜻으로 온천증기로 데워진 모래 속에 누워서 즐기는 모래찜질을 말한다. 벳푸의 명소 중 하나인 카이힌스나유는 벳푸의 한적한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온천 박물관이 된 타케가와라 온천. 8대 온천지구를 뜻하는 ‘벳푸 8탕’의 첫 번째인 벳푸 온천지구 입구에서 벳푸의 상징적인 존재 타케가와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전통 고택을 보는 듯 120년 넘은 건물 외관에서 벳푸의 옛 정취가 가득 흐르는 곳. 캐리어를 끌고 찾아온 여행객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여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타케가와라온천의 내부에 들어서면 우리의 동네 대중목욕탕에서 느껴지는 정겨운 사람 냄새가 제일 먼저 맞이한다.
벳푸 순례 #1, 지옥 순례
8곳의 지옥을 순례하는 벳푸여행의 중심이자 오감으로 체험하는 온천 엔터테인먼트. 왠지 섬짓한 이름의 ‘지옥순례’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지구의 신비를 체험하면서 온천에서만 요리할 수 있는 특별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또 지옥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인문의 시간이기도 하다.
벳푸에서는 천년 이상의 세월동안 뜨거운 수증기와 진흙, 열탕이 분출돼 왔다. 사람이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불길한 토지는 ‘지옥’이라는 이름을 이 땅에 붙여놓았다.
지옥순례의 백미로 꼽을 수 있는 지옥찜공방 칸나와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온천의 증기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 재료를 쪄내서 보기만 해도 맛깔스러운 요리가 상에 오른다.
온천이 벳푸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할 만한 테마파크도 벳푸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세계적인 캐릭터 키티가 사는 집을 둘러보고 우리나라 TV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어트랙션의 짜릿함을 만끽하다 보면 한겨울 추위도 사르르 녹고 만다. 동심저격! 벳푸의 테마파크 세 곳.
1929년 개장한 라쿠텐치 유원지는 벳푸 아이들의 오랜 꿈과 행복을 지켜온 역사 깊은 놀이공원이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고 벳푸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위에 오르면 가장 먼저 특이한 모양의 관람차가 기다린다.
대자연에 둘러싸인 고원에 아름다운 숲속 공원 키지마고원 파크가 드넓게 자리 잡았다. 전체 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거대한 관람차를 가운데에 두고 이곳의 명물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일본 최고의 캐릭터 회사인 산리오가 그들의 대표적인 히트 캐릭터를 테마로 만든 하모니랜드. 그곳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캐릭터 중 가장 비싼 캐릭터로 손꼽히는 헬로키티이다.
벳푸와 이웃 도시인 오이타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곳곳에서 가족여행의 깨알 재미를 더해준다. 야생 그대로의 원숭이와 아프리카의 맹수들 그리고 물속 신비가 가득한 아쿠아리움까지. 무서운 듯 무섭지 않은, 알고 보면 귀엽기만 한 신비한 동물의 세계.
Face to Face, 아프리칸 사파리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아프리카,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눈앞에서 관찰하고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을 아시아의 벳푸에서 만나는 기회.
사파리 투어 버스인 정글버스를 타고 그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면 동물들이 하나둘 버스를 향해 다가온다. 미리 제공 받은 먹이들을 긴 집게를 이용해 창살 틈을 통해 하나씩 먹여주면서 그들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벳푸의 해안가 풍경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오이타시의 바닷가에 위치한 우미타마고 수족관은 최대한 자연 해류에 가깝게 만든 수족관으로 사람과 동물이 친해질 수 있는 수족관이라는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다.
우미타마고 수족관과 연결된 육교를 건너면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으로 연결된다. 이곳은 약 1300여 마리의 일본원숭이가 서식하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원숭이 마을로 그들의 생존방식과 약육강식의 세계가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다.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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