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 “보수 신문들이 (송두율 사건을) 매카니즘 광풍의 단계로…” 조선·동아 “편향된 이념을 무분별하게 방송하는것이 개혁이란 말인가”‘송두율 교수사건’ 으로 불거진 ‘이념논쟁’이 언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KBS - 조선·동아간 갈등이 깊다. ‘이념논쟁’불똥이 ‘언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송두율 교수 사건’을 계기로 KBS와 조선·동아일보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KBS PD협회 등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취재와 구독 거부를 선언한 가운데 해당신문인 조선·동아일보 등이 사설과 보도를 통해 KBS를 압박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일고 있는 것. 특히 내년 총선과 맞물려, ‘색깔론 시비’가 KBS와 언론시민단체 대 한나라당과 조선·동아일보간 대치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KBS와 조선·동아일보간의 갈등의 골의 발단은 지난달 27일 방송된 ‘한국사회를 말한다- 귀향, 돌아온 망명객들’편. 이 방송을 비롯한 KBS 일부 TV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대해 조선·동아일보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부터 언론사간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조선·동아와 한나라당측은 정연주 사장이‘한국사회를 말한다’,‘인물현대사’ ,‘미디어포커스’ 등의 프로그램에 개입, “특정집단의 이념을 형평에 맞지 않게 강조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이종수 KBS 이사장이 송 교수 귀국에 앞서 베를린을 방문해 송 교수를 만났고, 그의 입국에 KBS가 조직적으로 간여했다는 이른바 ‘기획입국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종수 이사장은 이에 대해 기자회견을 자청, “송 교수 귀국에 ‘발 벗고 뛰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일부에서 기획입국 운운하며 KBS 제작진과 나와 모종의 의혹이 있는 것처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8일 KBS 이사회에서 “개인 자격으로 독일을 방문한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물의를 빚은데 대해 사과한다”는 뜻을 밝히며, 조선·동아일보 등의 공세에 한발짝 물러났다. 그러나 KBS 노조와 PD협회가 연일 항의성명과 결의문을 채택하며 조선·동아일보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KBS노조는 ‘정연주 사장 스스로 사퇴를’이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지난 6일자 시론에 대한 항의성명과 한나라당의 ‘KBS에 대한 색깔공세’에 대한 반박성명을 내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노조는 “송두율 교수 사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한나라당내 일부 보수, 수구세력에 의한 색깔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시대착오적이며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 KBS 흠집 내기를 통한 방송장악 음모를 즉시 중지하고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노조는 조선·동아일보를 겨냥, “보수신문들은 이들의 검증되지도 않은 의혹제기를 마치 사실인양 확대재생산하며 매카시즘 광풍의 단계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성토했다.KBS PD 협회도 지난 8일‘취재거부 선언’ 결의문을 통해 “한나라당의 공세와 동아 조선일보의 보도를 총선 승리를 위한 정략이 담긴 ‘색깔론 시비’로 규정”하고 나섰다.PD협회는 “무책임한 폭로와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가 결국 KBS의 전직원과 시민사회의 건강한 여론이 소망해온 변화와 개혁을 저지하고 수구세력의 입지를 넓혀주며 공영방송의 존립을 부인하는 음모의 소산”이라며 한나라당과 조선·동아일보를 비판했다.

PD협회측은 이어 △동아·조선의 취재를 전면 거부하고 △해당 신문구독 금지와 해당 신문기자의 출입금지 △ 근거 없는 왜곡과 비방에 대한 법적 대응 △정 사장 취임후 진행되고 있는 개혁방향 지지 등을 결의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노조 등도 KBS를 거들고 나섰다. 이들은 “한나라당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이 송 교수 사건을 계기로 KBS에 대해 무차별적인 색깔공세를 벌이는 것은 내년 총선을 대비해 방송을 길들이기 위한 정략적 목표에 의한 것”이라며 ‘색깔공세’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KBS측은 지난 11일 자사 프로그램 <한국사회를 말한다- 신문, 누구를 위한 권력인가> 편을 방영, KBS와 조선·동아일보 사이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조선·동아일보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동아일보는 KBS PD들이 자사에 대한 취재·구독 거부를 결의한 것에 대해 즉각 공식입장을 폈다.

동아일보는 “특정 언론사를 출입금지시키겠다는 것은 언론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를 봉쇄하는 것”이라며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특정 신문사를 상대로 취재거부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KBS가 자사에 대한 어떤 비판도 불허하겠다는 오만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역시 지난 9일자 1면에 이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며 “공영방송이 특정신문 논조를 문제 삼은 것은 처음”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들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KBS PD협회가‘개혁 프로그램’이라고 언급한 ‘한국사회를 말한다’와 ‘일요스페셜’의 송두율씨 편은 정연주 KBS 사장이 ‘혼란과 오해를 일으켜 시청자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한 프로그램”이라며 “방송위원회에서도 방송의 적절성에 맞지 않은 것으로 보고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편향된 이념을 무분별하게 방송하고 이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보도를 거부하는 것이 ‘개혁’이란 말인가”라며 “ 일부에서‘일련의 사태의 근저에는 다가올 총선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다지기 위한 정략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 것도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최규철)도 성명을 발표,“이번 취재거부는 언론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비이성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조선·동아일보를 거들었다. 성명은 또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만큼 국민은 KBS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를 잘 알고 실천해야 할 KBS PD들이 취재거부를 선언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어 “PD협회가 색깔론을 내세운 것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봉쇄하려는 것이며 ‘총선 승리를 위한 정략’ 운운한 것은 그들 스스로의 정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KBS와 조선·동아일보간 갈등에 대해, 언론계 한 인사는 “그간 정치권에서 있었던 색깔공방이 언론으로 번진 것 같다”며 “언론사간 필요 이상의 색깔논쟁이 자칫 사회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 KBS 시청료 분리징수 추진

한나라당은 현행 전기요금에 통합 고지돼 납부하는 KBS 시청료를 분리해 납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는 지난 10일 국감대책회의에서 “국민이 KBS에 대해 자진해서 시청료를 낼 사람은 내고, 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내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총무는 “그동안 KBS의 편파시비와 관련해 시청료 분리요구가 있었을 때도 KBS종사자 전체에 위해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극단적 채택은 피해왔다”면서 “그러나 KBS PD협회가 우리 당의 지적을 색깔론으로 모는 등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병렬 대표도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KBS 내에 큰 축을 이루는 PD협회가 우리 당을 정면 공격하고 송 교수 문제와 관련해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시청료 문제를 포함한 전면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일부의원들도 동참의사를 밝히고 있어 KBS 시청료 문제가 쟁점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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