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게는 수십억 원이 넘게 투입되는 지자체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어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실제로 사업을 위해 혈세를 들여 산 부지나, 지역 홍보를 위한 조형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되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하게 추진하는 지역 사업과 홍보 때문에 세금만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울산 울주군이 2007년 59억 원을 투입해 4만7000여㎡를 사들인 서생면 영어마을 부지는 현재 쓰레기 집하장으로 변했다. JTBC에 따르면 지금 이곳은 폐농자재와 쓰레기 자루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군은 재선충병에 감염돼 죽은 소나무들을 이 장소에 모으게 해 파쇄를 지시했다. 부지를 사들인 뒤 사업비가 예상보다 100억 원 이상 더 들게 되자 조성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시가 54억 원을 투입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도농교류센터는 운영할 단체가 없어 7년째 문이 닫혀있고, 숙박시설과 복지회관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버려지다시피 했다. 주먹구구식 사업추진과 전시행정 탓에 세금만 새고 있는 셈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지역을 홍보하겠다며 곳곳에 설치한 조형물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흉물이냐 예술이냐’는 논란에 휩싸였다가 열흘도 안 돼 철거된 서울시의 슈즈트리(Shoes Tree)다. 슈즈트리는 도시재생과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서울시가 서울역 광장에 헌 신발 3만 켤레로 만든 설치미술 작품이다.
 
작가의 재능기부로 큰돈이 들지 않았지만, 운반과 거치대 비용 등으로 1억4000만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설치 9일 만에 철거돼 애꿎은 세금만 낭비한 셈이 됐다.
 
3대 악성 중 한 사람인 난계 박연의 고향인 충북 영동군은 2010년 2억3000만 원을 들여 울림판 지름 5.54m, 지름 6.40m, 너비 5.96m, 무게 7t 규모의 대형 북을 제작했다. 이듬해 영국의 기네스 월드 레코드(GWR)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북’으로 인증 받았다.
 
그러나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이 북은 보관시설 없이 난계 사당 앞 임시보관소에서 4년간 방치되다 새로 지어진 국악 체험촌의 집(고각)에 겨우 자리 잡았다.
 
시의성이 없거나 예술성이 떨어지고 지역 랜드마크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공공조형물도 허다하다. 2015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발’은 절단된 발의 형태로 애국심을 강요한다는 논란을 빚었다. 비무장지대 순찰 중 지뢰가 터져 상처를 입은 군인들을 기리기 위한 이 ‘평화의 발’ 건립에는 2억 원이 들었다.
 
이 같은 전시행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기준 공공시설물은 부산 547점, 경남 391점, 충남 378점, 경기 345점 등 시도마다 수백 점에 달한다.
 
한 도의회 운영위원은 “무분별한 조형물의 난립과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함께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치도록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며 “공공시설물 훼손자에 대한 신고포상금 지급 제도를 운용해 우수한 공공조형물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일정 시기마다 재심의해 재지정, 이전, 해제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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