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이 거듭하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정책으로 신뢰도를 스스로 갉고 있다. 요 얼마 사이 가상화폐와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야당은 물론 절대지지층인 2030 세대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가상화폐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법무부는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론의 뭇매를 맞자 반나절 만에 청와대가 나서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정책은 더욱 혼란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더니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유예하겠다고 한 뒤 며칠 안 가서는 아예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불과 한 달 만에 일어난 일들이다. 교육부는 또 지난해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섣불리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1년 유예 결정을 내려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런 현상은 사실 이 정부에서만 빚어진 게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과거에도 숱하게 있었던 일인데, 그 원인은 대체로 장관이 무능하거나 청와대 ‘비서정치’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장관 무능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장관들의 현실감각 결여를 주원인으로 꼽는다. 문 정부의 경우 정통관료 출신은 단 2명뿐이다. 나머지는 학자나 정치인 출신이다. 학자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를 정책에 반영하는 쪽으로 기울고, 정치인은 모든 사안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추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비서정치’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장관들이 권력자 눈치 보기에 급급해 사실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주원인으로 본다. 청와대 비서실에 너무 많은 힘이 실려 있는 현 시스템이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지근에 있는 비서들이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 비서실 눈치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서정치’를 할 수 없도록 하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할지 모르나 대통령 중심제에서 ‘비서정치’는 현실이다. 내각제 개헌을 처방으로 내놓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또한 국무총리 비서실이 대통령제 청와대 비서실이 될 것임은 자명할 게 아닌가. 
프랑스 최고의 대통령으로 추앙받고 있는 드골은 보수주의자였다. 그러나 그는 자유주의자이면서 반항아적 진보 인사였던 앙드레 말로를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중용했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은 자신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윌리엄 수어드에게 국무장관이라는 요직을 맡겼다. 또 노예제도를 반대했던 정적(政敵) 살몬 체이스와 에드워드 베이츠를 내각에 불러들였다. 상대당인 민주당 정치인들도 주요 부서 장관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드골, 링컨 모두 성공한 지도자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포용정책 덕분이었다.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 정적(政敵) 또는 정치적 이념이 다른 인사들이 한 배를 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민주국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용기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게다. 그래야만 장관들이 무능하다는 소리 듣지 않고, 비서실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껏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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