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성골집사’에서 MB 벼랑 끝 모는 ‘키맨’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분신. 움직이는 일정표. 집사 중에 집사. MB 돈지갑.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김희중(50)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같은 사이였던 김 전 부속실장이 최근 이 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BBK 140억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의 청와대 개입 의혹 등 이 전 대통령 관련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최측근의 입이 ‘봉인 해제’된 것이다. 김 전 부속실장은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인간적 배신을 당하며 버림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요서울은 ‘키맨’으로 떠오른 김 전 부속실장을 조명해봤다.
 
15년간 MB 지근거리에서 보좌…일거수일투족 아는 ‘문고리 권력’
맑고 담백 한결같은 성격…갑작스러운 부인喪 MB ‘외면’하자 ‘절교’

 
청와대 제1부속실은 대통령 일정과 주요 문서를 수발하는 곳이다.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위치하며, 때론 대통령 개인적인 일을 보좌하기도 한다. 이 곳에서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 시절 그는 ‘문고리 권력’으로도 불렸다.
 
MB 美 연수 때도 보좌
‘혼란기에는 김 비서관’

 
충남 홍성 출신인 김 전 실장은 서울 사대부고를 나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광고회사를 다닌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실장은 1997년 이를 그만두고 당시 이명박 국회의원의 6급 비서관 공채를 통해 이 전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후 이 대통령의 일정을 줄곧 책임졌으며 이 전 대통령이 1998년 말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 후에도 서울에 남아 이 전 대통령을 보좌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2년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당선 시절엔 의전비서관, 청와대 입성 뒤엔 제1부속실장을 맡은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이자 비서로 일했다. 15년간 이 전 대통령의 손과 발이 돼 각종 민원을 일선에서 처리한 그는 ‘영원한 비서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대통령과 최단 거리에 있는 만큼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 하지만 김 전 실장의 성격은 이와 정반대로 알려져 있다. 외모에서도 풍기듯 순박하면서 선한 사람으로 전해진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김 전 실장을 “굉장히 맑고 담백하고 착한 친구”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의 신분이 국회의원→서울시장→대통령으로 바뀌면서도 김 전 실장은 한결같이 겸손함을 잃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권력’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그저 청와대라는 직장에서 일하는 중년 남성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평소 ‘주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술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부속실장을 맡으면서는 업무에 치여 술을 멀리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혼란기에는 김 비서관’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안이 생소하거나 복잡해 이 대통령의 뜻이 잘 파악되지 않을 경우 김 전 실장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는 뜻이다. 이러한 그가 ‘검은 돈’에 연루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저축은행 비리’
연루돼 징역

 
김 전 실장은 2011년부터 터지기 시작한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휘말렸다. 당시 저축은행은 높은 이자를 내걸고 서민들의 자금을 빨아들였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저축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선정되면서 각종 비리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FF)에 상당한 규모의 대출을 해준 저축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부동산 침체를 겪으면서 대출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2011년 부산저축은행을 시작으로 8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맞았다. 당시 일부 저축은행은 영업 정지 사태를 막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했고, 김 전 실장은 이에 연루됐다.
 
김 전 실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금융당국으로 하여금 솔로몬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 등 검사기준을 완화해 솔로몬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받지 않도록 해 달라’라는 청탁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1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실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언론보도처럼 금품을 수수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로 내 이름이 거론된 것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 곧장 사표를 냈다. 당시 ‘윗선’으로 꼽히던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도 현금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사법 처리를 받는 등 파문은 확산됐다.
 
청와대는 진상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김 전 실장이 사표를 내자 ‘민간인 조사 불가’를 이유로 침묵을 이어갔고, 김 전 실장은 2012년 7월 구속기소돼 같은 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3개월을 선고받았다. 김 전 실장과 검찰 모두 항소를 포기해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극심한 생활고에
부인 끝내…

 
당시 퇴임을 앞둔 2월 설 무렵 이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김 전 실장이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언론에서도 그가 사면리스트에 올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달리 사면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김 전 실장은 “구속된 지 6개월쯤 됐는데 어찌 대통령이 사면할 수 있겠나”며 “사면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부인 장례와 관련해선 이 전 대통령에게 상당히 섭섭함을 느낀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실장 구속 이후 가족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는데 이 전 대통령 측 아무도 이를 챙겨주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형편이 어려워 아내와도 헤어진 끝에 다시 결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결국 만기출소 1개월을 앞둔 2013년 9월 부인은 형편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월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 전 실장은 귀휴(복역 중인 사람이 일정 기간 휴가를 얻는 일)를 얻어 문상객을 맞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조문뿐 아니라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 정두언 전 의원은 “김 전 실장으로서는 너무나 철저하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실장은 “대통령 직계가족 한 사람이라도 오셨으면 하는 섭섭함을 표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를 계기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실망감이 커져갔던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은 “(출소 이후) 김 전 실장 자체가 얼씬도 하지 않았다. 쳐다도 안 봤다”며 “내가 그랬다. ‘가서 인사라도 드리지 그랬냐’ 했더니 ‘됐어요. 무슨 인사를 해요’ 하고 안 갔다. 이미 마음이 거기서 끊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그를 우습게 여겨 외면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상갓집도 안 오고, 꽃도 안 보내고, 전혀 돌보지 않았다”며 “완전히 그냥 바보 취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 역전
“모든 진실은 MB가”

 
상황은 이제 역전됐다. 버림받았던 그가 이제 이 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6일 밤 핵심 측근인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이 전 대통령은 이튿날 대국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당초 김 전 기획관의 구속으로 이 전 대통령이 위기감을 느껴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실제 ‘키맨’은 따로 있었다. 김 전 실장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그가 검찰에 협조적으로 나서자 이 전 대통령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비슷한 시기에 조사받은 김백준 전 기획관,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과 달리 구속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은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통로 역할이었고, 받은 돈은 김윤옥 여사 측 여성행정관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고 밝히는 등 상당수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위 檢 수사…
MB 입 열까

 
이러한 김 전 실장의 행동에 ‘아름다운 복수’라는 말이 등장한다. 물론 그러한 부분도 작용했을 수 있겠지만, 그는 아내를 잃고 남은 자식을 챙겨야 하는 ‘가장의 책임’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그는 검찰 출두 전 정 전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더 이상 아이들한테 부끄러운 아빠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무엇보다 제겐 가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잘못된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나가겠나”면서 “탄핵 (정국) 이후 국민들의 시선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안고 갈,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분(MB)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원 특활비 유용 의혹과 다스 비자금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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