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공권력에 쓰러진 아직 끝나지 않은 죽음- 아!최종길 교수여”.1973년 유럽간첩단 사건과 관련, 당시 중앙정보부에 출두했다가 의문사한 고 최종길 교수의 30주기 추모식과 추모학술회가 지난 17일 서울대 근대법학 1백주년 기념관 소강당에서 개최됐다.‘기념부조 제막’, ‘정의의 종 타종’등으로 시작된 이날 추모식은 시종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뜻을 기렸다.

특히 지난 73년 고인이 되기 8개월전에 녹음된, 최 교수의 육성테이프가 최초로 공개돼,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공개된 육성테이프에서 최 교수는 “깨끗하고 고고하게 걸어온 학자로서의 길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내일의 희망인 청년학도와 함께 생활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추모식 인사말을 한 안경환 서울대 법과대학장은 “그 동안 최 교수님의 사인규명을 위해 애써주신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마침내 얼마 전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 최 교수님께서 중앙정보부의 모진 고문에 의해 사망하셨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한 간첩조작공작이 진행되었음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최 교수님은 어두운 시대에 민주화에 헌신하셨고, 제자와 학문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참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최종길 교수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인 이수성 전 서울대 총장은 “최 교수는 순수하고 사랑이 많았던 분”이라고 회상하며 “정치와 무관한 사람이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희생당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최 교수의 아들인 최광준 경희대 교수는 유족대표로 “이번 공개된 녹음테이프를 통해서도 아버님이 얼마나 학생들을 사랑하고 학문적으로도 큰 인물이셨는지를 알 수 있다”며 “그동안 아버님의 의문사를 밝히기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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