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유감’과 태극기 아우성
‘평창 유감’과 태극기 아우성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입력 2018-02-01 15:27
  • 승인 2018.02.01 15: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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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유세에서 “청년 10명 중 서너 명은 실업자고 취업해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입니다. 취업, 꿈, 미래, 연애, 결혼, 출산 등 포기한 것이 너무 많은 청년은 세상이 지옥 같다며 ‘헬조선’이라고 부릅니다. … 누가 우리 청년들을 삶의 벼랑 끝으로 몰았습니까? … 우리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삼포(三抛, 연애·결혼·출산 포기)와 같은 불만 ‘네이밍’으로 청년들의 감성에 호소했다. 그러나 작년 연말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묻고 청년이 답하다’라는 행사에서 청년대표 100여 명을 만나 ‘도전정신’을 강조하며 “가보면 길이 있다”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는 역대 최악의 청년 실업 상태에서 청년 일자리 해법과 각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총론식 ‘제3자 유체이탈 화법’에 머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자(孔子)의 ‘롤 모델’은 중국 고대 주(周)나라의 국가 기반을 다지고 이상 정치를 실현한 ‘주공(周公)’이었다. 공자는 만년에 “오래 되었도다, 내가 다시 주공을 꿈속에서 뵙지 못한 지도(久矣 吾不復夢見周公, 구의 오불복몽견주공)”라고 탄식했다. 공자는 주공과 같이 되려는 ‘꿈’을 지니고 살았기 때문에 성인(聖人)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꿈과 이상을 가진다는 것은 청년의 특권이고 전유물이다.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간다”고 노래했다. 그런데 지금 이 땅의 많은 청년들은 꿈과 이상을 상실하고 있다. 일찍 시든 청년의 꿈을 다시 되살리는 일은 정부와 정치권 및 사회 지도층의 몫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화두로 꿈을 접는 청년들을 달래기에는 조국의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지난 1월 26일 벌레소년이 자신의 유투브 채널에 올린 ‘평창 유감’이라는 랩이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벌레소년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현 정부를 조롱했다. ‘태극기 내리고 한반도기 올리기/메달권 아니면 북한이 먼저/공정함과 희망 따윈 니들에겐 없어/전 세계가 비웃는 평양 올림픽 난 싫어/대체 왜 북한한테 쩔쩔 맵니까?/대체 왜 북한이 더 당당합니까?/흘린 땀보단 북한 출신이 더 대접받는 사회로구나’라는 내용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 곡은 불과 며칠 만에 유투브 조회 수 60만을 넘었고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이러한 사회 현상의 원인에 대해 여당 관계자들은 “젊은 층이 보수 정권 10년간 제대로 된 통일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는 좌 편향된 역사교육 현실을 오도하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이 사람들에게 주니어김영사에서 펴낸 ‘개념 잡는 초등한국사 사전’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기에 김일성은 항일 운동가로, 6.25는 남침이 아닌 전쟁으로, 주체사상은 사회주의 자주 노선으로 미화되어 있다.
 
요즈음 2030 세대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직접 목격한 세대이다. 이들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라는 구호에 가슴 뛰던 1960년대 ‘4.19세대’의 감상적(感傷的) 민족주의와는 다르며, 북한의 주체사상과 통일방식을 그대로 따랐던 1980년대 ‘386세대’의 맹목적 민족주의와도 크게 다르다.

2030 세대들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김정은을 증오한다. 남북 단일팀을 만든다는 이유로 아이스하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태극기가 사라지고 ‘한반도기’를 흔들게 된 북한에 끌려 다님에 대해 저항한다. 이들의 애국 열정은 반공이나 진영논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러한 영향으로 SNS에는 “평창에서 태극기 휘날리자” “2월 9일 다 같이 태극기를 듭시다” “개막식 날 태극기 연을 날리자!” “개막식 날 차에 태극기를 달자” “올림픽 기간에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자”라는 ‘태극기 휘날리자’는 아우성이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좌파들은 세월호와 촛불사태 때에 자신들 편에 섰던 2030 세대들을 든든한 우군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변해가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는 2030 세대들의 표변(豹變)에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2030 세대들은 진영이나 좌우익 대결에 물들기를 혐오하며, 지극히 실용적·개혁적·보편적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좌파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현 정부가 실정(失政)을 계속 범할 경우 문 정부에 대한 지지율 반란은 머지않아 태풍이 될지 모른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해 8월 취임 1주년 회견에서 “100년 정당의 토대를 만들겠다” “최소 20년 이상의 연속집권을 목표로 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보수궤멸, 지방선거, 개헌 등은 더불어민주당의 ‘20년 집권론’의 3박자 로드맵이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 급락과 자유한국당 지지율 상승, 그리고 2030 세대들의 ‘태극기 아우성’이 어떤 상관관계를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