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민평당 흡수론’ 모락모락…‘손익 계산서’ 골몰
민주당 내 ‘민평당 흡수론’ 모락모락…‘손익 계산서’ 골몰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8-02-02 16:25
  • 승인 2018.02.02 16:25
  • 호수 1240
  •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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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야 전술에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국민의당 발(發) 정계개편을 관망해 오던 민주당이 ‘민평당 흡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평당의 흡수로 통합신당을 보수진영에 가두면서, 진보 진영의 파이를 독식하고자 하는 계산으로 비친다. 다만 당내에선 ‘민평당 흡수’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흡수 이후 내부 교통정리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이 표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평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 시절 당을 깨고 나간 장본인들이다. 얻을 실리가 크지만 잃을 명분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민주당-민평당 흡수론’, 그 복잡한 손익계산서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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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은 국회 의석수다. 문재인 대통령과 당의 높은 지지율 덕분에 선거 결과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광역단체장 자리를 노리는 당내 현역 의원들이 많은 탓이다.
 
121 대 117 ‘4석 차’
1당 지위 불안한 민주당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의석수는 각각 121석과 117석으로 단 4석 차이다. 자칫 한국당에 원내 1당 지위를 내줄 경우 민주당 입장에선 하반기 원 구성과 국회의장 선출 협상이 곤란해질 수 있다. 당 지방선거기획단 회의에서 광역이 아닌 기초단체장 후보로 현역 국회의원이 출마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25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현역 의원의 실제 출마 규모는 경선이 끝나 봐야 아는 것”이라면서도 “현역이 경선에서 지방선거 후보로 선출돼 의원직을 포기하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그 지역구가 야권으로 넘어갈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불안한 의석수 때문이었을까. 민주당 내부에서 전술 변화가 감지된다. 야권 정계개편에 거리를 뒀던 민주당이 새로 개편된 야권 지형을 적극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당내에선 ‘민평당 흡수론’이 힘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최소 14석에서 최대 17석까지도 바라보고 있는 민평당 흡수는 민주당에 강한 실리를 가져다줄 것이 분명하다. 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확정된 재보선 지역을 모두 가져오고, 무소속 이정현 의원과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까지 재입당한다고 해도 늘어나는 의석수는 6석에 불과하다.
 
즉 민주당이 민평당을 흡수할 경우, 바른정당 전체가 한국당에 입당하지 않는 한 다음 총선까지 수적 우위를 굳힐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원내 1당 지위를 잃으면 국회의장직도 한국당에 뺏겨 후일 개혁 입법 처리가 어렵다”며 “지방선거 전인 5월에 민평당 의원들을 입당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민평당 흡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추진 중인 통합신당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중도 보수표를 겨냥한 통합신당은 창당 전부터 심상찮은 기세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평창 올림픽과 가상화폐 논란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음에도 한국당의 지지율이 그만큼 상승하지 못한 것이 바로 통합신당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대북 이슈가 터지면 보수 정당의 지지율이 올랐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이는 결국 민주당을 이탈했지만 한국당에 가지 않고 오히려 통합신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무당층이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민평당을 흡수한다면 민주당은 호남에서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합신당을 호남에서 완벽히 떼어내면서 진보 진영 유권자들을 독식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지원, DJ 언급만 12번,
‘호남 자민련’으로 ‘민주당’ 넘겠다?

 
이에 맞서 민평당은 “입당은 너무 이른 얘기. 협치는 가능하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동시에 민평당은 1987년 창당됐던 ‘평화민주당’을 떠올리게 하는 당 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DJ의 유지를 계승하고 보수 세력과 손을 잡은 안철수 대표에 연일 맹공을 퍼부으면서 민주당과 숙명의 대결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당 내부에서는 지난 2016년 4·13 총선에서 호남 28개 지역구 중 23곳을 석권했던 녹색 바람이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싹트는 모양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1월 25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대규모 결의대회에서 DJ를 12번이나 언급하며, 연단에 올라 민주평화당으로 뭉칠 것을 호소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의 길,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가겠다”, “민주평화당에 참여하는 것이 (곧)DJ고, DJ가 말한 행동하는 양심이다”, “DJ가 사랑했던 호남발전을 위해서 정치인생 바치겠다” 등 민주평화당과 DJ를 연결시키기 위한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대표는 “전당대회의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온라인 투표’를 추진했다 선관위 유권 해석을 통해 ‘불가’ 통보를 받았으며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위원 전원을 안 대표의 적극적 지지자들로 포진시키는 등 ‘꼼수정치’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동영 의원은 “평화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오염시킨 안철수 국민의당의 깃발을 접고, 지방선거에서는 민평당으로 승리해내자”고 했고, 천정배 의원은 “호남을 배신하고 모욕한 안철수 대표를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민평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결코 여의치 않다. 민평당이 ‘호남 자민련’을 표방하고 있는 이상 민주당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호남 민심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태다. 안 대표가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이면에도 호남 민심의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방선거 이후엔 민평당의 상황이 더욱 암울해질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각에서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가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지지했던 사례를 들며 민평당이 민주당에 흡수되는 것은 정치권의 생리로 봤을 때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는 당위론도 제기된다.
 
당시 이 전 총재는 취재진 앞에서 직접 새누리당 입당 원서를 작성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박 후보에 대한 지지도 선언했다. 그는 “이 같은 결심은 단지 보수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라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수세력의 결집뿐 아니라 중도·중간층의 통합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평당 흡수 손익계산서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
 

다만 정치권은 민주당의 ‘민평당 흡수’를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그 규모는 최소한에 그칠 것이고 그 최소한의 인원에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민주당이 민평당 전체를 흡수하는 것은 당내 갈등의 불씨를 스스로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의 고공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문 정부에 대한 강한 지지 세력이다. 이들 중 강경 지지파는 국민의당 호남파 의원들을 고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대표로 있을 당시 당을 박차고 나갔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원내 제2당인 한국당이 내부 잡음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것을 곁에서 지켜봐 왔다. 한국당에선 바른정당으로 떠났던 이들이 복당하면서, 새로운 지역위원장들과의 충돌이 일어난 바 있다. 갈라져 있던 시간이 훨씬 긴 민주당과 국민의당 호남파의 경우 더 큰 잡음이 생길 개연성이 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자기 편할 대로 당을 나갔다 들어갔다 아주 호남 민심이 우습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겠나”라면서 “지난 총선 당시 저쪽의 행보에 치를 떠는 당원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은 이미 국민의당 중재파 의원들이 통합개혁신당 합류로 방향을 튼 상황에서 민주당이 원내 1당 입지를 굳히는 선에서 최소한의 인원만을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소한의 흡수’ 즉 개별 입당을 염두에 두면서 일단은 민평당과의 정책 공조부터 시작하려는 모양새다. 성급하게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주도하기보다는 정책공조 등의 형식으로 공통점을 찾은 뒤 점차 연대 수준을 확대하면서 개별 입당을 받는 시나리오다.
 
당 관계자는 “민평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기대가 크다”며 “일각에서 언급된 그분들의 개별 입당설은 실제 논의된 바 없지만, 다음 총선 전에는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영진 전략기획위원장 역시 지난 1월 24일 “(민평당은) 우리와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며 “추미애 대표나 당 지도부는 그분들을 영입한다거나 그런 얘기는 아직 하지 않았다”며 개별입당을 통한 흡수가 아닌 당 대 당으로서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