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로 확대된 재개발 구역 이유로 5000만 원짜리 땅이 1300만 원 헐값에”

사업 초기 7만2072㎡(2만1802평)이었던 재개발 구역이 26만3153㎡(7만9604평)으로 확대되면서 사업 대상으로 편입된 건물들. 비대위 측은 “대부분의 건물들이 재개발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북아현3구역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10년째 표류 중인 가운데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5년 재개발 정비 사업구역 확대 과정에서 서대문구청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있었고, 최근에는 사업시행인가 실효와 관련한 조합과 비대위 측 간 이견으로 행정소송이 불거진 것. 결과적으로는 비대위 측 주장대로 2016년 8월 31일 자로 북아현3구역 재개발 사업시행인가 기일이 종료됨에 따라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며, 일각에서는 이대로 뉴타운 재개발 구역 해제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업시행인가도 실효 “조합 해체, 낙후 지역만 재개발해야”
조합 “총회 통해 사업시행기간 변경, 원래대로 추진할 것”

 
북아현3구역은 뉴타운 재개발 지역 중에서도 가장 시끄러운 곳 중 하나다.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 이른바 뉴타운으로 지정돼 큰 관심을 끌었지만 10년째 사업은 시작도 못한 채 주민 갈등은 깊어만 지고 있다.

문제의 시발은 사업 초기 7만2072㎡(2만1802평)이었던 재개발 구역이 26만3153㎡(7만9604평)으로 확대되면서 부터다. 이 과정에서 건축된 지 얼마 되지 않거나 결함이 없어 재개발이 필요치 않은 건물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 이로 인해 재산상 피해를 입은 주민 900여 명이 비대위에 속해 있다.

비대위 측은 재개발 구역 확대 편입으로 인해 2년 전 시세에 따라 부동산을 매입했는데 하루아침에 50~60% 내린 가격에 집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뉴타운 사업에서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 보상가가 시세의 50~60% 수준인 개별공시지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재개발 구역 확대 편입 과정에서 현동훈 전 서대문구청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나며 비대위 측은 더 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현 전 구청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2015년 4월, 재개발 정비 사업구역 변경 관련 금품수수 혐의로 징역 1년3개월과 추징금 3억 원을 추가 선고 받았다.

2006년 9~10월과 2007년 6~10월께 재개발·재건축 관련 정비사업자 최모씨로부터 북아현 3구역 재개발 구역이 확장되도록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현금 3억 원을 받은 혐의다. 이러한 부정행위가 적발됐으니 편입된 19만1080㎡ 구역은 해제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비대위 측의 주장.
북아현3구역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며 각 집 앞에 내걸린 빨간 깃발들.
  또 다른 쟁점은 사업시행기간 종료를 둘러싼 양측의 엇갈린 해석이다.
앞서 서대문구청은 2011년 9월 조합에 대해 사업시행인가를 하며 기간을 ‘사업시행인가서’에는 ‘인가일로부터 청산일’로, 또 ‘사업시행고시문’에는 ‘사업시행인가일로부터 60개월’로 달리 기재했다. 이에 비대위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 서대문구청은 이를 받아들여 2017년 1월 11일 고시를 통해 북아현3구역의 사업시행인가 기일이 2016년 8월 31일자로 종료됐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비대위 측에서는 편입된 구역은 해제하고 기존 7만 여㎡에 대해서만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실시하거나, 조합을 원천적으로 해산하고 도시재생사업으로 변경 추진함으로써 필요 지역만 개발해야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업은 시작도 못했는데 조합이 계속 존재할 경우 임원들의 임금 지불을 위해 조합원들의 피해만 커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총무위원은 “내 땅(편입 구역 위치)도 시세 5000만 원에 거래되는데 조합 측에서 내놓은 가격은 1300만 원이다. 편입된 지역이 낙후돼 재개발이 정말 필요하다면 인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재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건물”이라며 “기존 구역인 2만여 평은 낙후된 곳이 맞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이들에 대해서만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조합 측은 오는 7일 총회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 변경의 건’을 상정하고 사업시행기간을 ‘변경일로부터 60개월’로 재신청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해철 부조합장은 “지난번 총회에서도 같은 안건을 상정했는데 총회 참석자가 20%에 미달돼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반드시 안건을 처리해 사업시행기간을 변경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로써는 양측 중 어느 한 쪽의 주장도 현실화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비대위 측 주장대로 조합이 해산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비구역 해제, 즉 뉴타운 구역 해제 등 신청 기일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종료됐으며 조합 측의 사업시행기간 변경 및 사업시행인가 재신청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을 직권해제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신청했어야 한다. 비대위 측은 이를 시도했으나 동의자 미달로 좌절된 바 있다.

사업시행기간 변경 및 사업시행인가 재신청도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관측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5년 전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때와 지금 환경이 같겠냐”고 반문하며 “토지시가 등 많은 것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업평가부터 다시 해야 할 텐데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조합 측이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인가를 재신청해야 한다. 사업시행기간은 중대한 사안인 만큼 총회 등 조합원들의 의결을 거쳐 기간 변경 및 연장 등의 방법으로 우리(구청)에게 인가를 재신청,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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