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합당하는 국민의당-바른정당의 새 당명 결정 과정이 영 찜찜하다.
 
이들은 합당 후 미래당이라는 당명으로 등록하려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으로 퇴짜를 맞자 반나절 만에 바른미래당이라는 당 이름을 뚝딱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약칭은 쓰지 않겠다고 했다. 약칭을 쓰려면 미래당이 되는데, 우리미래라는 정당이 이미 약칭으로 미래당을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꼼수가 있어 보인다. 요즘 사람들은 긴 고유명사 쓰기를 싫어한다. 특히 언론사들이 그렇다. 가급적 약칭을 쓴다. 정당명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을 민주당으로, 자유한국당을 한국당, 민주평화당을 민평당으로 부르고 쓴다. 편의주의라는 일각의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해 당명을 바른미래당으로 만들고 약칭을 쓰지 않기로 한 게 아닐까. 언론들이 바른미래당을 미래당으로 쓰면 썼지, 바미당으로 쓸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바미당을 영어로 했다가는 자칫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바미당을 발음상 영어로 하면 ‘Bammy Party’가 되는데 Bammy는 카사바를 빻은 가루로 만든 자메이카의 전통 빵이다. 이렇게 부르면 바른미래당은 졸지에 자메이카 ‘빵당’이 되어 버린다. 물론 비슷한 발음으로 ‘Balmy Party’이 있는데, 이는 ‘아늑한 당’ ‘훈훈한 당’이라는 의미가 되긴 한다.
 
그러나 이들이 이렇게까지 고민했을 리 없다. 아마도 이들은 “언론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바른미래당을 미래당으로 쓸 것이 아닌가. 국민들도 그렇게 인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래 우리가 쓰려고 했던 미래당은 그대로 남아있게 되는 셈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청년들이 만든 우리미래와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어른스러움을 지켰다는 명분과 함께 결과적으로 미래당이라는 당명을 그대로 쓸 수 있게 되는 실리까지 챙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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