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송도경제자유구역에 국내 종합병원 허용…‘찬반 공방전’ 재조명
정부, 송도경제자유구역에 국내 종합병원 허용…‘찬반 공방전’ 재조명
  • 권가림 기자
  • 입력 2018-02-08 18:54
  • 승인 2018.02.0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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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정부가 인천 송도 자유경제구역의 투자개방형 병원 대지에 국내 종합 병원 설립을 허용하면서 그간 송도 영리병원 설립 방안을 둘러쌓던 논쟁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난 7일 김동연 부총리 주재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송도경제자유구역 내 국내 종합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기존 개발계획은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투자 비율이 절반 이상인 투자개방형 병원의 설립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국내종합병원도 입주가 가능하다.
 
투자개방형 병원(외국계 영리병원)을 유치하려던 당초 계획은 사실상 보류된 셈이다.
 
지역단체와 의약업계는 그동안 송도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에 대해 의료 양극화 초래를 우려하며 반대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로 이뤄진 인천지역연대는 영리병원 문제가 극한 대립을 보이던 2014년 “의료민영화는 의료비의 상승, 의료 양극화의 심화,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노동법 미적용 등으로 저임금 노동자 양성,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을 낳는다”며 “인천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시민들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광역시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인천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자본과 맞바꾸지 말라”고 촉구했다.
 
인천지역연대를 지지하는 인천시의사회와 한의사회, 약사회, 치과의사회 등 인천지역 의약업계는 당시 “의료비 상승은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초래하고 보장성항목 축소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결국 건강보험 근간과 의료제도 체계를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며 의견을 보탰다.
 
이에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에 찬성했던 이들은 정부가 지역단체의 반발에 못 이겨 급기야 국제병원 설립을 백지화하고 대신 국내 병원을 짓는 것으로 매듭짓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그간 지역단체는 영리병원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도 주민들로 구성된 송도국제도시총연합회는 “국제병원 설립은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아니라 국내 의료관광서비스산업과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통한 경제부흥의 청신호”라며 “특수지역의 특수 시스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외국인 정주환경을 위해 설립돼야 할 국제병원이 10년 동안 소모적인 공방으로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며 “소모적인 논쟁과 경제논리를 정치논리로 풀어가는 형국을 방치할 수 없으며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도래하고 있다”고 국제병원 설립은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인천광역시는 2015년부터 송도 경제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의료 환경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등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 병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중국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 유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8일 한 매체를 통해 “이웃 중국도 병원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을 푸는 보건의료 개혁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의료 선진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한국 의료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최근 베이징, 상하이, 톈진 등 7개 지역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기존 병원을 인수하거나 단독으로 짓는 것을 허용했다.
 
투자개방형 병원이 좌초 위기에 있는 것은 송도뿐만이 아니다.

 
<뉴시스>


제주 녹지국제병원도 개원에 대한 반발이 거세 개설 허가가 미뤄지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어 녹지국제병원이 ‘무늬만 국제 병원’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의 뤼디그룹이 지분을 100% 투자했다고 내세우지만 실질적 운영 주체는 국내 비영리 의료법인인 미래의료재단이라는 것.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한 매체를 통해 “녹지국제병원에 근무할 코디네이터들이 미래의료재단에서 교육을 받고 미래의료재단 이사와 재단 메디컬센터 대표가 병원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는 녹지국제병원 운영에 국내 법인이 실질적으로 관여한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반면 개원 허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어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녹지국제병원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라며 “고부가가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어 외국인 유치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즉각적인 개원 허가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영리법인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 교수는 “영리법인 허용과 관련해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바로 의료 양극화에 관한 것”이라며 “영리법인 허용과 동시에 매년 수익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 소외된 계층과 의료 서비스에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 보완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다음 단계로는 규제개선을 막고 있는 기득권, 이해관계 등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필요시 조정, 합리적 보상 등을 통해 개선하겠다”며 “국내종합병원 설립 허용은 고시 변경만으로 가능한 사안이어서 올해 1·4분기까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혀 해당 논란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놨다.
 

권가림 기자 kwonseou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