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운전기사에서 재벌까지… 온갖 불법으로 거액 챙겨
28세에 대표이사 취임… 횡령·사기 등 징역 7년 선고

 
무려 1천억 원이 넘는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4년 2월 19일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다원그룹 회장 이금열(48)씨는 당시 철거업계에서는 신화적 존재로 통했다.
 
검찰과 ‘적준 철거범죄 보고서’(적준 사법처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1998년) 등에 따르면 이 씨는 1986년 설립된 철거용역업체의 시초인 입산개발에서 활동하던 용역들이 나와 세운 ‘적준’의 회장 운전기사로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적준은 서울 등의 철거현장 31곳에서 83건의 폭력을 행사하고 주거침입, 성폭행, 성추행, 재산손괴, 방화 등을 90여 차례 저지르는 등 온갖 불법행위를 통해 가장 확실한 철거회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 2명이 숨지고 490여 명이 다쳤지만 적준은 1990년대 중반부터 재개발 현장을 독점해 1997년 국회에 제출된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93년 이후 4년간 수주 총액만 570억 원이 넘었다.
 
당시 회장의 운전기사이자 철거현장에서는 행동대원으로 불법행위에 가담, 활약하면서 입지를 다진 이 씨는 적준 내 알력다툼이 벌어지자 회장 추천으로 1998년 28세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단숨에 업계 1인자로 올라선 이 씨는 회사 이름을 악명 높은 적준 대신 다원그룹으로 바꾸고 폐기물업체를 추가로 만들어 철거현장 한 곳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잔재를 맡아 처리했다. 2000년대부터는 시행사와 시공사를 설립해 도시개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수천억 원대의 자금을 굴리며 10억 원을 호가하는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등 ‘철거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손해를 보기 시작하자 이 씨는 사업자금, 로비자금을 마련하고자 회삿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회삿돈 884억 원과 아파트 허위분양으로 대출받은 168억 원 등 1천52억여 원을 빼돌렸고, 이사회 결의 없이 담보도 받지 않은 채 경기지역 도시개발사업에 나선 계열사에 150억 원을 부당 지원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
 
또 공사를 따내기 위해 김명수(60) 전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전 경기도의원, 전 인천시의원, 서울 서대문구청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건네는 등 전방위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이 씨의 범행은 다원그룹의 한 직원이 2008년 세무조사를 선처해 주는 대가로 전·현직 세무공무원 3명에게 5천만 원을 건넨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에 나서 줄줄이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 등 다원그룹 간부들은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하다가 손해를 보자 필요한 사업자금, 로비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법원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뇌물공여 등 이 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철거왕’ 신화도 막을 내렸다.
 
2016년 8월 서모(44) 변호사가 2013년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중이던 ‘철거왕’ 이금열 사건에 개입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한 언론에 따르면 서 변호사는 당시 수원지검장이던 김수남 (60)전 검찰총장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언론에 따르면 서 변호사는 2013년 5월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중이던 이 씨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리베라서울호텔의 식당에서 만났다. 이 자리엔 호텔의 소유주이자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도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서 변호사는 이 씨에게 사건 해결을 약속하고, 자신과 같이 일하던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S법무법인(로펌)을 연결해줬다. 수임료와 관련해 양쪽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다. 서 변호사가 사건 수임만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당시 김수남 지검장을 만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후 항소심 판결이 끝나자 로펌이 일부 수임료를 철거왕에게 반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S법무법인 측이 성공보수를 착수금 형태로 미리 받았다가 재판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이를 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 수임부터 항소심 당시까지(2013년 7월∼2014년 9월) 성공보수가 금지됐던 것은 아니지만 통상 피고인들은 전관예우 등의 ‘보이지 않는 힘’을 원할 때 성공보수가 포함된 고액의 수임료를 변호사에게 지불한다.
 
당시 법조계에 따르면 이금열은 검찰 수사 단계부터 서 변호사를 접촉한 뒤 서 변호사의 소개로 S법무법인에 변호 업무를 맡겼다. 한때 S법무법인에서 일했던 변호사 A씨는 “수원지검에서 수사한 ‘철거왕’ 이금열 사건은 서 변호사가 소개한 사건으로, S법무법인이 수사 단계만 맡기로 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아 1, 2심 재판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S법무법인에 수임료로 5억 원을 냈다. 그러나 이 씨는 검찰에 구속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7년, 2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되는 등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S법무법인에 5억 원 중 3억 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S법무법인은 협의를 통해 3억 원보다 적은 2억 원을 이 씨에게 돌려줬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이 씨가 착수금에 성공보수를 얹어 수임료를 낸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의 막강한 영향력을 믿고 고액의 수임료를 지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서 변호사는 2012년 변호사를 휴업했다. 서 변호사는 휴업한 상태에서 사법연수원 시절 자신의 은사이자 휴업 전 같은 로펌에서 근무했던 B변호사(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에게 철거왕 사건 수임을 주선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하지만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단계만 맡기로 했던 사건을 재판 단계까지 책임진 로펌에서 의뢰인 측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만 듣고 수임료로 받은 돈 중 40%를 돌려주는 건 상식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철거왕 사건은 B변호사 외에도 변호사 3명이 추가로 변호에 나섰던 사건이어서 수임료를 반환하면 사실상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시각도 있다.
 
성공보수 지급은 전관예우 등의 부작용을 불러와 법조시장을 흔드는 사안으로, 대법원은 2015년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S법무법인이 서변호사를 통해 사건을 소개받는 과정에서 변호사법 위반 등 약점을 잡혀 이 씨 측의 수임료 반환 요구에 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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