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洪에 짓눌리지 않으니 행복…洪, 보수 우파의 얼굴 안 돼”

인형 캐릭터 '라이언'을 들고 있는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한국당, 애국 세력까지 합치는 보수 진영의 큰집 돼야”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정치 신인이었던 류여해(45)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7·3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2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당에서 제명당하는 정치 쓴맛을 봤다.
 
이 과정에서 친(親)홍에서 반(反)홍으로 돌아선 그는 그동안 성추행과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홍준표 대표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나서는 등 현재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범상치 않은 그의 언행 때문에 그를 ‘관종’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홍 대표와의 투쟁 이유, 본인의 향후 계획과 그간 정치적 소회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최근 성추행·모욕 등 혐의로 홍 대표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나섰는데.
 
▲ (사실) 저는 절대로 홍 대표와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 먼저 싸움 건다는 얘길 듣고 싶지 않다. 다만 먼저 (공격을) 시작할 때마다 최선의 방어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처음에 손잡은 부분도 먼저 문제 제기할 생각이 없었다. 근데 홍 대표가 방송에서 ‘지가 먼저 잡았지’라고 하니까 (앞으로도) 본인이 먼저 공격할 때 가지고 있는 카드(추가 폭로나 법적 대응 등)를 쓸 생각이다.
 
홍 대표는 보수 우파의 얼굴이 돼선 안 된다. 홍이 나가고 한국당이 보수 우파의 큰집이 돼야 한다. 일각에서 (저에 대해) 눈살 찌푸리고 욕하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홍을 욕하는 사람도 많다. 정치는 모두가 예스할 수 없다. 나를 바라보고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게 정치다.
 
- ‘홍준표-MBN 사태’의 직접 관련자로서 이를 어떻게 지켜봤나.
 
▲ (‘홍 대표, 수년간 류여해 성희롱’ 보도에서) ‘수년 간’은 오타였다. 저도 기사 보고 놀라서 (방송사에) 연락해 ‘기사 잘못 나갔다’고 했다. 그래서 고쳤다. 기사가 잘못 나가면 깜짝 놀라고 서운할 때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을 내야 한다. 근데 ‘방을 빼라’(당사 출입 금지 등)는둥 너무 작은 그릇을 보여주니까 부끄럽고 안타깝다.
 
- 그간 홍 대표와의 공방이 진흙탕 싸움처럼 부정적으로 비치기도 하는데, 이렇게 싸우는 이유는.
 
▲ 홍 대표가 왜 저를 제명했을까. 그건 바로 제가 홍의 정치적 적(敵)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가고자 하고 뜻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아닙니다’라고 계속 문제 제기하니 저를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에 끊임없이 부딪쳤다.
 
홍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있어서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 했다. 또 홍은 아군 적군도 구분 못했다. 본인 곁에서 대선을 도왔던 아군을 내치고, 바깥에 나가 우리 당 욕했던 바른정당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문제는 다 화합했으면 괜찮은데 (그 사람들) 들이기 위해 한국당에서 본인을 위해 노력했던 많은 당협위원장들을 내쳤다. 저는 그 사람들을 대신해 싸우고 있다.
 
- 지난해 말 당무감사 결과 서초갑당협위원장 자격 박탈 소식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속이 시원했다. ‘이제 제대로 한 번 싸워보자’하는. 당 대표일 때 싸움은 공정하지 못하지 않나. 근데 이제는 공정하게 홍이 한마디 하면 저도 같이 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아울러) 한국당은 당비와 함께 국민 세금도 받는 당이다. 당대표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사당(私黨)이 아니다. 그래서 이를 만천하에 알리고 사당이 되지 않도록 하고 국민 세금 함부로 쓰이지 않도록 열심히 싸우고 있다.
 
- 가까이서 지켜본 홍 대표는 인간적으로 어떤 사람이던가.
 
▲ 평범한 아저씨다. 당대표가 안 되었으면 좋았을 그냥 평범한 아저씨. 그냥 길 갈 때 구부정하게 걸어가면서 가끔은 허허 인자하게 웃고 침도 닦아가며 실수도 하면서. 근데 당대표로서 넉넉함 가지고 한국당과 보수 우파를 살리기엔 그릇이 너무 작다. 선당후사해야 하는데 본인 챙기기에 바빴다.
 
홍 대표는 법을 전공했지만 법치가 뭔지 모르는, 아직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지만 여성이 무엇인지 젠더가 무엇인지 성희롱도 무엇인지 모르는 그저 꼰대다. 당 대표가 아니었으면 그냥 꼰대 아저씨라고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당 대표이기 때문에 (그렇게) 안 된다.
 
- 지난 1년간 정치적으로 수직상승했다가 급락했는데 돌아보면 소회가 어떤가.
 
▲ (과거) 홍 대표가 ‘깡패하고 싸우려면 깡패처럼, 조폭하고 싸우려면 조폭처럼, 정치는 아주 무서운 곳이다. 무섭게 싸워야 한다. 진실 같은 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많이 배웠다. 하지만 따라하다 보니 망했다.(웃음) 제일 중요한 건 소통인데 홍 대표는 소통할 줄 모른다. 말할 때 제일 많이 쓰는 말이 “됐습니다”였다. 안타깝다.
 
(저는) 지금 욕심도 없고 잃은 게 없다. 되게 가벼운 마음으로 정말 (대표로서) 아닌 사람을 향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밖에 없다. 사람들이 요즘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간 회의할 때도 그렇고 홍한테 짓눌리고 살았다. 짓눌리지 않으니 되게 행복하다. 저는 법치·원칙·신의·사람을 중요시 여긴다. 류여해답게 살아가려고 한다.
 
- 향후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 한국당이 보수 우파의 큰집이 돼 보수 우파뿐 아니라 흩어져 있는 애국 시민과 태극기 세력까지 합쳐졌으면 좋겠다. 저는 새로운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보수 우파가 뭉칠 수 있는 큰집이 한국당이 될 수 있게끔 하는 게 제 향후 목표다.
 
또 하나는 지방선거에서 참신한 보수로 (보수 진영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홍이 물러나고 새롭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신속하게 준비하면 선거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그가 나가야지만 할 수 있다. 그가 미워서는 아니다.
 
류 전 최고위원은 이 대목에서 만약 비대위가 구성된다면 이를 이끌 차기 리더와 관련해 본인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할까요?”라고 반문하며 “당 서열로 따지면 제가 맞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철우 의원에 이어 최고위원 2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류 전 위원은 ‘요청이 있다면 응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이제 보수 우파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다 잃었다. 문재인 정부가 헛발 차기를 기다린다. 조금 있으면 잘못할거야’라고 표현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 정부가 잘 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제1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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