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먹거리와 쇼핑, 화려한 번화가를 상상하며 떠나왔던 일본 여행에서 가고시마와 미야자키는 낯선 풍경들만 끊임없이 꺼내놓았다.
살아있는 화산과 마주하며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초상을 확인했고, 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올해의 안녕을 기도했다. 몰랐기에, 감동은 더욱 크게 밀려들었다. 새로운 여행지를 갈망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감히 규슈가 숨겨둔 비밀을 꺼내어 본다.
가고시마를 여행하다 보면 헬멧을 쓴 학생들이나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1년에 몇 백 번은 분화하는 사쿠라지마의 화산 때문에 생겨난 문화란다.
실제로 가고시마를 여행하는 내내 어디 서나 사쿠라지마 섬의 화산을 볼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 거대한 화산이 너무나 당연하게 배경처럼 놓여 있다.
이미 삶의 일부가 돼버린 화산과 공존하는 가고시마에서, 여행자들도 어느새 그곳에 익숙해져 간다.
가고시마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사쿠라지마는 섬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가고시마와 연결돼 있다. 과거에는 섬이었으나 화산 폭발로 흐른 용암이 가고시마와 섬을 이어놓았기 때문. 차를 타고 빙 돌아서 사쿠라지마로 들어갈 수 있지만 가장 편리하고 빠른 방법은 사쿠라지마 페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24시간 운항하는 페리는 15분 정도 소요되며, 요금 또한 인당 160엔으로 저렴한 편. 물론 차량의 선적도 가능하다.
사쿠라지마 섬 여행은 비지터 센터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쿠라지마는 물론 가고시마에 대한 여행정보까지 모두 얻을 수 있으니 여행객들에게 이만한 장소도 없다.
센터 한편에는 현재 화산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와 매년 몇 번의 화산 분화가 이루어졌는지 기록돼 있는 칠판이 보인다. 벌써 올해에만 두 번이나 분화했다고 한다.
<Info>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큰 무’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이 흐른 자리의 모든 식물들은 죽어버리고 말지만 수백 수천 년이 흐른 뒤 에 그 땅의 토양이 비옥해져 울창한 숲이 자라난다고 한다. 이렇듯 화산으로 인해 생겨난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사쿠라지마의 무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무’로 기네스북에 선정됐다. 둥글고 깡똥한 모양새가 우습기는 하지만 과연 크기는 흔히 볼 수 있는 무보다 2~3배는 더 크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용암해안공원 족욕탕
사쿠라지마 비지터 센터 바로 앞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족욕탕이 있다. 길이는 100m,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딱 알맞은 온도의 온천수가 흐른다.
유노히라 전망대는 해발 373미터에 위치한, 사쿠라지마에서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전망대다. 앞쪽으로는 바다 건너편의 가고시마 시내를, 뒤쪽으로는 거대한 화산을 볼 수 있다.
어찌나 높은지 지나가던 먹구름 이 계속 화산의 정상에 걸려 있다. 전망대 건물 안에는 작지만 기념품과 스낵, 음료를 파는 가게도 있다.
사쿠라지마의 아리무라 해안에서 즐길 수 있는 온천 파기 체험. 검은 모래를 직접 삽으로 파면 온천수가 나온다. 다만 날씨에 따라 체험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니, 사전에 사쿠라 지마 비지터 센터에서 반드시 확인해 보자.
사쿠라지마 섬 안에 있는 사쿠라지마 시사이드 호텔은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모든 룸에서 오션 뷰를 감상할 수 있다. 호텔의 역사를 짐작하게 해주는 룸에는 다다미가 깔려 있고 일본 고유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 바다와 산을 품은 별장, 센간엔
센간엔은 시마즈 가문의 제19대 미쓰히사가 1658년에 별장으로 만든 정원이다. 바로 앞에 놓인 사쿠라지마와 긴코만을 모두 가문 소유의 별장이라 여긴 시마즈 가문은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센간엔을 지었다.
<Info> 쟘보모찌
SNS에서 유명해진 센간엔의 쟘보모찌. 간장 맛과 미소맛 두 가지 종류의 소스가 구운 모찌에 묻혀 나온다. 달달한 맛에 따뜻한 차 한 잔과 마시기 좋은 가고시마 전통 디저트.
<Info> 네코가미 신사
에도시대에 가고시마에서는 고양이 눈동자의 동공이 변하는 모양으로 시간을 체크했다. 이곳 네 코가미 신사는 당시에 시간을 체크했던 고양이를 숭배한 신사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신사 옆에는 반려동물이 함께 오래 살 수 있도록 기원하는 나무패가 매달려 있다.
가고시마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여행객들도 가고시마 시민들도 한데 모이는 덴몬칸은 가고시마의 번화가이자 쇼핑거리이다.
<Info> 놓치면 안 될 덴몬칸의 먹거리들
죠키야의 야키도넛
덴몬칸 무쟈키의 시로쿠마 빙수
가루후의 라멘
가고시마 여행의 완결편, 시로야마 공원 전망대
가고시마에 왔다면 한 번쯤은 꼭 올라가봐야 할 전망대. 107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에 위치한 시로야마 공원은 가고시마 시티뷰 버스를 타고 한 번에 오를 수도 있고,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갈 수도 있다.
야경 명소로도 손꼽히는 곳으로 어느 시간대에 찾아와도 좋은 곳. 남쪽에 위치해 겨울에도 늘 따듯한 가고시마에는 1년에 한두 번 눈이 내린다고 한다. 살포시 눈이 쌓인 활화산이라니 불과 얼음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가능하게 한다.
시로야마 산에 자리 잡은 호텔로 규슈 지역에서 꽤 소문난 유명 호텔이다. 깔끔하고 럭셔리한 룸 컨디션은 물론 곳곳에 적혀있는 한국어 안내문 구가 한국인 숙박객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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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엄지희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