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내놔 피해 기업들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술탈취에 대한 당정협의를 갖고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책을 내놨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에 따르면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기술 비밀자료를 거래할 때 비밀유지협약서(NDA)를 의무적으로 체결해야 하며 하도급 거래에서 기술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요건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기술보호 관련 법률에 모두 도입하고 현행 손해액의 ‘3배 이내’인 배상액을 ‘10배 이내’까지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대책에는 당정이 변호사협회 등과 함께 공익법 무단을 신설해 기술탈취 예방을 위한 법률자문을 지원하고 검·경 전담부서를 통한 신속한 수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정부가 ‘기술탈취’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기술탈취가 그만큼 근절되지 않는 관행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업 부설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전국 2000여 개의 중소기업 가운데 기술탈취를 경험한 곳은 모두 527건으로 피해 신고액만 3063억6000만 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중소기업 821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술탈취 실태조사에서는 644곳의 중소기업이 기술탈취 피해를 경험했고 기술탈취 1건당 피해액은 17억4000만 원, 연평균 피해액은 3456억 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나 경찰에 신고한 중소기업은 3.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탈취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소송을 제기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것뿐 아니라 거래를 끊겠다는 대기업의 갑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협력업체 대표는 한 매체를 통해 “수년간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간신히 연구개발에 성공한 기술이나 지금까지 토대가 된 원천 기술을 ‘눈 뜨고 코 베어가는’ 격으로 빼앗겨도 거래 중단 등 보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며 “조용히 눈물만 훔치는 중소기업이 더 많다. 수면 아래는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막강한 자금과 법률전문가로 무장한 대기업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므로 그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진 바 있다.
 
중기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수급사업자들은 기술탈취 위법행위에 대해 신고하기 꺼리고 익명성을 보장받기 힘들었다”며 “정부가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피해 기업에 대한 사실 입증 및 강력한 제재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개입으로 신호를 분명하게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전에도 기업이 기술탈취 애로사항을 호소하면 상담해주거나 관련 부처를 연계해주는 등 부처 간의 협력체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정부가 좀 더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며 “앞으로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가 신설되는 과정에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모니터링하며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기업의 기술탈취가 완벽히 해소될지는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한편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최대 10배 이내 강화’, ‘자료제출 명령권한 도입’ 등 핵심입법 과제가 2월 중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통과될 시 대책들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힘을 쏟겠다”며 “하반기 중 발의 예정인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은 법안을 통해 위원회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기술탈취 근절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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