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국방규격(식량, 전투용, 2형)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군에서 보유한 전투식량 가운데 총 20억 원 상당이 국방규격에 맞지 않는 ‘불량 전투식량’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상상황을 대비한 식량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 세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쟁 발발 시 전투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규격 “찐어묵, 특수 포장어묵 사용”
느닷없는 ‘튀긴 어묵’ 등장으로 혼선


전투식량은 국방부가 비상상황을 대비해 비축해 놓은 식량이다.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도록 진공‧건조된 제품으로 유통기한은 최대 3년이다. 또 말 그대로 ‘비상식량’이라 사용하는 원료에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모든 재료는 건조가 원칙이고 소금이나 된장도 수분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진공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방규격 맞지 않아
수량만 47만 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김중로 의원이 국방부와 기술품질원(이하 품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군이 보유한 전투식량 2형 가운데 국방규격에 맞지 않는 ‘튀긴 어묵’이 첨가된 제품은 모두 47만192대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20억9213만 원 상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규격에 따르면 전투식량 2형의 1‧2‧3식단에 포함하는 어묵은 한국산업규격(KS H 6017) ‘찐어묵’ 또는 ‘특수 포장어묵’에 적합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불량 전투식량을 납품한 업체는 ‘국방규격에 명시된 특수 포장어묵에 튀긴 어묵이 포함돼 있다’, ‘규격을 지키고 있다’, ‘재료 사용기준을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김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KS H 601:2014)에 특수 포장어묵과 튀긴 어묵은 다르게 분류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결건조 과정 거친 찐어묵(왼쪽)과 튀긴 어묵(오른쪽)
불량식품 먹고 전투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을 살펴보면 특수 포장어묵은 ‘연육에 고명을 첨가하거나 첨가하지 않은 것을 케이싱(용기)에 채워 가열살균(중심온도 80℃, 20분 이상) 하거나 혹은 필름으로 포장을 한 후 성형틀에 넣어 가열살균 한 것으로 어육 배합비율이 70% 이상인 것’이라 명시돼 있다.

튀긴 어묵은 ‘연육에 고명을 첨가하거나 첨가하지 않은 것을 성형한 후 식용유로 튀긴(중심온도 75℃ 이상)것으로 어육 배합 비율이 70% 이상인 것’이라 명시돼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튀긴 어묵의 경우 산패(酸敗) 위험성이 높다는 점. 또 식중독과 알레르기 위험성도 높다. 건조 작업 또한 어렵다.

전문가들은 기름에 튀긴 음식을 공기에 오랫동안 노출시키거나 장기적으로 보관하는 일은 산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건강에 좋을 수가 없다고 지적하는 상황.

현재 한국 군인 수를 60만여 명으로 계산한다면 보유한 전투식량은 90%에 달하는 군인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일각에서는 혹여나 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러한 전투식량을 섭취했을 때 전투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철저하게 원인 규명해야”

불량 식재료로 인한 전투식량 납품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전투식량을 검수하는 품질원의 책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튀긴 어묵의 경우,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식별이 가능하지만 품질원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그대로 군에 납품한 것.

국방부도 품질원이 작성한 ‘납품조서 품질 합격 여부’와 외관, 수량만 확인할 뿐 해당제품에 대한 자체 검수과정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품질원의 검수만 믿고 그대로 예하 부대로 보급해 불량 전투식량이 납품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군 측은 “국방기술품질원 등을 통과해 납품된 제품을 사용할 뿐”이라고 밝혀 책임 전가(責任轉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밖에 군에 납품하는 전투식량 2형은 ‘기타가공품’으로 유형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타가공품은 세균 수에 대한 규제제한이 없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김중로 의원은 “먹거리는 병사들의 건강과 직결돼 있다”면서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해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못 하도록 불량업체와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군 당국의 허점으로 장병들의 전투력 손실에 대한 우려가 높다. 또다시 군의 안이한 식품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김중로 의원실 제공>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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