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겸·김영춘 대구/부산 필승카드 될까?
- 정치는 도전의 과정… 기회 걷어차는 정치인에게 미래 없어

 
며칠 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두 의원실이 방을 뺐다.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판결이 난 그날로 의원은 의원이 아니게 되고, 보좌직원들은 실업자가 된다. 국회에서는 이를 ‘방을 뺐다’고 한다. 갑자기 닥쳐 온 동료의 실직 앞에서 동병상련의 안타까움이 의원회관에 물안개처럼 퍼졌다.
 
국회의원은 흔히 말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니다. 국회의원도 선거법, 정치자금법 앞에서는 얌전한 고양이, 철저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선거법,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남의 일이 아닌 안타까움도 잠깐일 뿐,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빈 방은 곧 채워진다.
 
국회 직장
‘선거’ 피할 수 없는 운명

 
올해는 자의든 타의든 방을 빼는 의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당선무효형을 받은 의원도 많지만, 6.13 지방선거에 출마자로 거론되는 의원도 줄을 섰기 때문이다. 국회를 직장으로 둔 사람들에게 선거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다. 국회의원들은 피가 끓고 뼈가 삭는 선거를 뚫고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이고, 보좌진들은 의원과 공동운명체로 선거를 치른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답게 선거도 많다. 중요한 선거만 해도 오는 6월에 치러지는 지방자치선거, 4년마다 치러지고 국회의원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 선출직이 임기 중간에 공석이 생길 경우 실시하는 재보궐 선거, 헌법 개정과 같은 국가 주요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가 있다.
 
스스로 4년 임시직이라고 자조하는 국회의원들은 어렵사리 선거에 당선되어 국회에 등원해서도 선거를 피해갈 수 없다. 초선은 그럴 일이 별로 없지만 재선, 3선이 되면 당 지도부나 국회 상임위원장에 도전하게 된다. 당 지도부가 되려면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통과해야 하고, 국회 상임위원장, 각 당 원내대표, 국회 부의장, 국회의장도 경쟁을 해야 한다.
 
보좌진들도 당연히 이런저런 선거에 휩쓸린다. 직접 출마하기도 하고 모시는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운동에 뛰어들기도 한다. 보좌진으로 있는 필자만 해도 안 해 본 선거가 없다. 국회 안팎에서 치러 본 선거가 족히 100번은 넘는다. 나름 선거 전문가랍시고 요청이 들어와 아파트 동대표 회장 선거까지 자문을 해준 경험이 있을 정도다.
 
지금 국회는 지방선거 열기가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다. 물론 강 건너 불구경하는 의원실도 있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은 특별히 관심 둘 일이 없다. 지역구를 가진 의원만 자기 지역구의 기초·광역의원, 시장 또는 군수를 자기 사람으로 심기 위해 분주하다. 의원이 출마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의원실은 선거 준비와 취업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한다.
 
몇몇 의원실은 이번 설이 국회에서 맞는 마지막 설이 될 수도 있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택한 의원을 모시는 방은 그래서 더 분주하다. 이왕 나섰으니 당선은 되어야겠지만 당선되더라도 의원실 식구들을 다 챙겨가기는 어렵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보장도 없고, 국회를 떠나고 싶지 않은 보좌진도 있어서 복잡한 심경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출마에 오르내리는 이름 중에 가장 ‘핫’한 이름이 김부겸, 김영춘이다. 행안부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 임무를 수행 중인 두 사람은 여권의 대구시장과 부산시장 유력 후보다. TK와 PK는 문재인 정권이 지방선거 압승을 통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꼭 승리해야 하는 지역이다. 두 사람은 여권이 승리하기 위한 ‘필승카드’로 여겨지고 있다.
 
두 사람은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본연의 역할인 장관 업무 수행에 충실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두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다. 아니, 두 사람의 말은 믿지만 결국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부겸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에서 출마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라는 물음에 “사람은 많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이 없다면? 출마할 후보들이야 많지만 선거는 이겨야 하는 게임이다. 이길 만한 후보는 결코 많지 않다. 대구와 부산의 경우는 더하다. 시장 후보가 지지도를 몰아줘야 구청장 선거, 시의원, 구의원 선거에서도 선전할 수 있다. 바닥에서부터 둘을 소환하려 할 것이다. 두 사람을 불러내려는 이해관계자가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도전하는 정치인만이
권력 쥘 수 있어

 
정치는 도전의 과정이다. 도전하는 정치인만이 이름과 권력을 높일 수 있다. 정치판에 군자가 없는 것은 군자연하다 조용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나갈 수 있는 선거는 다 나가야 한다. 하물며 내 편이 다 등 떠밀고 당선 가능성도 높고 당선되면 일약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면? 이런 기회를 걷어차는 정치인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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