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통영지청 검사로 촉발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이 확산하면서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 비상이 걸렸다. 그간 대학가에서 성추문이 적잖이 있어온 데다 최근 일부 대학생들의 증언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대학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고 정부도 현장 점검을 나서는 등 대학가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한 대학의 익명 커뮤니티게시판에 게재된 ‘성희롱 경험담’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새내기시절 첫 ‘미팅’을 했던 한 여학생은 미팅 파트너로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 이 파트너는 여학생을 껴안기도 했다. 희롱은 학과 술자리에서도 벌어졌다. 과 행사 뒤풀이에서 선배들이 가슴을 만지는 등 추행이 이뤄졌다.
 
최근 이처럼 자신도 성희롱 피해자임을 밝히는 미투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다수는 대학 내에서 벌어졌다.
 
대학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한 대학원생은 교수의 성희롱으로 자퇴를 결심했었다고 SNS를 통해 폭로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서울의 한 대학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A씨는 B교수의 연구실에서 수업을 들었는데, B교수와 친분이 깊은 강사 C씨가 A씨에게 접근해 “단 둘이 만나고 싶다. 열렬한 관계가 되자”며 신체를 접촉하는 등 성희롱과 성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이후 B교수의 성희롱에까지 시달려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법조계, 문화계에 이어 대학 내에서의 성희롱 고백으로 대학 측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앞두고 사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그간 대학가 OT는 연례행사처럼 꾸준히 구설에 올랐다. 2016년 서울지역 한 대학 OT에서는 유사 성행위를 묘사한 게임이 진행됐고, 같은 해 한 사립대에서는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을 섞은 막걸리를 뿌려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대학 측은 설 이후 진행되는 신입생 OT에서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 예방 교육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서울대는 단과대별로 ‘장기자랑 강요 프리(FREE) 선언’에 나섰다. 자율적으로 장기자랑 신청을 받고 할당해온 장기자랑 관행을 없앤다는 방침이다.
 
고려대 양성평등센터는 최근 학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등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학칙과 구제절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고, 경희대는 ‘경희 국제 멤버쉽 트레이닝’을 열고 성관련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처 방안 등을 교육했다.
 
서 검사의 동문인 이화여대는 지난 3일 재학생들이 서 검사를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낸 뒤 학교 측에서 신입생 인솔 재학생에게 ‘외모 얘기하지 말기’ 등의 지침을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대학가 미투 운동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으려면 대학별 정례화 교육 등으로 미리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들의 호소를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공동체 문화를 점검하고 피해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런 교육이 일상이 되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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