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농심이 추락하는 시장 점유율 사수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한때 국내 시장 점유율 80%까지 치달았던 농심은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줄곧 하락세를 거듭했다. 이에 창업 53년 만에 최초로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영업망 수술에 들어간 것. 특히 신춘호 회장(사진)은 ‘보수 경영’을 고집해왔기 때문에 이번 행보를 창사 이래 최대 ‘변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러한 변혁의 원인으로는 실적 하락으로 인한 위기의식과 함께 신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따른 경영 기조 변화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80% 달했던 시장 점유율, 2013년 후 지속 하락 ‘위기’ 팽배
‘젊은 피’ 신동원 부회장 경영권 강화… 보수 경영 탈피 조짐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식품업체 농심이 2018년을 ‘온라인 사업 강화’ 원년으로 삼고, 온라인 판매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동안 대리점·도매상 등 오프라인에 중심을 뒀던 판매 전략방침을 온라인으로 선회하며 새로운 영업망 구축에 뛰어든 것. 특히 온라인 판매 중에서도 기존 식품 도매상을 통해 쇼핑몰에서 판매하던 단순한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온라인 전담팀’까지 신설하며 온라인 시장을 노리고 있다.

온라인 전담팀까지 구축… 활로 모색

‘온라인 전담팀’은 그동안 온라인 식품 도매상을 관리하던 수준에서 승격시켜 11번가 등 통합쇼핑몰 내 농심관의 운영·관리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앞서 인력도 보강했다.

농심은 온라인 중에서도 영상 등을 통한 광고 전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8월 농심 미국법인이 구글과 함께 온라인 광고 제휴를 맺으며,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Youtube)를 통해 ‘신라면’ 광고를 배포한 것이 주요 행보다.

‘맛있는 신라면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2월 20일 최초 공개된 이 광고는 유명 모델이나 대사 없이 일상생활에서 신라면을 먹는 모습과 소리만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50일 만인 지난 12일 조회 수 450만 건을 돌파, 현재 500만 건에 육박하며 신라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구글이 미국 내 인지도,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광고 파트너를 찾았고 농심 아메리카 미국법인이 제안을 받아들여 신라면 광고 촬영이 진행됐다”며 “신라면의 글로벌 위상을 다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이번 농심의 행보를 ‘파격적’으로 보는 이유는 신 회장이 그동안 보수 경영을 고집해 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그동안 무차입 경영(실제 차입한 부채가 없는 상태의 회사 운영) 기조를 고수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 방침을 세워 왔다. 이는 농심은 그동안 신라면·너구리 등 장수 제품을 통해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별다른 사업 전략 변화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신 회장은 업계에서 ‘알뜰 경영 선구자’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호황과 불황 관계없이 부채를 쓰지 않는 고집으로, 51년 동안 직접 총괄 경영을 맡아왔다. 현재는 장남 신동원 부회장(현 대표이사)에게 경영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아직까지도 인사나 신제품 개발 등 주요 현안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이번 변혁이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의 경영권이 강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신 부회장은 2000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신 회장에 비해 다소 적극적이고 과감한 경영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1997년 신 부회장이 국제담당 대표이사를 맡을 당시 칭다오공장, 선양공장 등 중국 내 생산 거점을 구축한 데 이어, 2005년 미국 공장까지 세우는 듯 해외 진출에 대한 광폭 행보를 나타냈다.

신동원 부회장 적극적 경영 관측

이에 업계에서는 신 부회장의 경영권이 점차 강화됨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경영 방침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홀딩스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을 더욱 강화했다”며 “본격적인 2세 경영이 시작되면 보수적이었던 농심의 경영 방침이 앞으로 더 개방적,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농심의 고집을 꺾은 이번 행보에 실적 하락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농심은 그동안 시장 점유율 80%까지 치달으며 국내 업계 1위로 군림했다. 하지만 2위 업체 오뚜기가 최근 공격 경영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확보,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2013년 65.9%, 2014년 62.4%, 2015년 61.5%, 2016년 55.2%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농심의 경영 방침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속속 제기된 바 있다.
특히 판촉비 등 판매관리비를 대폭 늘렸음에도 시장 점유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농심의 위기의식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판단된다. 농심의 판매관리비는 ▲2013년 4935억 원 ▲2014년 5118억 원 ▲2015년 5537억 원 ▲2016년 6236억 원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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