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한국GM’에서 비치는 대우그룹 데자뷰…돌파구는?
‘대우건설 한국GM’에서 비치는 대우그룹 데자뷰…돌파구는?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8-02-14 18:06
  • 승인 2018.02.14 18:06
  • 호수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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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대우그룹 해체’ 내홍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때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 계열사 해체 작업이 현재도 진행중이다. 한 번에 주인이 바뀌어 정착한 곳도 있고 두세 번의 진통을 겪은 후 제자리를 찾은 계열사도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 한국GM(옛 대우자동차) 대우조선해양 등 계열사 세 곳은 여전히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국민혈세 투입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어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구조조정전문가들조차도 세 계열사를 관리하는 산업은행의 행보만을 지켜볼 뿐이라면서도 “대우건설 한국GM에 과거 대우그룹의 기시감이 보인다”고 우려한다.

기시감은 처음 오는 곳, 처음 대하는 장면,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어디선가 이미 본 것 같은 느낌을 한자어로 표현한 것이다. 심리학 용어로는 “데자뷰” 혹은 “데자뷔”라고 한다.

GM, 5월 말 군산공장 문닫는다…2000명 구조조정
호반건설도 손 뗀 대우건설, 경영 상태 어떻길래
계속되는 ‘혈세투입’에 결국 불똥은 산업은행으로


백과사전 ‘위키백과’에 따르면 대우그룹은 1967년 창립했던 대우실업을 모태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대한민국 재계서열 2위를(1999년 자산과 매출액 기준) 지켜왔던 대한민국의 대규모 기업집단이다.

섬유·무역·건설·조선·중장비·자동차·전자·통신·관광·금융 등 여러 사업 부문을 두었으며, 1993년 세계경영 전략 채택 이후 1990년대 글로벌 우량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듯했으나 외환위기와 확장 경영에 따른 막대한 자금난으로 1999년 10월부터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그룹 해체를 맞았다.

3년간 가동률 20% 불과

이후 각 계열사별로 운명을 달리하며 매각과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최근에도 대우건설과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의 매각과 철수설 등의 근황이 알려지고 있다. 특히 철수설에 시달리는 한국지엠(옛 대우자동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모기업인 제네럴모터스(GM)는 한국GM 군산 공장을 5월 말까지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5월말까지 직원 약 2000명(계약직 포함)의 구조조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지난 8일부터 가동 중단 상태였다. 한국GM 관계자는 “본사가 현재의 생산설비 등을 모두 유지한 채 회생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경영난 극복을 위한 대표적 첫 자구 노력으로서 군산 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중형차 크루즈,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생산하던 한국GM 군산 공장의 가동률은 최근 20%를 밑돌아 사실상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간) 메리 바라 GM 회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회의에서 글로벌GM의 상황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면서 구조조정설이 제기되는 한국GM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메리 회장은 ‘조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합리화’나 ‘구조조정’일 수 있다고 답하며 “한국은 몇몇 국가와 함께 GM 구조조정 활동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한국GM에 변화가 있을 것을 암시했다.

여기에 블룸버그까지 “GM이 올해 한국에서 완전 철수(outright exit)할 가능성이 있다”는 현지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옮겨 적으면서 국내 이해관계자의 위기감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사실 한국GM 철수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16일로 GM 본사가 약속한 한국GM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이 끝남에 따라 이들이 한국 사업장을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 것이다. 산업은행은 옛 대우자동차를 매각하던 2002년 채권단 대표로 출자에 참여하는 한편 15년간 GM이 보유 지분을 팔지 못하게 한다는 거부권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더욱이 지난 4년간 한국GM의 적자가 2조5000억 원까지 쌓였고 미국 본사에서 수혈한 3조4000억 원의 차입금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GM이 이번에는 사업장 정리로 실리를 택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메리 회장의 발언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자 전날에는 GM이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 측에 대출 재개와 함께 3조 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제안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일단 당국이 근거 없는 얘기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 전반에는 철수 명분을 만들려는 GM 측이 의도적으로 소문을 흘린 게 아니는 인식이 파다하다.

대우건설 매각 무산 뒷말

또 다른 계열사 대우건설은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하면서 대우건설의 경영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산업은행이 인수·합병(M&A) 절차를 공식 중단했다.

이로써 2009년 6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난을 이유로 손을 뗀 후 9년 만에 매각 성사 직전까지 갔던 대우건설은 또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대우건설은 1998년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된 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됐으나 2011년 산업은행에 다시 팔렸다. 이번에 네 번째 주인을 맞이하나 싶었지만 불발된 것이다.

매각 무산의 이유는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부실에 따른 것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겨 3000억 원의 잠재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대금은 올해 지출해야 하는데, 호반건설이 제시한 대우건설 인수 금액(1조6000억 원)의 20%에 달하는 금액이다. 대우건설의 이런 부실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없었던 사실이었다.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이 더 드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고속도로 사업을 비롯해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알제리 등지에서 10개의 대규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중 원가율이 현재 100%를 넘는 프로젝트가 6개다.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대우건설의 해외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여전히 5조1449억 원에 이른다. 이중 발주처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중동과 아프리카가 각각 2조7267억 원(53%)와 1조4896억 원(29%)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해 2월 대우의 또 다른 계열사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2조9000억 원 투입을 결정했다.
2015년 4조2000억 원 지원을 결정한 지 1년 5개월 만에 또 추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한달 뒤 돌아오는 만기와 관련해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해 4월 4400억 원을 시작으로 7월 3000억 원, 11월 2000억 원 등 총 940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다.
문제는 수주 등 영업활동을 통한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정성립 사장이 2~3월 내내 해외출장을 다니며 일감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유동성난을 타개할 확실한 성과는 보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금융당국은 신규자금 투입을 고민해야 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에 최대 3조 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 시중은행, 회사채 채권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광범위한 채무 재조정을 통해 손실을 분담하는 것을 전제로 내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혈세 4조 원을 투입하고도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신규자금 투입이 확정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당시 성명서를 통해 “대우조선은 분식회계까지 하면서 투자를 받았지만 발생한 손실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며 “원칙 없는 공적자금 투입을 중단하고 부실 책임부터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대우건설과 지엠, 대우조선해양 등 모두 옛 대우에서 떨어져 나온기업이라는 점에서 악몽의 재현이 우려된다.

산업은행은 뭐했나

또한 이들 3사를 관리 하는 산업은행의 ‘출자회사 관리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10여 년 전 대우조선해양 매각 실패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했으며 출자 회사들의 부실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투자 전문가는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며 “이번 매각 절차에서도 인수 후보를 한 곳밖에 끌어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헐값 매각 논란을 빚는 등 관리능력에 심각한 결함을 또 한 번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의 관리 능력이 의심받은 사례는 예전에도 많았다.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이 2016년 선임됐을 당시 낙하산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산업은행은 박 전 사장이 적임자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박 전 사장은 최순실 의혹에 휘말려 자진 사퇴했다. 이후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 차기 사장만큼은 신중히 고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박 전 사장의 후임으로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송문선 사장을 낙점했고 ‘한결같다’는 주변의 냉소적인 평가를 감내해야 했다.

여러 문제가 반복해 터지면서 대우건설은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우건설이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던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실사를 포기해야 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대와 산업은행 측의 미지근한 태도 때문이었다. 당시 산업은행 측은 실사 없이 계약을 체결할 것을 한화 측에 종용했지만 한화 측은 아예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5조 원대 분식회계를 숨기고 있었던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제때 주인을 찾지 못한 대우조선해양은 혈세 먹는 ‘블랙홀’로 전락했다. 2015년 정부에서 4조2000억 원을 지원받았고 2016년에도 공적자금 7조 원을 수혈받았지만 회생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박스기사]

대우 떠나서 안착했다
‘대우전자(대유그룹) 대우증권(미래에셋대우)’ 근황은


대우그룹을 떠났다고해서 어려움만을 겪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주인을 맞아 새 출발한 계열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대유그룹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전자)와  미래에셋그룹에 인수된 대우증권이다.
중견 가전회사 대유위니아를 거느린 대유그룹은 동부대우전자 인수를 통해  국내 가전업계 3위로 급부상했다.

지난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유그룹은 동부대우전자 및 재무적투자자(FI)들과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대유그룹은 스마트저축은행을 매각해 인수자금을 조달하고 일부 자금은 재무적투자자와 인수 금융을 통해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동부대우전자의 지분 인수와 경영 안정화를 위해 올해 중 약 1200억 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유그룹은 인수 후에도 '대우전자'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동부대우전자를 대유위니아와 독립된 계열사로 운영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로 출발한 동부대우전자는 대우일렉트로닉스를 거쳐 2013년 동부그룹(현 DB그룹)에 안기며 동부대우전자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5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통해 두 회사가 제품 라인업이나 영업망 등에서 서로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 대우증권(주)은 1970년 9월 제약 유통회사이던 일성신약의 윤병강 회장이 세운 동양증권(주)에서 출발했다. 이 회사는 설립 3년 만인 1973년 9월 주인이 바뀌었는데 새 주인은 대우실업이었다. 인수 당시 동양증권(주)은 자본금 1억 5,000만 원, 거래실적 기준으로 4위의 증권회사였다. 인수 후에도 동양증권(주)이라는 이름을 유지하였으나 삼보증권과 합병 비율 1 대 1로 합병하면서 대우증권(주)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대우증권(주)은 대우실업에 인수된 뒤로 대우그룹의 일원이었으나, 1999년 그룹의 구조조정을 위해 분리 매각됐다.

이후 2000년 5월 한국산업은행(KDB산업은행)이 지분 22.76%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되었고, 2009년 10월에는 산은금융지주가 최대주주로 변경되었다. 2010년 12월에는 사명이 ‘KDB대우증권’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2015년 8월, 산업은행은 산은자산운용 및 산은캐피탈 등의 자회사와 함께 대우증권(주)을 매각하게 되었고, 그해 12월 미래에셋증권(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16년 9월 금융위원회의 승인으로 미래에셋증권(주)에 합병되어 12월 통합된 미래에셋대우(주)가 출범했다.  <범>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