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합병 등 공격적 전략 주효…채용비리 의혹은?

선두 내준 신한금융…수익 구조 다변화 과제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KB금융그룹이 신한금융그룹을 제치고 2008년 이후 9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꿰찼다. 이어 ‘국내 금융그룹 사상 최고 실적’ ‘3조 클럽 진입’이라는 겹경사까지 맞아 그동안 채용비리로 그룹 내 드리웠던 먹구름이 잠시나마 가실 전망이다. 이러한 성과는 윤종규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잇따르며, 오랜만에 윤 회장의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다. 반면 신한금융그룹은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내고도 1위 자리를 뺏겨 조용병 회장은 쓴웃음을 짓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8일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54.5% 증가한 3조311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KB금융의 순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20.4% 증가한 7조7100억 원, 순수수료이익은 전년 대비 29.3% 증가한 2조500억 원으로 집계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밖에 총자산 436조80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3% 증가, 관리자산(AUM)을 포함하면 672조 원으로 이 역시 전년대비 13.9% 늘었다.

이로써 KB금융은 국내 금융그룹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동시에 지주사 설립 이래 최초로 3조 클럽 진입에 성공했다. 금융사 중 ‘3조 클럽’에 진입한 것은 2011년 신한금융 이후 처음이다.
 
최대 실적 견인차는?
 
KB금융 측은 “국내 최고 수준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유기적·비유기적 성장을 도모할 뿐 아니라, 사업 부문별로 차별화된 해외진출 전략과 디지털 금융 고도화를 통해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과는 KB금융의 최대 자회사인 국민은행을 비롯해 비은행권 자회사까지 전방위적으로 높은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비은행권에 대한 공격적인 M&A 전략이 관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기준은 2016년만 해도 20% 후반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34.4%까지 상승했다.

특히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연이어 인수하며 외형적 성장을 거듭, 광폭 행보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 왔다.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지 첫 해였던 지난해 KB손해보험과 KB증권은 각각 3303억 원과 271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 중에서도 KB증권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글로벌 증시 호조로 전분기보다 267.1% 증가한 1116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신탁 등 본연의 비은행 부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며 비은행부문이 지주의 총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지난해 KB금융의 수익에서 비은행이 차지한 비중은 41%로, 전년 32.2%보다 8.8%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KB국민은행 중심이었던 그룹의 이익 기반을 M&A를 통해 비은행 계열사로 확대한 것이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한 수였다”며 “KB손해보험과 KB증권 인수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신한금융을 추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대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의 수익성 회복도 크게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전년 대비 125.6%나 증가한 2조175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6년 만 최대 실적에도…
 
반면 신한금융은 최근 은행권에 터진 채용 비리 사태를 비껴가고도 ‘리딩뱅크’ 자리를 뺏겨 울상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2조917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지만 ‘3조 클럽’ 진입에 실패하며 KB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당초에는 신한금융이 총 실적에서 뒤처진 게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컸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신한은행의 희망퇴직 및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4분기에 3000억 원에 달하는 일회성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KB금융도 마찬가지로 국민은행 희망퇴직 비용 1550억 원 등 같은 4분기에 345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 이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양사의 희비는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엇갈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1조7110억 원으로 전년보다 11.8% 감소했다. 영업이익을 보더라도 신한은행은 2조1137억 원으로 국민은행 2조6497억 원보다 5000억 원 이상 뒤졌다.

또한 KB증권이 은행뿐 아니라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자회사들도 고른 비중을 차지한 데 반해, 신한금융은 은행 및 카드의 수익비중이 전체의 90%에 달해 수익 구조가 고르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M&A 추진 등 공격적인 전략을 취한 데 비해 신한금융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한 해였다”면서 “신한금융은 은행과 카드에 집중된 수익 비중을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